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칼럼]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식물인 나무들 중에는 동물에 비해 수명이 긴 것이 많다. 서울 종로구 재동에 있는 백송은 600살이 넘었고, 강원도 정선군 남면 유평리에 있는 느릅나무도 수령이 약 730년 정도 되었다. 경기도 양평군 용문사 은행나무는 나이가 약 1,100년 정도로 추정된다. 미국 삼나무의 일종인 레드우드 중에는 3,500년 동안 청청하게 살아 있는 거목도 있다고 한다. 


3,500년 전이라면 B.C. 1,500년 경 중국의 고대왕조인 은나라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예수나 석가, 공자, 소크라테스가 태어나기 훨씬 전부터 이 삼나무는 건재했었다. 종로구 재동 백송만 해도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한일합병의 역사가 나이테 속에 고스란히 들어 있다.

오늘 국민배우 신성일 님이 81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한국  영화계의 큰 별이 '별들의 고향'으로 돌아갔다면서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81세라면 적은 나이는 아니다. 은막을 배경으로 한 그 분의 일생이 너무 화려하게 각인된 탓인지, 많은 사람들이 그의 죽음을 아쉬워하고 있다.

인간으로 태어나 100년 이상 살기는 쉽지 않다.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지만 수명 하나만 비교하면 저 나무들 보다 얼마나 초라한가. 인간 수명이 평균 80세라고 가정하면, 40번을 거듭 태어나야 미국 삼나무 레드우드의 나이와 견줄 수 있다. 그래서 인생무상이라고 많은 시인과 묵객들이 노래했나 보다. 무한한 자연과 영겁의 세월에 비교하면 인간은 아주 작은 존재다. 이 정도 생각을 하며 사는 사람은 그나마 형이상학적인 부류에 속한다.

하루 하루를 전쟁터 같은 삶의 현장에 매몰되어 살아가는 사람들은 시간이나 공간, 우주나 자연 따위에 대한 이야기에는 별 관심이 없다. 돈을 벌기 위해 죽을 힘을 다해 일하다가 병이 나면, 그 병을 고치려고 번 돈을 다 쓰면서 고생하다가 죽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추상 같았던 권력이 다하고 나면 실의에 빠져 폐인이 되는 사람도 있고, 쌓아 온 명예가 실추되면 우울증에 걸려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도 있다.

오늘 우리 영화계의 큰 별이 하늘로 돌아가는 것을 보고 다시 한번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는 말이 절박하게 와 닿는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이봉수 논설주간


 

















이봉수 기자
작성 2018.11.04 16:25 수정 2018.11.07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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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