[69프로젝트] 아메리칸 드림은 과연 모두에게 주어지는가

정희원

사진=코스미안뉴스


개천에서 용 난다란 말을 아는가? 주어진 환경이 열악함에도 불구하고 자수성가한 경우를 이르는 말이다. 물론 대한민국은 법으로 모든 사람이 평등하다고 명시되어 있으니 개인의 노력만 받쳐준다면 개천에서 용 나는 게 그리 불가능한 일만은 아닐 터다. 몇 년 전 미국문학사 수업에서 아메리칸 드림과 관련된 공부를 했었다. 아메리칸 드림은 가진 것 없어도 노력하고 근면 성실하기만 하다면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뜻한다.

 

다시 말해 사회경제적 계층이 노력으로 바뀔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1차 세계대전 후 1920년대 유럽엔 전쟁 후유증으로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힘든 시간을 겪었던 사람들이 많았다. 그런 이들은 급격히 성장하여 엄청난 경제적 호황을 누렸던 미국을 기회의 땅으로 여겼다. 여기서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표현이 널리 쓰이기 시작했다. 모든 인간이 동등하게 태어났다고 선언한 미국 헌법 또한 일부 유럽에서 귀족이라는 계급이 존재했던 것과는 파격적으로 다른 내용이었을 것이다. 많은 이들이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미국에 이민을 신청했다.


그러나 아메리칸 드림은 결코 모든 사람에게 평등한 기회를 제공하지 않았다. 애초에 이민을 위한 입국 심사에서는 국민이 될 수 있도록 선택받는 사람과 본국으로 다시 추방당하는 사람들을 선별하는 작업이 존재했다. 국가의 발달에 기여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평가되는 사람만이 선택되었고 그렇지 않다면 배제되었다. 처음부터 아메리칸 드림은 모두에게 주어진 것이 아니었다. 뉴욕타임즈가 1년의 취재 기간을 거쳐 게재한 기획 기사들을 모은 <당신의 계급 사다리는 안전합니까?>에서는 주장한다. ‘미국에서 엘리트로 태어난다는 것은 세상에서 극소수의 사람들만이 경험할 수 있는 특권 뭉치를 갖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미국에서 가난하게 태어난다는 것은 유럽이나 일본, 캐나다에서와는 달리 심각한 불이익을 받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교육, 소득, 직업, 재산 등에 의해 사람들은 계급이 나눠진다. 보통 이러한 계급은 아버지에서 아들로, 또 그 아들의 아들로 대물림된다. 이렇게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계층은 그 사람의 인생을 결정한다. 더구나 타국에서의 성공은 노력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운이라는 것이 따라줘야 하는 데다 이민자들이라면 영어나 학력 문제로 불이익을 받는 일이 잦다. 극소수의 사람을 제외한 다수에게 미국은 균등한 기회가 주어지지도, 자유롭지도 않았다. 그들은 그야말로 끔찍한 자본주의를 온몸으로 겪었다. <이민자들>이라는 영화에서 이러한 행태를 잘 보여준다.


