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프로젝트] 영화 <미성년>

박상준

사진=코스미안뉴스


너 같은 우등생이 질 나쁜 저런 애랑 친구하면 내신이 중요한 지금 되겠어?”

 

김윤석 감독의 영화 <미성년> 감정의 히스테리가 심하게 빗발치고, 요동치는 영화였다. 한 가정의 아버지이자 남편이었던 이가 바람을 폈다. 그에게는 고등학생인 딸이 있었다. 또 그에게는 또 다른 딸이 있었다. 자신의 딸과 친구이자 바람을 핀 당사자의 딸. 영화는 논픽션을 모태로 삼아 픽션으로 구운 듯이 그려낸 초벌구이 작품으로 보였다.


화려한 듯, 화려하지 않은 일상에서 충분히 일어날 일과 같이 도발적인 불협화음의 매력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었다. 김윤석 감독이라고 되어 있어서 배우랑 동명이인인가 했다. 그런데 배우 김윤석 선생님이 감독으로 변신했을 줄이야. 그리고 감독이 직접 열연을 펼치며 시나리오를 총체적으로 다루고 감정을 대입시켰을 줄이야.


영화 <미성년>에서는 현 사회의 교육계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관점이 다소 담겨 있었다. 공부 잘하는 우등생은, 단지 공부를 못한다는 이유로 좋은 친구도 열등생으로 낙인찍듯 했고, 그걸 또 담임교사라는 사람이 제자에게 말을 하고 있었다. 우등생을 위한다고는 하지만, 우등생만을 위하는 구조는 과연 어디에서부터 시작된 것일까를 생각해보게 되는 순간이었다. 열등생도 사람인데, 잘하는 것이 있을 수 있는데 모든 면에서 문제아 취급을 해버리는 것 같은 일부 내용은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도 했다.


사는 게 빡세. 각오는 되어 있어?”


학생들이 한 대사다. 어른도, 성인도 아닌, 좋은 것을 보고, 좋은 것을 먹고, 좋은 것을 배워야 할 학생들이 사는 게 빡세다는 것을 진정어린 표정으로 말할 때, 왠지 모르게 심장이 먹물이라도 빨아들이는 것처럼 먹먹해졌다. 사는 게 빡센 만큼 각오는 되어 있냐니. 그건 좀 더 커서 알아도 충분히 괜찮을 것 같은데. 아직 결혼은 안했지만, 성인으로서 마음으로 미안함을 표했다.


영화 <생일>에서는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했는데, 이번 영화에서도 사회의 부작용을 미안해 해야 했다. 어른은 왜 어른인가. 성인이 과연 학생들과 다를 바는 무엇일까. 항상 저지르는 건 다 큰 성인인데도 그로 인한 직격탄은 자라나는 학생들과 어린이들이 받아야 하고. 나는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미안하다. 부디 너희는 잘 커서 세상의 명암을 모두 빛처럼 밝혀줄 수 있는 훌륭한 사람들이 되어주려무나.


제 동생 죽은 거 아니죠?”


엄마의 뱃속에 결혼해 가정이 있는 유부남의 아기가 있다는 걸 알게 되면서 분개해 했던 여고생이 점차 새 생명을 받아들이려는 좋은 마음을 지녀갔다. 이걸 좋은 마음이라고 표현하는 게 옳은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좋은 마음 같아 보이는 게 참.. 어이없어서 웃음이 났다. 새 생명은 안타깝게도 뇌출혈로 하늘나라에 가야 했다. 이 장면 역시나 아이를 만든 건 다 큰 남여고, 남자는 더구나 가정까지 있고 고등학생 딸까지 둔 유부남인데 왜 죽음은 아이가 당해야 하나 싶었다.


김윤석 감독은 아마 이 부분에서 디렉터스를 걸고 마치 논픽션인 것처럼 어둡고 암울한 현 사회의 구석진 곳을 드러내고자 한 것은 아닐까. 부디 그러하기를. 내 생각대로 사회를 바꿔보자는 혁신과 타파를 첨가한 영화이기를 바랐다. 영화를 보면서 그만큼 느끼는 바가 많았다. 액션이나 코믹 영화는 관객들에게 재미와 놀라움, 그리고 파괴라는 시원시원함을 맛보게 해준다면, 드라마나 감정적인 영화는 관객들에게 가슴 저미는 눈물과 그로 인해 강렬한 감동을 맛보게 해준다는 것 또한 이번 영화를 통해 느끼게 되었다.


네 동생은 운이 좋구나. 찾는 가족도 다 있고


죽은 신생아들을 모아 실은 차가 화장터로 이동하는 장면이 나왔다. 기승전결 중 결로 흐름을 전개하는 부분이었다. 이 장면은 미혼모들과 생명경시 풍조의 치부를 드러내고, 풍조를 들여다봐 달라는 시나리오 작가와 감독의 합작은 아니었을까. 단순히 내 의견이지만, 김윤석 선생님께선 감독이기 이전에 열연을 통해 관객들을 휘어잡는 명배우의 느낌을 살려 좀 더 임팩트 있게 드러내는 것이 좋겠다고 맞장구를 치지 않았을까?


영화 <미성년>은 성인들의 삶과 미성년들의 삶이 어떤지를 비교하면서 대비되게 보여주고 그려낸 참된 작품이었다. 특히나 학생들 역으로 나온 배우 김혜준(주리 역)과 박세진(윤아 역)의 연기가 멋들어지게 맞물려주었기에 4월의 라이징 영화로도 괜찮을 것 같고. 영화 관람은 잠잠했던 일상을 감동과 교훈으로 바람을 일으킬 수 있는 예술작품이다. 관객들이 있어야 배우도 있고, 호평과 비평, 악평이 적절한 조화를 이룰 때 영화도 더 성장할 수 있게 된다. 그렇다면 상영 중인 영화 <미성년>도 성장할 수 있게 해줘보는 건 어떨까? 대한민국이 영화의 열풍을 전 세계로 확장시킬 수 있도록 말이다. 부디 내 소원이 실제로 이루어지기를 조심스레 빈다.[글=박상준]

이정민 기자
작성 2021.03.10 11:28 수정 2021.03.10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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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