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없는의사회 간호사 베라 슈미츠

에티오피아 티그라이에서 인도적 구호활동

사진=국경없는의사회



분쟁 으로 참혹한 위기를 마주한 에티오피아 티그라이에서 활동하며 보고 들은 이야기를 국경없는의사회 소속 간호사 베라 슈미츠(Vera Schmitz)가 전하고 있다.

"활동이 끝나갑니다. 집으로 돌아갈 티켓을 끊고 짐도 전부 챙겼습니다. 에티오피아산 커피와 전통 문양의 스카프로 짐이 가득 찼네요. 마음 속에는 지난 몇 달 간 쌓인 기억과 이야기로 가득합니다. 급작스레 삶이 완전히 바뀌어 버린 사람들, 말로는 형언할 수 없는 일들을 겪은 사람들의 이야기, 상상하기 어려운 극심한 인도적 위기, 그리고 너무나도 부족한 국제사회의 관심과 대응. 분쟁으로 참혹한 위기를 마주한 에티오피아 티그라이에서 활동하며 제가 보고 들은 이야기를 처음부터 천천히 풀어나가려 합니다.

2020년 12월 초, 긴급구호 코디네이터, 로지스티션, 운전자 두 명, 그리고 의료 팀장인 제가 팀을 이뤄 아파르(Afar)로 향했습니다.  현재 티그라이(Tigray)는 외부와 완벽히 차단된 상태입니다. 전화부터 인터넷, 전기까지 모든 게 끊겼죠. 그 어떤 소식도 외부로 발설할 수 없고, 그 어떤 것도 티그라이로 들여올 수 없습니다. 아파르는 티그라이와 인접한 고온 저습한 사막 지역입니다. 티그라이와의 경계에 위치한 의료 인프라는 직접적인 분쟁 발발 지역이 아닌데도 큰 타격을 받았습니다.   

원래 아파르와 티그라이 사이에는 밀접한 교류가 이뤄졌는데, 아파르는 무역, 인력, 전기, 전화 등 거의 모든 영역에서 티그라이에 의존하고 있었죠. 분쟁이 일어나기 전에는 중환자들이 티그라이의 주도 메켈레(Mekele)에 있는 대학병원으로 이송되었지만, 지금은 반대 방향으로 9시간을 가야 합니다. 위중한 환자에게는 너무 먼 거리죠." 

작년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에티오피아에서 인도적 지원 활동을 해온 그녀는 말한다.

"저는 티그라이 주민들이 겪고 있는 인도적 위기를 보고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곳에 와서 보고 들은 것은 제가 2014년 처음 국경없는의사회 활동을 시작했을때부터 지금까지 경험한 어떤 일보다 심각합니다.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무엇보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현재 이곳에 국제 인도적 지원이 매우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모두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아디그랏을 비롯한 티그라이의 여러 지역에서 활동한 지 3개월이 지났습니다. 제가 기록한 여러 문제 중 몇몇은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 개선되었지만, 여전히 균형적이고 종합적인 인도적 대응이 시급한 상황입니다. 많은 지원이 필요하지만, 국제 사회는 여전히 묵묵부답입니다. 이후 몇몇 단체가 티그라이에 오긴 했지만, 대부분 일시적인 지원에 불과했죠. 

티그라이에서 저는 정말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티그라이의 아름다운 풍경도 인상 깊지만, 그보다 티그라이 주민들의 강인함에 깊은 감명을 받았어요. 하지만 이들에게는 희망만이 아니라, 실질적인 도움이 필요합니다. 지금 당장!"

7년째 국경없는의사회의 여러 긴급구호 활동에 참여해 온 간호사 베라 슈미츠(Vera Schmitz)는 최근 분쟁의 영향이 심각한 에티오피아 티그라이에서 의료 팀장으로 활동했다.


최현민 기자
작성 2021.05.04 01:55 수정 2021.05.04 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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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