모든 이들이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평등을 외치며 미국에 왔지만, 모두가 은연중에 사람들의 계급을 인정하고 그러한 분위기를 따르고 있다. 자신이 얻은 부와 명예를 잃지 않기 위해 가족까지 외면하는 경우도 흔하게 찾을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보다 높은 권위를 가진 사람들에게 잘 보이려 애쓴다. 혹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을 벌기 위해 노력한다. 그래야만 어떤 형태로든 간에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개인의 노력보다는 연줄과 돈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수단이다. 아메리칸 드림이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소설 위대한 개츠비의 주인공 개츠비를 떠올릴 것이다. 개츠비는 그야말로 성공한 아메리칸 드림의 표본이다. 개츠비는 원래 가난한 집안 출생으로 사랑하는 여자 데이지를 위해 수많은 노력을 했지만 성실한 노력만으로는 그녀에 걸맞은 성공을 이룰 수 없었다. 당시 사회에서는 성공만 하면 거기까지 도달하는 데 대한 과정의 도덕성은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개츠비는 금주법이 시행된 시대 몰래 술을 파는 등의 불법적인 일을 통해 부를 축적했다. 일각에서는 이렇게 가장 순수하다고 할 수 있는 감정인 사랑만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노력하며 치열하게 살아온 개츠비가 그래서 위대하다고 말한다. 나에게는 오히려 역설적으로 성실하고 근면한 노력만으로는 아메리칸 드림을 이뤄낼 수 없다고 얘기하는 것처럼 보인다. 노력뿐만이 아니라 적절한 행운이나 연줄, 기본적인 배경이 있어야지만 가능하다는 그런 현실 말이다. 개츠비 또한 적절한 타이밍에 조력자 댄 코디를 만날 수 있었다는 행운이 따르지 않았다면 이야기가 달라졌을 수도 있다. 물론 <위대한 개츠비>라 는 작품을 단독으로 감상할 때 치중해야 할 부분은 분명 다르다. 문학작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메리칸 드림이 과연 모두에게 주어지는가, 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그렇다.


개츠비는 우리가 익히 들어 알고 있는, 그렇지 못한 다수가 그들처럼 되기만을 고대하며 노력하는, 성공한 ()소수라는 얘기다. 하지만 그 시대 이민자들은 아메리칸 드림이 실존한다고 믿으며 미국에 왔고, 그것만이 그 들이 살아가는 힘의 원동력이 되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들에게는 미국에서 다시 추방당한다는 것은 곧 새로운 삶을 살아갈수 있는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 것을 뜻했을 것이다. 실제로 아메리칸 드림의 실현 가능성이 그들에게 있었던 없었든 간에, 드림이 실존한다는 믿음이 이민자들로 하여금 새로운 삶에 대한 기대감과 희망을 심어주었음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는 어떤 드림이 있을까. 아메리칸 드림에 이어 시진핑의 차이니즈 드림’, 동남아시아에서 한국으로 오는 이들이 꿈꾸는 코리안 드림등의 단어가 생겨났다.


그러나 과연 그들 중 진실로 개인의 노력만을 통해 성공을 이룰 수 있는 드림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우리나라도 한때 코리안 드림이라는 말이 널리 쓰일 만큼 새로운 삶을 꿈꾸는 이민자들의 기회의 땅일 적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노력에 의한 성공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노력보다는 태어난 집안과 돈, 권력 등이 훨씬 중요하다는 걸 보여주는 극명한 사례가 연일 보도되고 있다. 누구는 몇 년간 피땀 흘려가며 공부해도 합격하지 못하는 직장에 권력자의 친인척이 고용되고, 누구는 학창시절 내내 노력해서 들어간 학교를 특례로 입학한다. 일반적인 사람들은 평생 만져보지도 못할 돈의 수십 배를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벌어들인다. 그것도 부정한 방법으로. 믿을 만한 일정한 수준을 넘어서서 황당하기까지 한 현실이 속속들이 밝혀지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사회에 산다. 노력하면 바뀔 거라, 보상받을 거라 믿으며 우리는 조금씩 보이는 불평등의 기미를 애써 외면해 왔다. 그런데 이제 그걸 눈앞에 들이대고 흔들어 대니 힘이 쭉 빠진다. 사회경제적 계층은 부모에서 자식으로 세습되는 게 대부분이고 노력 자체를 포기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3포 세대, 5포 세대, 6포 세대,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이 포기하는 것들의 숫자도 늘어났다. 모든 민주주의 국가의 헌법에는 자유권과 평등권이 명시되어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지금 자유롭지도 평등하지도 않은 사회에 사는 것 같다. 21세기 우리에겐 아메리칸 드림도 기회의 땅도 없다. 우리는 무엇을 보고 살아가야 하나. [=정희원]

이해산 기자
작성 2021.01.29 11:26 수정 2021.01.29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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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