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바뀐 몸과 머리

영원한 인간 수수께끼

토마스 만

10

 

길 떠난 지 사흘째가 되는 날 그들은 단카카 숲에 이르렀다. 무성한 숲속에 드문드문 성자들이 외따로 살고 있었다. 모든 인간의 욕망을 극복했다는 카마다마나 도사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이 숲 속에서 도 닦는 은둔자들은 하나같이 다른 은둔자에 대해 관심 없이 숲 속에 자기밖에 다른 사람이 없는 줄로 알고 있었다. 이들은 도 닦는 데 있어 여러 가지 다른 수준에서 다른 경지에 이르고 있었다. 가족을 떠나왔으나 때때로 부인을 만나보는 명상과 묵상의 초심자들이 있나 하면 세속을 완전히 떠난 요가수도자들도 있었다. 모든 감각과 욕정을 억제하기 위해 제 살을 칼로 베는가 하면 굶어 죽을 지경에 이르도록 금식하기도 하고 벌거벗은 몸으로 비를 맞으며 땅바닥에 누워 자기도 한다. 그리고 한 여름 더운 날씨에도 네 개의 횃불로 둘러싸여 제 살을 지지고 태우는 고행수도자들도 있었다.

 

이밖에도 며칠씩 땅바닥에 뒹굴거나 발끝으로 계속 서있지 않으면 빠른 동작으로 앉았다 일어 섰다를 끝없이 반복하고 있었다. 이렇게 하다가 건강을 해치고 제 몸의 신격화 증상이 나타나면 이들은 북쪽과 동쪽으로 마지막 순례의 길을 떠난다. 풀도 나무뿌리도 입에 대지 않고 물과 공기로만 지탱하면서. 그러다 몸이 쓰러져 숨이 넘어가고 혼이 브라마 우주만물의 창조신 범천梵天과 하나가 되도록.

 

숲 입구에 살면서 속세와 그래도 접촉을 좀 하면서 가볍게 도 닦고 사는 가족에게 마차를 맡겨놓고 슈리다만, 난다, 시타 세 사람은 숲 속을 헤매면서 카마다마나 도사를 찾는다. 길도 없는 숲속을 헤맨다. 난다가 전에 한 번 그를 찾은 적이 있지만 그때의 그 몸과 같지 않은 다른 몸이었기 때문에 더 감을 잡기 어려웠다. 카마다마나 도사가 있는 거처가 어디쯤이었는지.

 

더러 숲 속 동굴이나 나무둥지에 사는 은둔자들을 만나도 모르거나 모른 체 하는 것이었다. 그래도 이들의 부인들이 남편 모르게 넌지시 방향을 가리켜주곤 해서 숲속에 들어와 하루 종일하고 한 밤을 지낸 뒤 가까스로 그들이 찾는 도사의 거처를 찾게 된다.

 

흰 머리를 땋아 올린 채 마른 나뭇가지처럼 여윈 두 팔을 하늘로 향하고 수렁의 늪 속에 목까지 몸을 담그고 있는 카마다마나를 보면서도 그의 엄숙하고 거룩한 모습에 위압되어 멀찌감치서 그를 바라볼 뿐 그들은 그의 이름조차 부르지 못하고 기다린다. 아무리 오랫동안 기다려도 그가 그들을 못 보았기 때문인지 그 반대로 그들을 보았기 때문인지 꼼짝도 않고 그대로 늪 속에 서 있는다. 그런 지 한 시간쯤 지나서야 늪 밖으로 나오는 그의 벌거벗은 몸은 수렁의 진흙투성이가 되어있다. 그 몸은 살이 하나도 붙어있지 않은 살가죽과 뼈만 앙상한 것이었다. 그러니 그가 벌거숭이라 해도 아무렇지 않았다. 기다리고 있는 세 사람 앞으로 다가오면서 그는 빗자루로 자기 발 앞을 쓸었다. 버러지 한 마리도 밟혀죽는 일 없도록 하기 위해서인 줄 그들은 알고 있다. 불청객 세 사람 앞에 가까이 오자 그는 공중에 높이 쳐든 빗자루로 위협하듯 외친다.

 

썩 물러가거라. 너희들, 한가로운 멍청이들 같으니라고! 사람도 안사는 이곳에서 뭣을 찾는 거냐?”

