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에서 보내는 메이의 편지] 숲 속의 산책

May Kim

사진=코스미안뉴스 자료


굿모닝!

 

런던은 여전히 조금씩 휘날리는 눈발들로 오늘은 왠지 약간 쓸쓸하게 느껴집니다저는 오늘 지난 6개월 동안 해오던 온라인 수업을 마쳤습니다. 불교에 대한 강의였는데 저의 삶에 적용할 수 있는 좋은 내용들이 많았고 부처님의 생애를 통해서 저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이 모든 것들이 코로나 펜데믹이 내게 준 선물 같아 감사하는 마음입니다. 이 세상이 다 연결되어 있기에 너와 내가 둘이 아니고 그래서 우리는 서로의 이익을 위해서 자비의 마음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내용으로 이해하고 앞으로 좀 더 좋은 일을 실천하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해 보게 되었습니다.

 

아까는 그냥 마구 걷고 싶어서 해지기 전에 늦게라도 공원을 찾았어요. 오늘같이 눈발 날리는 황량한 공원은 고독을 즐기며 걷기에는 딱 좋은 것 같아요. 오늘 날씨는 바람과 눈발로 마치 북극같이 느껴졌어요. 진흙들이 다 얼어 있어서 다행히 땅을 밟고 다니기는 좋았어요Enya의 노래도 들으면서 공원 한 벌판을 걸으니 완전 혼자 된 느낌이 들었어요. 날씨가 추운 날에는 정신이 더욱 또렷해지는 것 같아요. 걸으면서 한 발자국씩 내밀 때 땅바닥의 나뭇잎들과 얼어버린 사람들의 발자국 모습들이 너무 선명하게 보였어요.

 

제가 즐겨 찾는 이 공원은 Nonsuch Park이라고 저의 집에서 얼마 멀지 않은 곳인데, 초원 같은 곳과 숲속 같은 곳들이 고루 있어 크지도 작지도 않은 규모의 공원으로 한때 헨리 8세의 사냥터였던 곳이라고 해요. 지금은 저의 안식처라고 할 수 있는 곳이지요.

 

저는 나무 있는 숲속을 너무 좋아해서 거의 매일같이 잠깐이라도 가서 자연을 즐기는 편이에요. 전에부터 숲속에만 가면 나오질 않아서 오죽하면 남편이 저에게 forest fairy이라고 하지 않겠어요!

 

전에 남편 직장 때문에 뉴욕 맨해튼에서 잠깐 살았었는데 1년밖에 못 살고 다시 런던으로 돌아왔지요. 높은 빌딩숲에서 너무 힘들었던 기억들이 있어요. 왜 그런지 그때는 처음으로 우울증까지 앓아서 어떤 분이 저를 보더니 혼이 빠져나간 사람 같아 보인다고 했을 정도였으니까요. 복합적인 요인이 있었겠지만 확실한 것은 저는 아무래도 시골이나 자연과 가까이 있는 곳에서 지내야 하는가 봐요. 마치 물고기가 물을 떠나면 못살듯이 저는 나무들 없이는 못살 것 같아요. 지금 제가 살고 있는 곳도 런던 근교 Surrey 남쪽에 위치하고 있어요.

 

영국은 어딜 가도 집 근처에 공원들이 많이 있고 또 집집마다 조금만 정원들이 있어서 자연과 가까이 지내기 참 좋은 나라인 것 같아요. 이웃들 간에도 인사가 날씨 아니면 정원 이야기로 시작하니 그들의 삶 속에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 같아요. 물론 축구도 빼 놓을 수 없지만요.

 

참 오늘 갑자기 추워진 날씨로 저의 집 정원에서 신나게 올라오던 크로커스들이 다 얼어 죽은 것 같아서 안타까웠어요. 새소리들도 전에 보다는 들리지 않고요. 저는 얘네들이 이런 추운 날에는 어디에 가서 있는지 정말 궁금해요.

 

이제 동지가 지났으니 앞으로 점점 날이 밝아지고 길어지겠죠! 코로나로 많이들 우울한 분위기인데 따뜻한 봄이라도 빨리 왔으면 좋겠어요. 봄이 그 어느 때보다도 기다려지는 시간입니다.

    

우리 모두 이 겨울을 잘 이겨내길 기도해요.

  

메이 드림

전명희 기자
작성 2021.02.09 10:48 수정 2021.02.17 09:44
Copyrights ⓒ 코스미안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전명희기자 뉴스보기
댓글 0개 (/ 페이지)
댓글등록-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글의 게시를 삼가주세요.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