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콘라드아데나워재단’과 한국의 ‘서울특별시체육회’가 공동주최한 ‘평화, 새로운 미래를 향한 스포츠의 역할과 전망’이 10월 5일 롯데호텔에서 열렸다.
사단법인 ‘날아’도 ‘콘라드아데나워재단’의 초대를 받아 참여했다. ‘스포츠를 통한 통일로 가는길 - 독일의 경험과 한국의 전망으로’와 ‘평창동계올림픽 이후 남북스포츠교류 정책방향’이라는 주제로 각각 독일의 Manfred Lammer 퀼른대학교 체육학과 교수와 한국의 나영일 서울대학교 체육학과 교수가 발제자로 나왔다.
Manfred Lammer 교수는 분단된 독일의 올림픽 참가과정을 이야기하며 독일의 역사적 과정이 100% 정답은 아니지만 이 속에서 대한민국의 통일 과정에 대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 했다. Manfred Lammer 교수는 "올림픽은 정치를 뛰어넘는 전 세계의 축체로 올림픽의 평화정신을 이어가야 한다"고 하며 분단독일의 역사를 이야기했다.
독일 분단 후 동독과 서독은 대한민국의 상황과 달리 서로 우편과 여행 등 교류가 활발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스포츠에서도 다양한 교류가 서로 이뤄졌다. 하지만 IOC에서는 서독의 올림픽위원회만 인정했고 동독은 서독의 선수단에 편입 합류하라는 권고를 내렸다. 초반에는 동독에서는 이에 반발해 불참했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서독과 동독은 지속적으로 올림픽참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고, 서로의 국가를 부르는 대신 베토벤의 '교향곡 제9번‘을 연주하고, 국기도 독일기 중간에 오륜기를 넣는 등의 중재안을 양국이 서로 받아들이며 단일팀을 구성했다. 이러한 평화분위기는 이후 양국의 갈등이 고조되어 베들린 장벽이 세워지면서 깨지게 된다.
결국 1965년 '마드리드회의'를 통해 동독도 독자적으로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게 되면서 독일은 올림픽은 두 개의 팀으로 분단되어 출전하게 되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경제적으로 상대적으로 떨어진 동독이 엘리트스포츠 및 약물에 의존한 경향을 보이면서 올림픽정신은 점차 퇴색되었다. 그 후 통일이 되면서 이러한 악순환은 끊어졌다.
Manfred Lammer 교수는 "독일의 역사를 돌아보며 교훈을 얻고 이를 기반으로 통일을 소망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통일 과정에서 동독과 서독 양국의 노력도 있었지만 그 사이에서 올림픽정신으로 통일에 대해 노력한 IOC의 역할이 크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스포츠의 ‘자율적 행동’과 정치에서의 ‘다양한 지원’의 합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나용일 서울대학교 체육교육과 교수는 "그동안 대한민국과 북한의 스포츠 교류에 대해서, 전쟁이 없었던 독일과 다르게 6.25 전쟁을 치뤘던 한반도는 스포츠교류가 잘 이루어지지 않았다. 스포츠교류가 상대적으로 보수정권에서는 제한되고 진보정권에서는 활성화된 경향을 보였다."고 한다.
이러한 시소게임의 상황에서 나용일 교수는 올림픽은 단순한 스포츠행사가 아니고 평화를 상징하는 인류의 제전이며 국제 평화유지와 협력의 촉진을 위한 외교적이고 정치적인 공간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평창올림픽을 기반으로 ‘단일팀 및 올림픽공동개최’를 포함한 ‘올림픽을 통한 남북협력’에 대한 지속적 노력이 이뤄져야함을 강조했다.
나용일교수는 평창올림픽 이후 남북관계에 대한 인식이 좋아졌다는 자료를 기반으로 적대적이었던 남북관계 화해에 평창올림픽의 공이 크다고 말했다. 남북 스포츠 교류의 법제화, 올림픽을 통한 평화운동 및 올림픽 가치교육의 확산, 2032년 올림픽 남북공동유치의 성공적 지원을 통해 이러한 분위기의 지속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또한 ‘DMZ마라톤대회’ 및 ‘씨름의 공동개최’와 같은 정부차원의 노력을 넘어 민간차원의 노력도 강조했다. 북한과 남한의 스포츠용어가 다른데에서 나오는 혼란을 방지하기 위한 ‘공동스포츠용어사전’의 공동집필이 필요하다는 점과 엘리트스포츠 위주인 양국의 왜곡된 스포츠정책에 대한 수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공동개최할 ‘2032올림픽’을 통해 북한이 경제발전을 할 수 있음을 주장하며 이 올림픽이 외국기업과 문물의 북한유입을 유발해 북한을 개방시킬 수 있다고 했다. 스포츠중계권의 양도 및 ‘전국체전’ 북한참여와 전지훈련장소로 서로를 이용하는 등 민간 단체와 지방자치단체의 노력도 필요하다며 발제를 마무리했다.
Manfred Lammer교수와 나영일교수 모두 스포츠가 가지고 있는 탈정치적 특징과 평화정신을 강조하며 스포츠가 남북통일의 과정에서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했다. 두 교수 모두 독일의 사례가 모범답안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독일의 사례를 통해 교훈을 얻고 이를 한국의 상황에 맞게 적용한다면 통일의 길이 보일 것이라 입을 모았다.
올림픽 및 스포츠가 지니고 있는 힘을 이해하고 독일의 경험을 반영하며 이를 통해 통일을 열어간다면 통일의 길은 더욱 가까워질 것이다. 평창올림픽으로 다시 시작된 남북한 평화의 길에서 콘라드아데나워재단과 서울특별시체육회가 ‘스포츠를 통한 평화’를 지속적으로 추구해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양동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