그러자 난다가 공손히 대답한다.

, 카마다마나 도사님, 저희들이 사정이 다급해서 이렇게 무엄하게 찾아온 것을 용서해주십시오. 저를 기억하시겠습니까? 전에 한 번 찾아뵌 적이 있는 난다입니다. 고독한 은둔생활을 하는 데 대해 깨우침을 얻고자 찾아왔었지요.”

 

내가 자넬 알아볼 수 있지. 적어도 자네 얼굴만큼은. 그런데 그 사이 자네 몸이 못 알아보게 줄어들었구먼. 지난 번 날 찾아왔다 간 후로 내 말대로 고행, 수행을 많이 했는가보군.”

 

깊숙이 파진 눈으로 난다를 꼼꼼히 관찰하면서 그가 하는 말이다.

 

전번에 제게 해주신 도사님 말씀이 제게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얼버무리고 나서 난다는 이번에 다시 이렇게 찾아뵙게 된 사유를 말씀드린다.

 

그렇지만 변한 제 모습은 전혀 다른 이유 때문입니다. 아주 괴이한 이야기라서 저희 세 사람이 같이 말씀 드려 해답을 얻고자 해서입니다. 저희들끼리는 도저히 풀 수 없는 문제라서 도사님께서 해답을 찾아주셨으면 하는 것입니다. 저희들 얘기를 좀 들어보시고요.”

 

그러도록 해보지.”

 

카마다마나가 대답한다.

 

처음엔 내가 너희들을 쫓아버리려 했지. 그러나 그런 충동과 유혹도 난 극복해야 돼. 세상 사람들을 멀리하는 게 극기요 금욕이라면 그들을 참아내는 것은 더 큰 극기요 금욕이라니까. , 이제 너희 방문을 내가 참고 견디어 볼 테니 어디 좀 보자. 너희 세 사람 가운데 농익은 여인도 있고만. 아주 관능적으로 매혹적인 여자야. 날씬한 몸매에다 부드러운 넓적다리와 풍만한 젖가슴, 에잇, ! 배꼽도 아름답고 얼굴도 사랑스럽고 앞가슴이 팽팽한 여인 어서 오시오. 환영하오. 남자들이 그대를 보면 온 몸의 털들이 정욕에 곤두서지 않던가요?

 

아무튼 세 사람의 문제들이 그대 때문 아니던가요? 그대의 유혹 때문에. 그대 만세로다. 그대가 아니었다면 내가 당장 이 두 녀석 젊은 것들을 쫓아 버렸을 텐데 아가씨랑 같이 왔으니 이곳에 있고 싶은 만큼 머무시오. 내 거처 나무둥지로 초대하오. 그리고 대추나무 열매를 대접하리다. 그리고 나서 얘기를 내가 들어보리니. 속세 삶의 이야기는 날 거의 숨 막히게 하겠지만 한 마디도 빼지 않고 죄다 들어볼 것이오. 나 카마다마나는 세상의 어떤 소리도 다 들어볼 수 있는 용기가 있다오. 실은 용기와 호기심이란 것을 구별하기 곤란하지만.

 

어쩌면 내가 이 외진 곳에서 오래 살다보니 세상얘기 듣고 싶어졌는지 모르지. 대추나무열매도 마찬가지야. 내 곁에 놔두는 것은 외면하기 위해서라기보다 그 맛은 안 보더라도 그 멋이라도 보기 위해서지. 그 멋에 취하다보면 그 맛까지 보고 싶어지지. 그런 유혹조차 받지 않는다면 도 닦고 극기, 금욕하는 일이 너무 쉬워진단 말이야. 그래서는 재미가 없지. 따라서 나는 이 대추열매 맛을 안 본다 해도 손님들에게 대접해 손님들이 맛있게 먹는 것을 보고 즐길 수 있단 말이야. 그러면 이 세상의 많은 일들이 착각 속에 일어나는 환각에 불과하듯이 나와 당신들 사이의 차이나 구별이 없어져 그 열매들을 내가 먹은 것같이 되지.

