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에서 보내는 메이의 편지] 설날

May Kim

사진=코스미안뉴스 자료


오늘이 구정이네요.

 

아침에 와 있는 몇 개의 문자 메시지에 깜빡 잊었던 설날인지 알았어요. 저는 오늘 오랫동안 못 갔던 한국 장을 보려고 한인타운인 뉴몰든에 갔다 왔어요. 그동안 락다운으로 큰 슈퍼 가는 것도 자제하고 있다 보니 떨어져가는 식용품들이 많아지고, 설이기도 해서 한 아름 장을 보고 왔어요. 오랜만에 만두도 만들어보고 전도 지져서 나름 조촐하지만 설 밥상을 차려보려고요.

생각해 보니 저는 평소 명절이나 특별한 날들을 잘 챙기지 않고 살아왔던 것 같아요. 남편이 조용한 성격에 시끌벅적한 분위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큰 명절에도 우리끼리 집에서 조용히 지내거나 멀리 여행을 가는 걸로 이제까지 해왔는데 요즘 들어 그런 자세를 조금 반성하고 있어요.

나이가 들어가면서 타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한테는 적게라도 서로 모여 정을 나누는 것이 필요하겠구나 하고 느껴졌어요. 다들 소식구의 가족인 사람들이 많다 보니 초대하고 초대받는 것을 무척 반가워 하는 것 같아요. 요즘은 팬데믹으로 만나고 싶어도 못 만나지만 앞으로는 좀 더 적극적으로 행동하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오늘 같이 특별한 날이면 늘 잊지 않고 한국에서 전화까지 해주시는 분이 있어요. 제가 한국에 잠시 살았을 때 저에게 도자기를 가르쳐주신 분이었는데 이 분은 평소 사람들에게 베푸는 걸 좋아하시고 요리 솜씨 도 훌륭해서 누구나 와서 먹을 수 있게 많은 양을 해서 사람들을 먹이곤 했지요. 힘들 텐데 맞이하는 사람들을 지극정성으로 대해 주고 또한 빈손으로 보내는 일이 없을 정도로 무엇 하나라도 챙겨주는 못 말리는 베풂을 하며 살아가는 분이라서 제가 무척 좋아하고 존경해요.

놀라운 사실은 이분은 큰 심장 수술을 2번이나 했을 정도로 위험한 심장병을 가지고 있는데도 어떻게 순간순간을 즐기고 최선을 대해 살아가시는지! 또한 얼굴에는 늘 웃음을 잃지 않고 있어서 오히려 옆에 있는 사람들이 좋은 에너지를 받게 하는 놀라운 능력자이시기도 하고요. 자신의 생명은 지금 보너스이기 때문에 즐거울 수밖에 없고 생사를 넘나드는 수술을 두 번씩이나 했기 때문에 죽음도 두럽지 않다고 하셔서 그분에게 저가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지금도 언제든 위험이 닥칠 수 있는 병을 안고 살지만 늘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삶을 살고 계셔서 옆에서 보는 제게는 삶의 배움은 물론이고, 이런 분을 알고 지내는 저가 얼마나 운이 좋은 사람인가도 느끼게 되었어요.

언젠가 코로나가 종식되어서 한국에 가게 되면 이 분은 제가 제일 먼저 가서 찾아 보고픈 사람이기도 합니다.

저 또한 세상 살아가면서 누군가에게 아쉽고, 보고픈 사람이 되고 싶다는 꿈을 꾸게 만듭니다.

오늘은 이만 쓰겠습니다.

가족들과 즐거운 설 보내세요.

With love,

May


전명희 기자
작성 2021.02.13 11:25 수정 2021.02.13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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