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규 기자의 눈] 이순신장군의 작품 읽기

죽은 장졸들을 제사 지내며 바치는 글

 


祭 死亡 軍卒文(제 사망 군졸문) : 죽은 장졸들을 제사 지내며 바치는 글

 

사람이 지은 글에는 그 사람이 추구하는 가치관이 드러난다. 자신이 처한 상황이 부정적인 상황이라면 좌절에 빠지기 쉽다.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한 글을 쓴다면 모든 탓을 환경으로 돌리기 쉽다. 하지만 이순신 장군은 그러지 않았다. 죽은 장졸들을 제사 지내며 바치는 글 祭死亡 軍卒文(제사망 군졸문)을 보면 극한 상황 속에서 이순신 장군이 보인 태도가 잘 나타난다.

 

본영을 떠나 한산도에 진을 친 조선수군의 상황은 최악이었다. 전염병이 창궐했고 한산도에는 식량도 비축되어 있지 않아 장졸들이 굶주림으로 죽어갔다. 이러한 상황인데도 조정은 조선수군에게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았다. 이순신 장군이 죽은 장졸들의 제사에 올린 제문이, 정조 때 발간된 이충무공전서에 수록되어 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祭 死亡 軍卒文(제 사망 군졸문) : 죽은 장졸들을 제사 지내며 바치는 글

 

親上事長(친상사장) : 윗사람을 따르고 상관을 섬겨

爾盡其職(이진기직) : 너희들은 직책을 다하였건만

投醪吮疽(투료연저) : 부하들을 위로하고 사랑하는 일

我乏其德(아핍기덕) : 나에게는 그런 덕이 모자랐노라

招魂同榻(초혼동탑) : 그대들의 넋들을 한자리에 부르노니

設奠共享(설전공향) : 여기에 차린 제물을 받으시라

 

제문에는 자신이 처한 환경을 탓하는 모습이 전혀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죽은 장졸들은 자신의 본분을 다했지만, ‘자신이 덕이 부족해서 장졸들이 피해를 입었다며 스스로를 자책하는 이순신 장군의 모습만 보인다. 이순신 장군은 자신의 부하들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을 제문에 담았을 뿐, 조정에서 최소한의 지원조차 하지 않는 것에 대한 원망을 하지 않았다.

 

부하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제문에 고스란히 드러나 있듯이 이순신 장군은 죽은 장졸들의 유골을 거두고 제문을 지어 경건하게 장사를 지내 주었다. 이는 남을 탓하지 않고 자신의 본분을 다하는 진정한 리더의 모습이다.

 

이순신 장군은 위로는 충성을 다하고 아래로는 부하를 아끼고 사랑했다. 처한 환경을 탓하거나 원망하지 않고 묵묵히 최선을 다했다.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최선을 다해 하고 그 나머지는 하늘의 뜻에 맡기는 진인사대천명의 자세로 나라를 구했다.

 

오늘날에도 많은 사람들은 각자의 역할에서 목표를 위해 노력을 하지만 노력의 결과가 늘 성공을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성공할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아무리 주변 환경이 자신을 도와주지 않는 상황이라 해도 상황만을 탓해 자포자기하는 것자신의 본분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의 차이는 크다. 미래의 성공 가능성을 볼 때 전자는 계속 자신의 상황에 머물게 하지만 후자는 더 높은 가능성을 제시해 준다.


물론 쉬운 삶의 모습은 아니다. 하지만 좌절만 하는 것은 스스로가 가지고 있는 미래의 가능성을 버리는 모습이다. 많은 사람들이 현실의 벽 앞에서 좌절한다. 청년들의 현실이 아무리 절망적인 상황이라 할지라도 이순신 장군의 祭 死亡 軍卒文(제 사망 군졸문)을 통해 볼 수 있듯이 자력사랑그리고 정성의 이순신 정신으로 당당하게 헤쳐나간다면 헬조선헤이븐조선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양동규 기자 dkei8282@naver.com


편집부 기자
작성 2019.04.02 08:02 수정 2019.04.02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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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