 

한 마디로 줄여보자면 고행 수도 생활하는 금욕주의는 밑 빠진 독이야. 대가리를 잘라버리면 이내 새 대가리 두 개가 생기는 뱀처럼 그 독 속에서 영적인 유혹과 육적인 유혹이 서로 엉켜있으니까. 그러나 그래도 다 괜찮아. 결국 중요한 것은 용기야. , 그러니 나를 따라들 오시게. 세속냄새 피우는, 암내, 수내 피우는 세상의 잡것들. 이 초라한 내 나무둥지에 들어와 세상사는 삶의 온갖 더러운 얘기 하고 싶은 대로 다 해보시게. 내가 잘 들어보리다. 내가 얘기 듣는 재미로 들어본다는 착각에 빠지지 않도록, 그 어떤 망상에 사로잡히지 않도록, 속에 있는 말 하나도 남김없이 죄다 많이 털어놓으면 놓을수록 좋을 거야!”

 

이렇게 말하고 나서 성자는 정글 속으로 길을 인도한다. 빗자루로 발 앞길을 쓸어가면서. 그들이 도착한 곳엔 아주 오래되고 큰 카담바나무 속이 텅 빈 그가 거처하는 나무둥지가 있었다. 자리에 앉으라고 권한 뒤 그는 세 사람에게 그가 말한 대로 싱싱한 대추나무열매를 내놓는다. 그리고 나서 그는 카좆사르가 자세라는 몸가짐을 한다. 요가자세의 한 가지로 두 팔은 뻣뻣하게 아래로 내리고 무릎관절도 단단히 굳힌 채 손가락과 발가락을 붙이지 않고 따로 따로 떼어 벌거벗은 몸으로 정신이 한 점으로 모이도록 정신일도하는 자세를 취한다. 그가 아무 것도 걸치지 않은 벌거숭이 몸이라지만 살이라고 붙어있는 것이 없다보니 아무렇지 않았다. 제일 먼저 슈리다만이 일어나 그간의 사정과 연유를 말씀드린다.

 

논쟁의 초점만 부각시키기 위해서는 얘기의 끝부분으로도 충분하련만 슈리다만은 처음부터 시작해서 난다와 자기 자신의 출생으로 말머리를 꺼내 둘 사이의 우정, 같이 여행길에 올랐다가 샘터에서 쉬면서 난다와 함께 시타의 목욕하는 장면을 몰래 훔쳐본 일, 그 후로 그가 앓게 된 상사병, 난다가 나서서 청혼하고 성사된 시타와의 결혼, 게다가 시타가 처녀 때 난다가 그네 태워주었던 얘기도 빼지 않고 한다. 그밖에 다른 일들, 예를 들어 그가 시타와 결혼한 이후로 보게 된 쓴 맛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는 대신 아주 조심스럽게 암시할 뿐이다. 그 자신의 체면이나 자존심을 살리고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이제는 그럴 필요조차 없어진 마당에서다. 왜냐하면 시타가 왜소한 자기 품에 안겨서도 사모하고 꿈꾸던 난다의 우람한 몸이 슈리다만의 몸이 된 그는 더 이상 아무런 열등감도 수치심도 느낄 필요 전혀 없게 되었으니까. 아니, 그보다는 시타를 위해서, 그녀의 곤란하고 당혹스러울 입장을 고려해서였다. 그러지 않아도 계속 몸 둘 바를 모르고 고개 숙인 채 얼굴을 수 논 머릿수건으로 감싸고 있는 가엾은 시타가 아닌가!

 

난다나 시타는 이미 다 알고 있는 얘기지만 말솜씨 좋은 능변의 슈리다만의 입을 통해 듣게 되는 자신들의 이야기가 그 어떤 신화나 전설 못지않게 놀랍고 재미있게 들렸다. 한편 카좆사르가 자세로 꼼짝 않고 듣고 있는 카마다마나도 흥미진진해하는 것 같았다. 드디어 슈리다만과 난다가 차례로 스스로의 목을 잘라 만물의 어머니 여신님께 제물로 바쳤던 일, 자비로운 여신님께서 목매 죽으려는 시타를 긍휼이 보시고 말린 후 두 시체를 소생토록 일러주셨는데 그만 시타가 엉겁결에 두 남자의 몸과 머리를 뒤바꿔 붙여버린 일까지 말씀드린 다음 마지막으로 세 사람이 풀 수 없어 갖고 온 문제를 들어 카다마나 도사님께 여쭙는다.

