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0월 30일 시민정치도서관에서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의 외교안보강의 제2강 '격량 속의 대외전략 환경, 어떻게 볼 것인가?' 강의가 진행되었다. 윤덕민 원장은 지금 전 세계는 중국과 미국 사이에 보이지 않는 패권경쟁이 진행되고 있다고 운을 떼었다.
2008년 미국이 금융위기를 맞으면서 중국은 미국을 따라잡을 수 있다는 희망과 함께, 미국의 경제위기와 함께 찾아온 자국의 저속성장에 대해 걱정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은 경제성장을 위해 자국 경제를 방어하려는 경향을 보였다. 윤 원장은 이를 일본의 제국주의적 모습과 유사한 공세적 현실주의로 정의내렸다. 실제로 이전의 중국은 타이완까지를 핵심이익으로 설정했으나 현재 중국은 타이완을 넘어 남중국해와 한반도까지를 자국의 핵심이익으로 설정하며 한반도를 위협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대외의존도가 거의 100%인 대한민국의 현실에서 이러한 중국의 전략은 위기라고 할 수 있으나 우리 정부는 이에 대해서 별다른 대응을 하지 못한다며 윤 원장은 안타까움을 표했다. 실제로 중국은 대한민국의 영토인 이어도를 남중국해의 영역과 함께 방공식별구역에도 포함시키고 있다. 이어 지속적으로 중국의 정찰기가 대한민국의 영공을 위협하는 등 계속 한국을 견제하고 있다. 이러한 중국의 행태를 윤 원장은 한반도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감소시키려는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중국의 이러한 모습은 국토를 방어하며 통상루트를 보호하는 기존의 화평군기적 인식이 아닌, 아시아 태평양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축출하며 영토와 자원을 확보하려는 지역패권의 모습으로 판단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했다.
윤 원장은 이러한 중국의 모습을 중국이 현재 중진국의 함정에 빠져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중국의 경제성장이 둔화되면서, 중국공산당이 체제붕괴의 위협을 느끼자 시진핑 주석에게 권력을 집중시키며 외부에 능력을 과시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중진국의 함정을 해결할 수 있는 모범답안은 민주화라며 중국은 민주화를 선택하지 않고 권력을 집중화시키며 빅데이터를 통해 전 국민을 통제하려는 경향을 보인다고 중국의 상황을 평가했다.
중국이 2025년까지 산업경쟁력 부문에서 미국을 앞서고 2050년까지 미국을 넘어서는 패권국가가 되는 것을 목표로 외국기업을 유치해 기술을 빼내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고 한다. 반도체, LCD, 배터리 등 대한민국이 강점을 가졌던 기술들이 현재 중국에 계속 따라잡히고 있는데, 대한민국 정부는 이러한 중국의 움직임을 무책임하게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역설했다.
이러한 중국의 모습을 보고 미국은 일본과의 연대를 통해서 중국을 견제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이러한 연대에 끼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하며 그 이유에 대해 대한민국 정부는 미국과 일본의 관점에서 중국에 종속되어 있다고 인식되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중국이 한미동맹의 해체와 주한미군의 철수 근거를 만들기 위해 사드배치에 대해서 반대한 점을 대한민국 정부가 파악하지 못하고 외교부장관이 직접 중국을 찾아가서 사드 추가배치 및 한미일 안보협력이 없다는 내용의 3불가(3No)를 약속하면서 신뢰를 잃었다고 한다.
이러한 굴욕에도 대한민국은 중국에 의해 속국 대우를 받고 있다고 한다. 일본이 전 세계에서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는 모습에도 주목했다. 문재인대통령이 유럽을 순방하며 북한에 대한 제제를 풀어줄 것을 요청했지만 유럽의 반응은 완벽한 비핵화가 우선되어야 한다며 냉담했던 점을 이야기하며, 이는 일본의 주장이 한국보다 유럽에서 더 영향력이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고 지적했다.
일본은 역사적으로 앙금이 남아 있는 중국과 스와프협정을 맺으며 역사와 경제를 별개의 영역으로 삼으며 국가의 이익을 추구하고 있다. 이러한 모습은, 이미 맺었던 스와프협정마저 폐기한 우리와 비교할 때 우려스러운 부분이라고 했다. 일본은 대한민국과의 교역을 점차 줄이고 있으며 중국 거품이 빠진 지금 대한민국은 그 여파로 직격탄으로 맞고 있다고 평가했다. 대한민국이 역사적으로 일본과의 좋은 관계를 기반으로 경제성장을 이루었고 역사 문제를 제외하면 일본은 가장 가까운 우방이기에 일본을 우습게 봐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토 히로부미가 을사조약을 체결하며 조선의 대신들에게 지적한 “나라 살리려 지난 10년간 자네들은 뭐했는가?”를 인용하며 청일전쟁 후 러일전쟁까지 충분히 세계의 페러다임에 적응할 수 있었지만, 이를 하지 못해 결국 을사조약까지 오게 된 사실에서 지금의 대한민국 정부는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했다.
대한민국은 역사를 통해 교훈을 얻지 못하고, 제국주의에 의한 피해자라고 생각하며 변명만 하고 있다는 지적을 했다. 페러다임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 조선을 향해야 할 비판의 화살을 애꿎은 제국주의에 넘기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하는 국제협력이 중요하다며 북한 및 국내정치에만 집중하는 것은 시대적 흐름을 역행하는 것으로 평가했다.
앞으로는 지금과 같은 국제정세에 대한 좁은 인식에서 벗어나, 글로벌 거버넌스를 추구하는 넓은 시야를 가져야 한다면서, 대한민국 정부는 국내정치만을 위한 분열의 정치를 할 것이 아니라 국가와 국민의 이익을 위해 단합을 추구해야 한다고 했다. 끝으로 혼란스러운 국제정치의 파도 속에서 정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함을 강조했다.
양동규기자 dkei828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