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숙한 바다에 숨어 사는 못생긴 고기가 아구다. 그래서 영어로 'Monk Fish'라고 한다. 지금부터 약 반세기 전 바다가 오염되기 전 물 반 고기 반이었던 시절에 어부들의 그물에 아구가 잡히면 재수없다고 버리거나 거름으로 쓰기 위해 헛간에 버렸다고 한다.
이걸 가만히 보고 있던 마산의 어느 할머니가 버려진 아구를 주워 모아 잘 다듬어서 해풍에 말렸다가 콩나물에 온갖 양념을 넣어 매운 찜을 만들었더니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그것이 이름하여 '아구찜'이 되었다.
지금도 마산 오동동에 가면 아구찜 골목이 있다. 예전에 그 할머니가 아구찜을 파았던 집은 상호가 '초가집'이었다. 맛집 원조 논란은 어디에나 있지만 마산 아구찜 골목의 초가집들도 대단하다. 초가집, 원조 초가집, 옛날 초가집, 진짜 초가집, 진짜 진짜 초가집.... 어느 집이 원조인지 외지인들은 알 길이 없다.
마산 아구찜이 전국으로 전파되었고 서울 종로구 낙원동에도 '마산 아구찜' 집이 많이 생겼다. 원래 마산 아구찜은 말린 아구(건아구)를 쓰는데 요즘 대부분의 아구찜은 생아구로 요리한다. 건아구가 진짜 깊은 맛이 나는데 요즘 사람들 입에는 물컹한 살이 많은 아구찜이 더 인기다.
아구찜에는 미더덕이 약간 들어가야 그 향취가 더하고 감칠 맛이 난다. 우리나라 미더덕의 대부분은 경남 마산 인근의 구산면과 진동면 일대 바다에서 생산된다. 향긋한 바다향이 도는 미더덕은 온갖 음식의 맛을 돋구는 조미료 역할을 한다. 잘못 깨물었다간 뜨거운 물총을 맞아 입천정을 다칠 수 있으니 조심할 일이다.
서울 종로구 낙원동 낙원상가 옆에 가면 헷갈리는 마산 아구찜 원조들이 많다. 진짜 마산 오동동에 가도 헷갈리는데 여기야 오죽하겠나. 원조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고 싸고 맛이 좋으면 자연스럽게 원조가 되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