 

이리하여 남편의 머리가 친구의 몸에 올라앉게 되었고, 친구의 머리는 남편의 몸에 붙어버리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거룩하고 지혜로우신 카마다마나 도사님께서 결정해 판단을 내려주십시오. 도사님의 판결대로 우리 세 사람이 따르겠습니다. 이 한없이 아름답고 매혹적인 여인이 누구에게 속하는지, 누가 진정으로 이 여자의 남편인지 말씀해주십시오. , 제발 좀 말씀해주십시오. 욕망의 정복자이시여!”

 

난다가 큰 소리로 자신 있게 외친다.

 

시타는 다만 얼른 머릿수건을 가렸던 얼굴에서 벗겨 내리고 그녀의 연꽃 같은 눈망울로 해답을 기다리며 카마다마나 도사님을 우러러 쳐다볼 뿐이다. 벌렸던 손가락들과 발가락들을 모아 붙이면서 카라다마나 도사는 깊이 한숨을 쉰다. 그런 다음 빗자루로 한 자리를 바닥에 쓸고 그 자리에 주저앉는다.

 

피이, , ! 망할 것들 같으니라고. 너희들 셋은 내 맘에 꼭 드는 친구들이야! 아니 나의 최적의 적수들이지! 세상에서 제일가는 가장 큰 골칫거리 이야기를 들을 준비와 각오가 되어있었긴 했다마는, 아이고, 맙소사, 너희들 얘기라니! 가장 뜨거운 한여름 날씨에 횃불을 네 개 지펴놓고 그 속에서 견디는 것이 너희들이 내뿜는 열기 속에서 숨쉬기보다 훨씬 더 쉽겠다. 내 마른 얼굴과 몸에 재라도 바르지 않았더라면 내 얼굴과 몸이 화끈 달아 붉어지는 것을 너희들이 똑똑히 보았을 게다.

 

, 이 어린 것들아, 어린 것들아! 마치 눈 가리고 연자매 돌리는 소처럼 삶의 수레바퀴 돌리는구나. 정욕의 56, 방앗간주인의 갖은 학대와 혹사를 받아가면서 말이다. 이제 그만 좀 벗어날 수 없더냐? 추파던지기, 핥기, 침 흘리기, 욕망에 무릎떨기, 이 모든 짓거리 좀 이제 그만둘 수 없더냐? 너희들 미혹하는 미망의 대상이 너희들 눈앞에 어른거린다고? 그래, 그래, 알지, 내가 다 알지. 사랑의 몸 움직임을. 정욕이 끓어올라 이슬 맺히는 사지, 아니, 오지五指의 발버둥질, 등과 어깨를 유연하고 부드럽게 구부려 끌어당기고 감싸 안기, 킁킁하며, 아니, 끙끙거리며 냄새 맡는 코와, 입 벌리고 서로를 찾는 혓바닥과 그 밑동 혓줄기의 난무, 땀에 흠뻑 젖은 털이 무성한 겨드랑이, 손과 손이 더듬는 허리와 엉덩이, 나긋나긋한 등살과 배꼽으로 숨 쉬는 사랑의 율동, 얽힌 팔, 다리의 황홀한 포옹, 울긋불긋 흥분의 꽃피는 넓적다리와 그 밑에서 요동치는 엉덩이춤의 광무, 이 모두가 다 한데 어울려 높고 낮은 음조로 파도치듯, 아니, 서로를 피리 불듯 희열의 극치에 오르는, 넌지 난지, 네 살인지 내 살인지, 이건지 저건지 모르게, 여긴지 저긴지 모르게, 아니, 하늘인지 땅인지 모르도록, 눈앞에 꽃이 만발하고 별이 총총하도록 얼싸둥둥, 얼싸절싸, 좋고 좋은 것, 나도 다 알고 있지!!”

 

참다못해 난다가 좀 불만스러운 음성으로 말한다.

 

카마다마나 도사님, 그런 것은 우리도 다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 만큼 다른 말씀 그만 하시고 우리가 알고 싶은 점에 대해 말씀해주시면 됩니다. 누가 시타의 남편인지를.”

 

판단은 내려진 것이나 다름없다. 이렇게 자명한 일을 갖고 날더러 판단을 해달라니 너희들 스스로가 알고도 남을 일을 갖고서. 물론 좀 찜찜한 구석이 없지 않아 있지. 친구의 머리를 어깨위에 얹은 남자의 부인 말이야. 결혼할 때 신랑이 오른 손을 신부에게 내밀지 않나? 그런데 그 손은 몸에 달린 것이고 그 몸은 친구의 것이 되고 말았구먼.”

