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프로젝트] 풍요로운 삶

김선애

사진=코스미안뉴스 DB


탁 트인 곳에 가고 싶을 때가 있다. 도시에 살면 종종 다른 풍경을 보고 싶어진다. 도시에선 아파트를 비롯한 고층 건물로 시야가 막혀 있는 곳이 많다. 이런 곳에 오래 있다 보면 우리 마음도 좁아질 수 있다.


지금 내가 가족과 함께 다니는 주말농장에 가면 사방으로 푸른 산이 보인다. 지난겨울, 새로운 주말농장을 찾으려고 농장 세 곳을 답사했다. 세 번째 농장 터에 들어서자 이곳이라는 느낌이 왔다. 소리 없이 눈 내리는 날, 농장을 둘러보며 올해 이곳에서 농사짓기로 했다. 부드러운 흙을 밟으며, 이렇게 산 가까운 곳에서 농사지으며 살고 싶었다.


작년 말에, 기후활동가 그레타 툰베리와 그 가족이 쓴 책 그레타 툰베리의 금요일을 읽었다. 이 책은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리고, 지금까지와는 다른 삶을 살자고 촉구한다. 책을 읽고 삶 전반을 돌아보았다. 특히 삶에 기본적인 의식주를 생각해 보았다. 과소비는 기후위기를 악화시키기에, 이 책을 읽은 뒤로 1년 동안 새 옷을 사지 않기로 했다. 옷을 만들고 유통하고 폐기하는 과정에서 많은 온실가스가 배출되기 때문이다. 이 결심을 실천한 지 반년이 넘었는데, 생활에 불편함이 없었다.


날마다 무엇을 먹느냐도 기후에 큰 영향을 미친다. 축산업은 목초지, 도살장, 사료 경작지 등을 마련하느라 넓은 땅을 필요로 한다. 그렇기에 벌목의 큰 원인이다. 이러한 이유 등으로 축산업은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한다. 국제연합(UN) 식량농업기구(FAO)의 보고서에 따르면, 축산업의 확대는 특히 라틴아메리카에서 벌목의 핵심 원인이다. 드넓은 아마존 산림 지대의 70%가 이미 사라졌고, 수많은 나무가 잘린 그 땅은 축산업을 위한 목초지로 변해버렸다.

우리 일상의 모든 행동은 온 지구와 우리 자신의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 우리는 오늘 무엇을 먹을지 선택할 때, 육식을 줄여 환경에 해를 덜 끼치는 데 동참할 수 있다. 날마다 우리가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중요하다. 물론 공장식 축산의 열악한 환경에서 사는 동물들의 고통도 간과할 수 없다. 그렇기에 나는 채식을 하고 있다. 동물들의 고통을 줄이고, 기후위기 악화를 막는 데 함께하고 싶기 때문이다. 또 수송 과정에서 탄소를 더 많이 배출하는 외국산 농산물 대신, 주로 생활협동조합에서 국산 농산물을 사는 편이다.


우리나라는 식량 대부분을 수입하고 있다. 기후위기로 농업 생산량이 줄어 식량 수출국들이 식량을 수출하지 않으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먹을 것을 구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그러므로 식량자급률을 높이는 것이 시급하다.

우리 가족은 주말농장에서 기른 싱싱한 채소로 음식을 해 먹고 있다. 나는 올해에도 언니네텃밭(여성농민 생산자 협동조합) 홈페이지에서 만 원을 내고 토종 씨앗 지킴이를 신청해 토종 씨앗을 받아 심었다. 지금은 서울에 살면서 버스로 왕복 두 시간 거리의 주말농장에 다니고 있지만, 머지않아 밭과 가까운 집에서 살고 싶다. 지금은 채소만 기르지만, 언젠가는 밭농사와 함께 벼농사도 지으려 한다. 가족이 먹을 만큼 벼농사를 짓는다면, 자급자족하는 삶에 좀 더 가까워질 것이다. 집과 가까운 논밭에서 가족이 먹을 쌀과 채소를 많은 부분 자급자족하고 싶다.


코로나19 사태는 많은 사람에게 지금까지 우리의 생활방식을 돌아보고, 지금부터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진지하게 생각해 볼 계기가 되었다. 인간의 탐욕으로 인한 자연의 파괴와 그로 인한 기후위기는 인간에게 신종 감염병 등으로 돌아온다. 코로나 사태가 언젠가 진정되더라도, 이와 비슷한 감염병은 언제든 다시 세계에 퍼질 수 있다. 우리가 이러한 감염병 문제의 근원에 대처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과학자들은 그 근본 원인으로 인간이 자연을 파괴해 인간과 비인간 동물의 접촉이 늘어난 것을 든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전 세계 신종 감염병 중 약 75%가 비인간 동물에서 유래한다. 즉 야생동물의 서식지를 보존하는 것이 인간의 건강에도 중요하다. 우리는 더 넓은 관점에서, 자연 보전이 인간을 포함한 동물의 건강과 이어져 있음을 알아차려야 한다. 기후변화 전문가들은 앞으로 코로나19와 같은 신종 감염병이 더욱 자주 나타날 것으로 예측한다. 환경 파괴와 기후변화로 야생동물은 서식지를 잃고 있다. 이러한 야생동물과 인간이 접촉할 때, 야생동물의 몸에 있던 바이러스가 사람의 몸으로 옮겨오면서 코로나 같은 신종 감염병이 발생할 수 있다.

우리는 자연파괴와 기후변화에 대한 책임을 회피해왔다. 기후활동가인 한 고등학생은 기후위기에 대해 친구와 이야기 나눴는데, 친구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우리가 살아있는 동안엔 지구가 안 망하니까 괜찮아. 우리 다음 세대 땐 망할지도 모르지만.”


기후위기에 대한 이러한 무관심은 우리가 물려준 태도일 것이다. 우리가 아니면 누구에게서 청소년들이 이런 태도를 배웠겠는가? 우리는 환경 파괴와 기후변화를 내 문제가 아닌 남의 문제라고 생각해왔다. 이제는 이러한 사고방식을 바꿀 때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우리가 비인간 동물의 건강과 자연 보전을 중요하게 여겨야만 우리도 건강할 수 있음을 분명히 보여주었다.

우리의 기존 생활방식을 반성하고 바꾸는 것이 절실하다. 나 역시 기후위기를 악화시키는 데 가담해왔다. 하지만 이제는 우리 자신과 미래세대를 위해 다르게 살고 싶다. 그동안은 가끔 해외여행을 다녔는데, 앞으로는 비행기를 타고 외국에 다니지 않기로 했다. 비행기는 세계 총 온실가스 배출량 중 2%를 차지하는 등,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기 때문이다. 외출할 때는 숲을 보존하기 위해 손수건을 챙기고 있다. 새로운 습관을 들일 때 처음에는 번거롭게 느껴질 수 있지만, 조금 지나면 자연스럽게 몸에 배게 된다. 이렇게 일상에서의 작은 실천부터 기후위기 대응 정책 마련을 촉구하는 것까지,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나가려 한다.

진정으로 풍요로운 삶이란 어떤 삶일까? 외적으로 화려하지만 좁은 시야에서 만 생각하는 삶보다는, 넓은 시야에서 주위 존재들과 조화롭게 살아가는 삶이 아닐까? 탁 트인 하늘에서 밤이면 맑게 반짝이는 별을 올려다보며, 내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일구어가고 싶다. [김선애]

이정민 기자
작성 2021.04.01 11:32 수정 2021.04.01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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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