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성 작가의 인명풀이] 한국인의 이름(3)

소리와 소라



우리 주위에 소라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은 꽤 많다. 연예인 중에도 강소라, 이소라 등과 같이 본명이 소라인 사람이 많이 있다. 하지만 소라라는 이름이 어디서 비롯되었는지, 어떤 의미를 지닌 이름인지 아는 이는 거의 없다. ‘소라가 바다의 큰 고둥을 뜻하는 말인 줄로 아는 사람도 더러 있다.

 

[소라/sora]라는 이름을 한글이름으로 짓지 않고 한자식으로 지은 사람도 많이 있다. 그런 경우는 당연히 이름을 한자로 표기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한자로 지었음에도 이름의 의미를 잘 알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한자를 해석해 봐도 이렇다 할 뜻이 잘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소라는 원시어소 [/sur]이 변한 []에서 비롯된 이름이다. 옛날에는 하늘이나 하늘처럼 높은 것을 가리켜 [/sor]이라 하였다. ‘솔개는 하늘 높이 나는 새란 뜻이다. 그리고 일본어 소라(そら)’는 높은 우주를 가리키는 말이다. 한자로는 이라 쓰지만 일본인의 이름 소라속이 텅 비었다는 뜻으로 해석하면 안 된다. 일본의 인명 [소라]는 아주 높고 고귀한 사람이란 뜻의 이름이다. 한국인의 이름이나 일본인의 이름 모두 마찬가지다. “소라라는 이름은 하늘 혹은 하늘처럼 높은 것을 의미한다.

 

[]을 연진발음하여 [솔아(소라)]가 된 것이다. [/]도 서로 넘나들고, [소라/수라]도 서로 넘나든다. ‘박술녀라는 의상 디자이너가 있는데 그 이름에 쓰인 []도 같은 어원에서 비롯된 말이다. ‘정수라라는 가수의 이름에 쓰인 [수라]도 그러하다. 정소라와 정수라는 별 차이가 없는 이름이다.

 

[/]은 넘나들고 그것을 연진발음하면 [소리/수리]가 된다. 전국의 산봉우리 이름 중에 소리봉, 소리산, 수리봉, 수리산이 많이 있는데, 그러한 지명은 아주 높은 산이란 의미를 지닌 이름이다. 가장 높은 꼭대기를 정수리라 하는데 정수리(수리)’라는 단어는 가장 꼭대기를 가리키는 한자 ()’과 역시 가장 꼭대기를 가리키는 우리말 수리가 중첩되어 만들어진 단어다. Top을 의미하는 한국어는 수리이고 중국어는 인데, 그 둘을 합친 말이 정수리인 것이다. 이처럼 동일한 의미를 가진 한자와 우리말이 중복합성된 단어로는 봉우리(+우리), 무당(+), 담장(+)’ 같은 것이 있다.

 

문소리라는 영화배우가 있는데, 소리라는 이름도 마찬가지다. [솔이(소리)]란 이름은 솔아(소라)’와 별 차이가 없는 이름이다. 물론 이들의 이름이 저마다 한자표기가 있을 수 있으며 여기서 하는 설명과는 전혀 상관없는 경우도 있겠지만, 어원을 따져 보면 그렇다는 얘기다.

 

우리말로 [솔이/소리]라는 이름을 한자로 음차하면 素梨(소리), 小莉(소리), 率伊(솔이), 率姬(솔희)” 같은 식으로 쓰게 된다. 한자 을 우리말로 이라 한다는 점에 착안하여 []이란 이름을 그렇게 사음훈차하여 적기도 하였으니 (), 송이(松伊), 송희(松喜)” 같은 이름이 그렇게 하여 나온 것이다. 그러한 경우까지 우리말 이름이라 하기는 어렵지만 변천과정을 알아둘 필요는 있을 것이다.

 

영호남과 제주 등 남부지역 사람들은 [][], [][], [파리][포리]라고 발음하기도 한다. 중부지역 사람들 중 일부는 [발가락][발고락, 발구락]이라 발음한다. 이러한 것을 두고 음이 약간씩 다르게 오락가락한다 하여 부전(浮轉)이라 일컫는다. 사람들은 []이란 이름을 [, , , , , ] 등으로도 발음하였고, 그렇게 하여 사라, 서라, 시라, 슬아, 설아, 세라같은 이름이 나오게 된다.