이 말에 난다가 펄쩍 뛰며 기뻐한다. 시타와 슈리다만은 고개를 숙인 채 앉아있고. 그러자 카마다마나 도사가 좀더 큰 소리로 말을 계속한다.

 

그건 단지 전제일 뿐이야. 결론이 내려질 때까지 잠시만 기다리게.”

 

이렇게 말한 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나무껍질로 만든 앞치마 같은 것으로 벌거벗은 몸을 가리더니 재판관이 판결문이라도 낭독하듯 엄숙히 말한다.

 

남편이란 남편의 머리를 가진

자라야지. 의심할 여지없이.

여자가 최고지선의 행복이라면

더할 수 없는 기쁨의 경지야.

팔과 다리, 손과 발 가운데

몸의 뭣보다 머리가 으뜸이지.”

 

잠시 침묵의 시간이 흐른다. 이 말에 이번엔 시타와 슈리다만이 서로 마주 보며 기뻐한다. 반면 풀이 죽은 난다는 머리를 푹 숙이고 맥없이 투덜거린다.

 

조금 전에는 도사님께서 달리 말씀하셨지 않아요?”

그러자 카마다마나 도사님이 대답한다.

내가 끝으로 한 말이 내 판결이다.”

 

이제 의론의 가부와 시비를 따져 결정된 결론이 났으니 난다는 더 이상 불평할 수 없었다. 더구나 카마다마나 도사를 찾아 판결을 내자고 제의한 사람이 바로 자기 자신이었으니까. 뿐만 아니라 도사님의 탓할 데 없는 판단에 이의를 제기할 수도 없었다. 세 사람은 머리 깊이 숙여 카마다마나 도사님께 작별인사를 드리고 떠나온다. 한동안 단카카 숲을 지나온다. 말 한 마디 나누지 않고. 그러다 갑자기 난다가 멈춰서더니 즉석에서 하는 말이

 

두 사람의 행복을 빌어. 난 내 갈 길을 가겠어. 전부터 그러려고 했듯이 나는 이 숲 속에 남아 은둔자가 되겠어. 지금의 이 몸으로는 속세의 세상살이가 벅찰 것 같아.”

 

슈리다만도 시타도 난다의 결심을 바꿀 수도 나무랄 수도 없었다. 수긍이 가기도 했으니. 하는 수 없이 둘은 떠나면서 난다보고 고행 수도하는 데 너무 무리하지 말고 섭생도 게을리 하지 않도록 하라고 신신 당부한다.

 

그건 내가 알아서 할 일이야.”

 

난다가 퉁명스럽게 대꾸한다. 시타가 위로의 말을 하려고 하자 그는 침통한 표정으로 고개를 젓는다. 그런 난다를 보고 시타가 말한다.

 

너무 슬퍼하지 말아요. 잊지 말아 주셔요. 난다가 승리를 거두어 저와 행복한 잠자리를 같이 할 수 있었을 뻔 했던 일을. 저도 잊지 않을 거예요. 그리고 또 고맙게 생각할게요. 제 모든 기쁨과 행복에 대해.”

 

다 필요 없어요.”

난다가 무뚝뚝하게 대답한다. 시타는 그에게 다정히 속삭이기까지 한다.

때때로 꿈속에서라도 난다 당신의 얼굴과 머리를 당신 몸과 팔, 다리에 붙여볼게요.”

그래도 난다의 표정은 어둡기만 하다. 그는 되풀이해 말한다.

다 필요 없어요.”

이렇게 그들은 헤어진다. 하나와 둘이. 떠나려다 말고 시타가 몸을 돌려 난다를 와락 끌어안는다.

 

안녕, 어떻든 당신이 제 첫 남편으로 누가 뭐라 해도 처음으로 제게 남자를 알게 해주셨고 제가 알고 있는 사랑도 가르쳐주셨으며 제 몸속에 있는 애는 당신이 씨를 넣어주신 거지요.”

 

이렇게 속삭이고 나서 시타는 슈리다만에게로 달려간다.

 

 

 

 


서문강 기자
작성 2018.12.07 11:12 수정 2018.12.07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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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