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프로젝트] 왜 우리는 뉴트로(Newtro)에 열광하는가?

최미연

사진=코스미안뉴스


요즘 트렌드가 된 뉴트로(Newtro). 뉴트로는 새로움이라는 뜻의 ‘New’와 복고풍의 의미를 담은 ‘Retro’의 합성어로, 복고를 새로운 스타일로 정립해 즐긴다는 것을 말한다. ‘유행은 돌고 돈다고 하지만, 한때의 유행이 다른 형태로 나타나 그것을 소비하는 방법에서도 다른 양상을 보이기 때문에 우리는 이것을 뉴트로라고 부른다.


과거 유행했던 패션과 생활소품, 인테리어 등 레트로 감성을 입힌 현대적인 해석에 사람들은 열광하고 있다. 예컨대 하이트진로는 뉴트로 감성 진로 소주출시 72일 만에 약 1104만 병을 판매하며 젊은 세대는 물론 30-40대 세대에게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특히 진로가 전성기를 맞았던 주점을 동일하게 재현한 팝업스토어 두꺼비집을 운영하면서 제품을 직접 경험할 수 있게 해주면서 젊은 층의 관심을 얻기도 했다. 옛 감성을 흥미롭게 수용하는 20대의 특성에 맞춰 캐릭터 개발과 디자인, 광고 홍보 등의 방향을 새롭게 하여 다가간 것이 효과를 얻을 수 있었던 이유다.


그렇다면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발전하는 사회에서 구시대적이라고 지칭하고 치부했던 것들이 왜 다시금 새롭게 우리의 감성을 자극하고, 소비까지 이어지게 될까. 우리는 과거를 그리워하며 과거에 유행했던 것을 다시 떠올려 당시의 향수를 느낀다. 그러나 뉴트로는 과거의 것을 경험하거나 향유하지 못한 세대들에게는 새로운 상품적 가치로 다가오게 된다.

 

각박한 현실에서 과거의 풍요를 추억하다

 

레트로를 반기는 이유는 단순히 과거의 향수를 상기하고자 하는 것이 아닌 풍요로웠던 과거 시대와 그 시대 속에서 살았던 우리가 있기 때문이다. 1990년대 초중반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은 1만 달러에 달했다. 표준화와 몰개성화를 강조했던 이전의 대중문화와 달리, 각자의 개성을 살리면서 다양화를 추구하는 분위기가 만연하게 됐다. 이에 따라 경제적 호황을 누리면서 사회적인 분위기도 젊은 층이 주도해나가며 신세대, X세대, 오렌지족 등과 같은 계층이 매일매일 새롭게 등장하던 시대였다.

수출이 호황을 누렸고, 국가 경제도 덕분에 상향 곡선을 그렸다. 국가 내수 경제 활성화라는 명목 아래 대학생이나 주부들도 신용카드를 발급해주는 카드 회사도 늘어나게 되면서 내수 경제는 정부의 목표대로 활성화를 이룩해내는 데 성공했고, 그에 따라 전 산업 분야의 활성화를 도모할 수 있게 되었다. 신도시 계획에 따라 건설경기가 좋아졌고, 그에 해당하는 인테리어 업계와 패션, 음악 산업 등 침체기 없이 경제력은 상승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노동생산성의 성장기여율은 1990년대 85.3%에서 2000년대로 오면서 106.1%로 급증했다가 2010년대에 76.8%로 급감했다. 이와 같은 노동생산성의 약화는 경제성장률 둔화로 이어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1990년대는 베이비붐 세대 덕분에 노동할 수 있는 인구가 늘었기 때문에 경제의 기반이 강화될 수밖에 없었으며, 근로시간 증가와 고용 증가, 생산가능 인구 증가율이 높았기 때문에 경제성장의 기반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발표한 2019년 경제성장률 전망은 어둡기만 하다. 한국은행은 201810월보다 0.1% 낮춘 2.6%의 경제성장률 전망을 내놓았는데 이는 20122.3% 이후 7년 만의 최저치다. 2010년대 초반을 기점으로 실제 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이는 최근 주력산업이 약화되고 인구의 고령화와 정책에 반하는 저출산 등의 문제로 노동 가능성 인구가 급감함에 따른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국내의 노동생산성 기여율은 떨어지고, 노동 가능 인구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으니 외국 인력의 도입은 어쩔 수 없는 선택지였다. 또한 산업 및 문화 발전에 따라 근로자의 근무시간도 단축되고 주 52시간의 의무화가 법제화되면서 일만 하는 사회가 아니라 이제는 문화를 향유하는 사회적 분위기로 변모하면서 경제성장 또한 새로울 것 없이 유지만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지속되는 청년실업률의 증가와 근로시간 단축, 국가 경제 기반의 한 축을 담당했던 건설경기의 침체와 노동 생산 가능성 인구의 부족 등의 문제가 국가 경제성장률을 위축되게 만들었고, 이에 따라 경제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상황에서 시민들의 소비 심리 또한 위축되기 마련이다. 소비 심리 위축과 물가 상승은 내수 경제에 악영향으로 미친다. 그래서 우리는 소위 잘나갔던’ 1990년대를 자꾸 되뇌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활발했던 경제 상황과 취업 걱정 없이 대학을 졸업하고, 조금만 노력하면 집을 살 수 있었고, 일 할 수 있는 곳이 많아서 가계 경제 걱정은 하지 않고 자녀들을 잘 키워낼 수 있었던 그런 1990년대 말이다. ‘그때가 좋았지라고 말하며 웃을 수 있는 좋은 추억들이 그때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물론 IMF 국제 금융위기가 오기 전까지였기 때문에 경제적 풍요는 그리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국가 경제는 순식간에 무너졌다. 하나같이 허리띠를 졸라맸고, 금 모으기 운동이나 아나바다 운동을 통해 시민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국가 경제를 살리고자 애썼다. 이후부터 국가 경제는 침체하였고, 소비심리 또한 위축되었다. 그 후로 우리는 고통을 분담하며 바뀌는 국가 정책과 산업 분야에 끼워 맞춰졌고, 빚은 겨우 갚고 정상화 되었지만 위축된 심리만은 다시 활성화되지 못한 채 이어지고 있다.

