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프로젝트] 초등학교 운동회와 소풍, 어머니는 언제나 아들 곁에

조광호


초등학교는 운동회라 하면서 거의 매년 하였다. 어떤 때는 가뭄이나 홍수 등 흉년이 들면 못한 경우도 있었다. 운동회 하면 백군과 청군으로 나눠서 하였다. 청군이 이기면 그해는 풍년이 든다는 말도 하였다. 운동회 하는 날은 온 시골 동네가 축제 분위기였다. 며칠 전부터 학교에는 만국기가 휘날리고, 학교 건물 지붕 위에 설치된 나팔 같은 대형 스피커에서 즐거운 서양 군악대 같은 행진곡 음악 소리와 어린이 노래가 몸이 떨리도록 쩡쩡 울린다. 아주 먼 거리에서 들릴 정도로 우렁차게 흘러나왔다.


운동회는 100미터 달리기, 운동장 한 바퀴 달리기, 이어달리기 등 달리기가 많았고, 모래주머니 던져 꽃바구니 터뜨려 비둘기 날리기, 줄다리기, 기마전을 하였다. 나는 단체전을 포함하여 항상 대표선수로 선발되었다. 대부분 1등을 하였다. 1등 하면 상품을 준다. 연필 한 타스나, 노트 몇 권씩 나눠 주었다. 달리기는 개인기 종목이다. 달리기 종목은 여러 가지라서 상 타는 기회가 많았다. 경기가 시작되면 청군 이겨라 백군 이겨라하며, 응원석에서는 신나게 응원하였다. 영어는 어떻게 알았는지 브이 아이 씨티 오 아르 와이” “빅토리~, 빅토리~” 하면서 야단이고 흥분 도가니다. 시골에서 이리 좋은 날은 별로 없었다.

모든 마을의 학부형들이 거의 다 모이는 거 같았다. 운동장 주변에는 엿장수며, 사탕장수며, 풍선장사며, 온갖 장사들이 화려하고 들뜬 운동회 아래 다 모이는 거 같았다. 언제나 바쁜 어머니도 오셨다. 아들이 언제나 1등하는 것을 보고서 마냥 기쁘다. 내가 잘해서 1등이 아니라 다른 친구들이 달리기를 못 해서 1등하는 거라 생각했었다. 달리면서 뒤돌아보며 나름 최선을 다 하지 않아도 언제나 1등을 했었다. 이런 소질로 6학년 때는 초등학교 대표로 군에서 하는 초등학교별 대항 군 운동회에 선발되어 출전하기도 했었다.

점심시간이 되자 어떻게 찾았는지 어머니가 아들 앞에 있다. 어머니는 언제나 아들만 보고 있나 보다. 보자기에 귀한 찬합과 따끈한 밥, 부침개, 계란말이, 굴비 생선구이, 나물 등 언제 이리 만들었는지 푸짐하였다. 주위를 보아도 우리처럼 푸짐한 차림은 없어 보였다. 점심도 맛있지만 학교에서 어머니의 얼굴을 보니 기분이 너무 좋았다. 어머니의 정성스런 점심을 펼쳐 놓고 그늘에서 꿀맛 같은 식사를 했다.


지금은 폐교된 초등학교다. 그 초등학교라는 단어만 들어도 큰 나무와 교실 앞 복도에서 웅성거리며 어머니와 함께 젓가락질하던 모습이 눈에 어른거린다.

날아라 새들아~ ~른 하늘을, 달려라 냇물아 푸~른 벌판을~” 오늘은 운동회 날, 운동장엔 만국기가 휘날리고 우리들은 새하얀 체육복을 입고, 어머니와 꿈속 같은 하루를 보냈다.

운동회가 끝나고 한 달여 후에 소풍이 이어진다. 소풍은 6년 동안 산 넘어 불갑사 사찰로 매번 갔었다. 단지 코스만 6년 중 한번 바뀐다. 6학년 때다. 6학년 되면 고학년이라 해서 쉬운 코스를 졸업하고 산 정상 연실봉이라는 곳을 정복한다. 초등학교 부근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다. 정말 아득히 멀고, 하늘과 맞닿은 듯 정상이었다. 보기만 해도 아찔하였다. 하지만 5학년 때까지만 해도 선배들이 부러웠다. 저런 높은 곳을 가는 날이 오기를 기다리기도 했었다. 실제 6학년 되니 뭔가 내가 어른 같기도 했었다. 학교 가면 모두 다 후배고, 작은 어린이로 보이기도 했었다. 괜히 으쓱대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초등학교 마지막 소풍을 부근에서 가장 높은 연실봉으로 향하여 간다. 이제 내 세상처럼 누구의 안내도 없이 산길을 따라 옹기종기 듬성듬성 여러 무대기로 뭉쳐서 친구들과 겁도 없이 간다. 이제 나름 어른 기분을 낸다. 선생님 안내도 없었다. 가면서 친구들은 여기에 호랑이도 살고 있고, 무서운 곳이라고 말들을 한다. 실제 호랑이 골짜기도 있었다. 약간 무섭고 소름도 느끼지만 다 컸고, 어른이라는 자신감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지 않았다. 험한 바위와 골짜기를 거쳐 꿈에 그리던 산 정상 연실봉이라는 바위에 선다.

무서운 소름이 조금 있지만, 천하가 다 보이는 듯 구름 조각도 발아래에 있다. 뭔가 모르게 가슴이 뿌듯하면서 신기함을 느낀다. 감개무량하다. 얼마나 열심히 왔는지 온몸에 땀이 흠뻑 젖어 있다. 시원한 산들바람이 땀을 날려 보낸다. 메아리도 소리쳐 울려 본다. “~ ,” 멀리서 야~ 호 소리가 에코로 반복하여 파도처럼 들린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내려간다. 내려가는 것도 나무 사이, 바위와 돌 사이로 한참을 내려간다. 어느덧 사찰 옆구리에 도착한다.


주위에서 6학년이 도착했다고 소리친다. 어른 같은 6학년이 도착했다. 1학년부터 6학년까지 다 모인다. 보물찾기라고 선생님이 말하면 다들 흩어져서 찾기에 여념이 없다. 숨바꼭질하듯이 생각하고 여기저기 보면 다 보인다. 큰 돌 사이, 썩은 나무 갈라진 틈 사이, 우거진 수풀 숲 사이에 있었다. 두세 장을 찾아서 손에 쥐고 있다. 못 찾는 아이들도 있었다. 보물 표 딱지로 연필이나 노트를 받고, 즐거워하였다.

보물찾기가 끝나면 점심시간이다. 어머니가 부른다. 언제나 아들 가까이 있는 듯, 그 많은 아이들 중에서도 잘도 찾는다. 6년 동안 매번 소풍을 다녔지만 어머니가 온 것은 처음인 거 같았다, 푸짐한 먹거리를 한 보자기 준비해서 왔다. 어머니는 담임선생님 점심도 함께 마련하였다면서 소중하게 갖다 드렸다. 6학년이 되어 어른 같은 마음인데 어머니 옆에 있으니 어린이로 돌아왔다. 어머니와 함께 있으면 왜 이리 좋은지 모르겠다.[글=조광호]

이정민 기자
작성 2021.02.02 11:32 수정 2021.02.02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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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