 

예전 사람들을 보면 은실, 영실, 연실, 복실, 순실등과 같이 [-]이 들어간 이름을 많이 지었는데, [-]은 동일한 어원 원시어소 [/sur]에서 인명조성어로 분화된 말이다. [-]은 마을 사람을 지칭하는 인명용접미사처럼 쓰이는데, 본래는 큰 인물을 뜻하는 말이었다.

 

이 인명조성어 [-]시퍼렇다, 시커멓다, 시뻘겋다에 쓰인 강세접두사 []와 같은 어원에서 분화된 말이다. 국어사전에서 슭곰이라는 단어를 찾아보면 몸집이 큰 곰을 일컫는 말이라고 설명해 놓았는데, 슭곰의 [] 역시 같은 어원에서 분화된 말이다. 한국어 을 일본어로는 구마(くま)’라 하고, ‘슭곰을 일본 고어로 시구마(しぐま)’라 하였는데, [][]는 그 어원이 같다.

 

앞에서 [/sor]이 하늘 혹은 하늘처럼 높은 것을 일컫는 말이라 하였는데, 하늘의 아들 즉 천자(天子)를 순우리말로는 솔곧이라 하였다. 백제 초고왕(肖古王)이 바로 그 [솔곧]이란 순우리말을 한자로 음차하여 적은 것이다. 초고왕을 소고왕(素古王) 속고왕(速古王)이라고도 적었는데, 당시에는 우리 고유의 문자가 없었기 때문에 우리말로 [소고(솔곧)]라 일컫는 이름을 그러한 한자들로 차자한 것이다. 일본의 스이코(推古)여왕도 마찬가지다.

 

그러니까 한예슬의 [], 태현실 [], 채시라의 [시라], 이세라의 [세라]가 모두 같은 어원에서 비롯된 말이라는 얘기다. ‘, 솔이(소리), 솔아(소라)’도 같은 어원에서 비롯되었고 이들 모두가 사실상 같은 이름이라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으니, 이제는 한솔이란 이름도 어떤 의미를 지닌 이름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은 크다는 뜻이다. 대전(大田)을 우리말로 한밭이라 한다는 점을 참고하면 쉽게 알 수 있다. [][]은 사실상 같은 말이다. 발음만 조금 다를 뿐이다. 본래는 같은 말이었는데 후대로 내려오면서 [, ]으로 발음과 표기가 달라진 것이다. [한길][큰길]을 보면 알 수 있다. 본래 Big road에 해당하는 우리말은 아래아로 표기할 수 있는 [칸길(khan)] 정도였는데 그것이 [한길, 큰길]로 달라진 것이다.

 

그러면 한솔이란 이름은 다 파악이 된 셈이다. 그냥 큰 소나무란 뜻이 아니다. 아마 모르긴 해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솔이란 이름을 그렇게 여겨왔을 텐데 이제부터는 똑바로 알아야 할 것이다. 아주 큰 것을 가리키는 []과 아주 높은 것을 가리키는 []이 합쳐진 이름이다.

 

가수 솔비의 본명은 권지안이고 솔비는 예명인데, 아명을 예명으로 삼았다 한다. 어릴 때 할아버지가 지어준 아명이 솔비였다는 얘기다. 알려져 있기로는 할아버지가 화투 패에서 따온 이름이라 하지만 잘 몰라서 하는 소리일 것이다.

 

[솔비]는 가장 높은 사람이란 의미의 이름이다. 신라 진평왕 때 수을부(首乙夫)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 이름과 정확히 통한다. [수을부수을부이수을비]와 같은 형태로 변음된 것이다. 솔비의 할아버지도 그 유래를 정확히 알지는 못하고 예로부터 조상들이 지어온 이름이라 마치 관습처럼 손녀에게 붙여준 것일 테지만, 결과적으로는 그 어떤 작명가보다 더 좋은 우리말 이름을 지어준 셈이라 하겠다.





[최규성 작가 ] 계백과 김유신』『소이와 가이』『타내와 똥구디등의 인명풀이 시리즈가 있다. 





편집부 기자
작성 2018.12.13 11:08 수정 2018.12.13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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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