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성대역 4번 출구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에 있는 덕수공원에는 덕수이씨 시조 이돈수의 7세손이자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4대조(玄祖)로 홍문관 대제학을 지낸 정정공 이변(貞靖公 李邊)과 3대조(曾祖) 이거(李琚)의 묘소가 있다. 이변은 쇠퇴한 덕수이씨 가문을 다시 일으켜 세운 중시조(中始祖)로 모셔지고 있다.
정1품 하계의 작위인 '보국숭록대부'이자 영중추부사와 홍문관 대제학을 지내고 사후에 왕으로부터 '정정(貞靖)'이라는 시호를 하사받은 덕수이씨 이변(李邊)의 묘소가 덕수공원 내에서 가장 위쪽에 자리잡고 있다.
비명(碑銘)에 "보국숭록대부 영중추부사 대제학 시정정 덕수이공 휘 변지묘(輔國崇綠大夫 領中樞府事 諡貞靖 德水李公 諱 邊之墓)"라고 적혀 있다.
이변(李邊)의 부인인 정경부인 이씨의 묘(貞敬夫人 李氏之墓)가 이변 묘 왼편에 자리하고 있다. 정경부인은 정1품 문무관의 정실 부인에게 내리는 작호다.
당상관인 정3품 통정대부로 병조참의 직을 수행한 이순신 장군의 증조부 이거의 묘도 덕수공원 상단에 있다. 숙부인 임피진씨와 합장했다. 숙부인은 정3품 문무관의 정실 부인에게 내리는 작호다.
비명에 "통정대부 행병조참의 덕수이공 휘 거지묘 숙부인 임피진씨 부후(通政大夫 行兵曹參議 德水李公 諱 琚之墓 淑夫人 臨陂陳氏 祔後)"라고 적혀 있다.
한편 이순신 장군의 조부로 평시서 봉사를 지낸 이백록(李百祿)의 묘는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고기동에 있고, 부친 이정(李貞)과 모친 초계 변씨 그리고 이희신, 이요신 등 형제들 묘소는 충남 아산시 염치읍 어라산에 있는 이순신 장군 묘소 바로 옆의 덕수이씨 문중산에 있다. 현충사 경내에는 충무공의 아들 이면과 장인 방진의 묘소가 있다.
덕수이씨 시조 이돈수는 고려시대 중랑장을 지낸 사람으로 황해도 개풍군 덕수리(개성공단 인근의 현 황해북도 판문군 덕수리)가 본관이다. 덕수이씨들은 파주와 개성 인근에 많이 살았다.
이순신 장군은 1592년 음력 5월 제1차출전에서 옥포, 합포, 적진포에서 승리한 공으로 종2품 하계인 가선대부(嘉善大夫)로 승진했다. 가선대부는 참판 등으로 발령이 나는 고위직 품계다. 사헌부의 수장 대사헌도 여기에 해당된다.
이어서 5월 말부터 6월 사이의 제2차출전에서 사천, 당포, 당항포, 율포에서 승리한 공로로 정2품 하계인 자헌대부(資憲大夫)가 되었다. 좌참찬, 우참찬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7월 제3차출전에서는 한산대첩에서 크게 승리한 후 정2품 상계인 정헌대부(正憲大夫)가 된다. 이때 함께 참전했던 전라우수사 이억기와 경상우수사 원균은 정2품 하계인 자의대부(資義大夫)가 되었다. 정헌대부는 판서, 판윤, 홍문관 대제학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요즘 말로 고위공직자에 해당하는 당상관은 문신의 경우 정3품 통정대부, 무신은 정3품 절충장군 이상을 말한다. 어전에서 회의를 할 때 당상에 올라가 의자에 앉을 수 있는 사람들이다.
전라좌수사는 정3품 당상관인데 이순신 장군은 1592년 임진왜란 발발 첫해에 가선대부, 자헌대부, 정헌대부로 3회에 걸쳐 특진을 했다. 이후 1598년 노량해전에서 승리하고 전사한 후 1604년에 선무1등공신 좌의정으로 추증되어 '덕풍부원군(德豊府院君)'이 되었다.
부원군은 왕의 장인과 정1품 공신에게 주는 작위다. 부원군 앞에 수여자의 본관을 넣기도 한다. 이순신 장군은 본관이 덕수이므로 '덕수부원군'이 되어야 하지만, 같은 선조 대에 해주목사와 이조판서를 지낸 덕수장씨 장운익(1561~1599)이 사후에 덕수부원군으로 추증된 사례가 있다. 따라서 이순신 장군은 덕수부원군 대신 황해도 덕수(德水)와 개풍(開豊)을 합쳐서 덕풍(德豊)이라 하고 '덕풍부원군'으로 명명했다.
이순신 장군은 인조 때인 1643년에 '충무(忠武)'라는 시호를 받았고, 숙종 때인 1706년 충청도 유생들이 조정의 허락을 받아 아산에 사당을 설립했다. 이듬해인 1707년 숙종이 이 사당에 '현충사(顯忠祠)'라는 현판을 내렸다. 이후 정조 때인 1793년 이순신 장군은 일인지하 만인지상(一人之下 萬人之上)의 영의정으로 추증되었다.
서울 덕수공원 답사는 이순신 장군의 증조부와 4대조의 묘가 서울 시내에 있음을 확인하고 경건한 마음으로 참배하는 소중한 시간이 될 수 있다. [정리 / 이봉수 이순신전략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