 

뉴트로의 시작, 그 현대적 감성을 소비하다

 

국가 경제의 저성장과 지속 된 실업률 증가, 청년 취업률 하락, 저출산 심화의 문제는 새로운 세대가 체감하기보다 베이비붐 세대와 1990년대를 살았던 기성세대들에게 더욱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예전의 베이비붐 세대가 경제적 호황과 가계 경제의 풍요를 누렸기 때문에 현대에 와서도 주 소비계층은 젊은 세대가 아닌 그들 세대였다. 따라서 그들의 향수를 자극하고, 소비를 끌어낼 수 있는 새로운 유행이 창조되었다. 더불어, 이전 시대를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현대 젊은 층에는 복고의 감성이 새로운 유행으로 다가와 자극제가 된 것이다.


뉴트로의 시작과 유행은 미디어를 타고 순식간에 번져나갔다. 2014년부터 2015년까지 총 5회에 걸쳐 방영된 MBC 무한도전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 프로그램의 반향이 있었다. 당시 프로그램에서는 1990년대 초중반을 풍미했던 대중가요의 가수들이 대거 출연하며 새로운 세대들에게 신선한 음악적 충격을 던져주었다. 대중의 반향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면서 해체되거나 활동을 중단했던 몇몇 가수들은 다시 그룹을 결성하여 활동을 하거나, 개개인으로 방송에 복귀해 활동을 하는 등 과거에서 현재로 올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복고 열풍은 대중뿐만 아니라 해당 가수, 나아가 대중가요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계기가 되었다.


이후 대중들은 옛날 것, 그리고 옛날 것을 다시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에 열광했다. ‘뉴트로 감성이라는 말도 이러한 맥락에서 파생되었다고 할 수 있다. 뉴트로 감성은 쉽게 말해 편안하면서도 따뜻하고 빈티지하면서도 낭만적이고 깔끔하고 세련된 느낌을 준다. 이러한 감성은 SNS를 통해 빠르게 퍼져나갔다.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등 이미지가 중심인 SNS에는 뉴트로 감성을 입힌 소품과 음식, 패션, 인테리어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레트로 매니아들이 좋아하는 롤러장이나, 롤러장을 배경으로 한 광고, 그에 어울리는 촌스럽지만 어딘가 한 조명, 음악은 세대를 아우르는 공간으로써 새로운 역할을 한다. 화보 촬영이나 뮤직비디오 촬영 장소로도 이미 레트로풍 장소로 사랑받고 있다. 또한 카페도 이와 마찬가지다. 오래된 연립주택을 새롭게 개조해 카페를 운영하는 곳이 늘었다. 예전 같았으면 다 부수고 지을 법한 연립주택 건물을 보수하고 벽 한쪽을 트는 오픈 공간으로 재구성하여 노출 콘크리트 기법을 활용해 빈티지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최근에 종영된 드라마의 경우에도 근대시대를 다루면서 의상과 말투, 단어, 배경까지 1920년대의 감성을 담으며 큰 인기를 누렸던 것도 20대의 감성을 자극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장소와 대중문화에서 레트로 감성을 느끼고자 하는 사람들이 들면서 사진을 찍고, 그것을 개인 SNS에 업로드 하면 태그를 달고 무한 확장되었다. 그렇게 입소문을 타고 레트로 감성은 퍼졌고 새로운 소비층이 된 20대는 열광했다. 여기에 기존 30-40대도 공감을 불러일으킬 만한 것이었기에 소비층이 확산되었다고 할 수 있다.


4차 산업이 발전하고 생활에 편리함을 주는 현대 사회일수록 대중들의 감성은 따뜻한 것을 원한다. 다소 냉소적이고, 개인주의에 치우칠 수 있는 현대이지만 레트로 감성에 녹아든 특유의 묵직하고 거친 느낌을 우리는 그것을 다듬고 새롭게 재창조해내면서 새로운 유행을 만들어 간다. 오래 되었지만 세련되고, 거칠지만 따뜻하고, 촌스럽지만 새로운 아날로그적 감성이 성장과 발전뿐인 사회에서 오아시스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뉴트로에 열광하는 것이 아닐까.


대중의 기억과 추억을 기반한 뉴트로 문화는 우리나라 경제와 사회의 한 단면이기도 하다. 지금 뉴트로 문화에는 현재의 경제와 사회문화가 담겨 있고 지금의 뉴트로가 앞으로 어떻게 재창조될지는 또다시 두고 봐야 할 일이다. [글=최미연]

 

 

 



이정민 기자
작성 2021.02.12 05:19 수정 2021.02.12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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