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프로젝트] 점에 대하여

홍지현

사진=코스미안뉴스 DB


점이 모여 선이 되고 선들이 만나 면이 되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점은 모든 형태의 최소 단위이자 기초적인 존재이다. 뿐만 아니라 점은 선과 선이 만나는 연결점이 되기도 하고 선이 꺾어지거나 구부러지는 변주의 중심이 되기도 한다. 이렇게 다양한 점의 역할에 빗댄 표현들이 많음은 그리 놀랍지 않다.

무수히 많은 점들로 이루어진 선과 평면, 입체가 가지는 공간감에 비해 작고 사소한 점 하나의 역할은 다소 무시되거나 평가절하되기 십상이다. 그러나 용을 그리고 난 후에 마지막으로 눈동자를 찍어 넣었더니 그 용이 실제 용이 되어 홀연히 구름을 타고 하늘로 날아 올라갔다는 고사에서 유래한 화룡점정과 같이 점 하나가 무슨 일을 하는 데에 가장 중요한 부분을 완성하는 데에 큰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점 하나가 의사소통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 ‘같은 말이라도 '' 다르고 '' 다르다라는 속담은 살짝 다른 점의 위치만큼이나 사소한 차이에 따라서도 듣기 좋은 말과 듣기 싫은 말로 나뉠 수 있다는 것을 비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실제로도 한글에서는 점의 위치뿐만 아니라 점을 한 개 찍느냐 두 개 찍느냐에 따라 글자와 뜻이 달라지기도 하기 때문에 말 그대로 받아들이더라도 무리가 없는 속담이다.

방점을 찍다라는 말이 있다. ‘어떤 분야에 두드러진 흔적을 남길 만큼 새롭거나 뛰어나다.’ 라고 사전에 명시되어 있는 것처럼 방점은 보는 사람들의 주의를 끌기 위하여 글자 옆이나 위에 찍는 점이다. 무수히 많은 점들중 주목을 받는 방점을 찍기 위해 지금 이 순간에도 열심히 자기 분야에서 노력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누군가는 방점을 찍는 것이 인생의 목표인 반면, 또 다른 누군가는 정점에 오르는 것이 인생의 목표일 수 있다. 학문의 정점이 거나 권력의 정점이거나, 또는 재력의 정점에 오르고자 오늘보다 더 정점에 다가갈 내일을 꿈꾸며 꼭대기를 향해 오르는 사람들은 그 정점을 세상에서 제일 으뜸가는 점이라 여길 것이다.


주목받거나 정상에 있는 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종종 혹은 자주 오점을 남기기도 한다. 찍어서는 안 될 점, 찍지 말아야 할 위치에 찍은 점, 너무 크게 찍어버린 점 등 오점이 되어버린 점들의 사유는 다양하다. 그렇게 명예롭지 못한 결점들을 만들어 내는 인생을 누군가는 부끄럽게 여기고, 어떤 이는 그다지 신경 쓰지 않으며, 또 누군가는 후회를 한다. 한번 찍힌 오점은 지운다고 해서 지워지는 것도 아니고 덮어쓴다고 해서 덮어지지도 않는다.

오점이 한번 찍힌 이상 그것은 평생동안 끌어안고 가야 할 기록으로 남겨지는 셈인데 이렇게 한번 새겨진 오점을 현명하게 대하는 방법은 그 실수 혹은 과오를 잊지 말고 비슷한 종류의 오점을 다시는 찍지 않도록 스스로를 다잡는 것이다. 다양한 색의 작은 점들은 시각적 혼색을 만들어 내어 쇠라를 비롯한 점묘법 화가들의 재료가 되거나 TV의 픽셀로서 정보 전달의 역할을 담당하기도 한다. 정보를 담는 최소의 단위로서 역할을 이행하지만 정보를 전달받는 우리 입장에서는 그 사실을 항상 인식하지는 않는다.

가까이 보면 다양한 형태를 띠고 있지만 멀리서 보게 되면 거의 모든 것들이 점으로 보이기 마련인데, 육안으로 밤하늘의 별들을 관찰할 때와 상공에서 나무들을 바라볼 때가 그러 하다. 보이저 1호가 지구에서 약 수십억 마일 떨어진 거리에서 찍어 보낸 사진 속 창백한 푸른 점 또한 우리에겐 충분히 거대하며 하루에도 수만 가지 일들이 일어나는 이 세상조차 멀리서 봤을 땐 점 하나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우리는 인생을 살면서 인생이라는 도화지에 무수한 점들을 찍고 타인이 남긴 점들뿐만 아 니라 일상 속에서 수많은 점들을 마주하게 된다. 오늘까지의 인생을 되돌아보고 내일부터의 인생을 계획할 때, 이 점들이 어떤 이정표가 되어줄 수 있지 않을까. [글=홍지현]

 


이정민 기자
작성 2021.02.26 11:00 수정 2021.02.26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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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