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간세설] 천도(天道), 코스미안의 길

이태상

 


201212월 유네스코의 인류무형문화유산에 아리랑이 등재됐다. 생각해보면 아리랑과 홍익인간은 K-POP과 인도주의의 원조가 아닌가. 우리나라 고유의 종교 천도교의 성서라고 하는 동경대전(東經大全)에 이런 구절이 있는데 삶과 사랑의 붓글씨를 쓰는 우리 모두에게 좋은 지침이 된다.

 

사람이 붓을 어떻게 잡는지 잘 좀 살펴보라.

정신을 가다듬고 고요한 마음으로 글씨를 쓴다.

찍는 점() 하나로 글 전체가 크게 달라진다.

 

이 글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인생은 살기에 달렸고 운명은 스스로 개척하기에 달렸다는 것 아닐까. 어떤 사람들은 교주 최제우가 시작한 이 하늘 천(), 길 도(), 가르침 교()는 우리나라에서도 교세가 미미한 이름만의 종교라고 하겠지만, 세계의 모든 종교들 가운데서 그 가르침의 내용은 제쳐놓고라도 그 이름 석 자가 그 어느 종교보다 더 사람을 계몽 하고 선도하는 뜻을 갖고 있다. 천도교의 가르침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원리가 있다.

 

첫째는 인내천(人乃天)이라고 사람이 곧 하늘이란 뜻으로 소아(小我)인 인간과 대아(大我) ()을 동일시, 인간과 우주가 하나라는 것. 다시 말해 소우주 인간과 대우주 자연이 함께 하늘의 신비와 조화를 드러낸다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천도교를 통일교라 부를 수도 있으리라. 하늘과 땅이, ()과 양(), 여자 남자, 우리 모두 각기 반쪽님들이 결합, ‘하나님으로 통일될 때 우리 또한 우리의 또 다른 너와 나의 소우주를 창조하는 대우주 곧 창조주 하느님이 되는 것일 테니까 말이다. 현실적으로 풀이하면 인간과 인간, 인간과 물질 사이에 높고 낮음이나 자타(自他)가 없다는 것. 따라서 물질이 인간의 우상이 되거나 사람이 사람의 주인이나 노예가 되어서는 안 되고 모든 사람은 서로 서로의 분신으로 하늘의 뜻을 따라 사람의 도리를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도성덕립(道成德立)으로 우리 각자 자아완성을 통해 이상적인 사회를 건설하자는 것이다. 셋째는 지상천국(地上天國) 이란 인내천의 최종 목표로서 이 세상을 지상천국으로 만들어 보자는 것이다. 그러자면 어리석고 잘못된 생각들을 버리고 마음 문을 열어 모든 이웃과 친목을 도모하며 사회정의와 국제평화를 통한 인류애를 증진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단순하고 소박한 삶의 지표는 다른 종교에서 말하는 것 같이 이 세상 삶을 가볍게 보라든가, 인간은 원죄를 타고난 죄인으로서 수난이나 신앙을 통해 속죄함을 받아 내세에 천국에 들어가라는 게 아니고, 초월인으로서의 신()의 자선적인 구원이나 허락과 상관없이 내세가 아닌 현세에서 우리 자신이 최선을 다해 행복하게 잘 살아 보자는 것이다.

 

이 천도교의 가르침은 배타적이고 이기적 선민사상에 젖은 다른 종교들의 교리와는 판이하다. 유대교의 선지자나 예언자들은 자유나 평등보다 독선 독단적인 정의를 부르짖으면서 유대인 아닌 다른 모든 인종들을 이방인으로 배척했고, 기독교의 복음 전도자들은 현세에서의 행복보다는 내세에서의 구원을 강조하면서 자기들이 섬기는 신과 구세주를 믿지 않는 다른 모든 사람들을 이교도 미신자로 낙인찍는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천도교 사상은 우리 단군의 홍익인간 사상이며 고대 그리스의 인도주의 휴머니즘 사상과 일맥상통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빌건대 고요한 아침의 나라에서 불어오는 신선한 바람처럼 천도교의 홍익인간 사상이 정감 넘치는 아리랑 가락을 타고 신명나는 K-POP을 통해 온 인류에게 천도(天道) 코스미안의 길을 보여주었으면 한다.

 

언뜻 내 막내 조카의 어릴 적 회상이 떠오른다.

 

걸음마도 떼기 전 아주 어렸을 때 시골집 마루에서 혼자 뒹굴며 하루 종일 놀던 때가 있었어요. 엄마는 장에 가시고. 햇빛의 색깔과 촉감이 달랐어요. 아침의 햇살과 한낮의 더운 기운 그리고 저녁에 지는 해의 스며드는 느낌이 구름과 바람, 하늘과 별과 달, 새와 벌레소리, 주위의 모든 것이 나 자신과 분리되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였는지 몰라도 난 조금도 무섭다거나

외롭다는 걸 모르고 그냥 즐겁고 편안했어요. 또 좀 컸을 때였어요. 보리밭 옆 풀숲에 펴 논 포대기에서 일어서다간 넘어지고 몇 걸음 걷다간 넘어지고 하면서 길을 따라 언덕배기까지 아장걸음을 했었나 봐요. 그때 내 키보다 큰 보리줄기들이 흔들거리는 것이 눈에 띄었어요. 솨아아 솨아아하는 소리도 들리고요.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하나의 장엄한 황금나무숲이 내 눈앞에서 흔들리고 있었어요. 하늘과 땅, 세상천지가 다 함께 웃음소리를 내며 춤을 추는 듯 했어요. 나도 한가지로 어우러져 온 우주와 더불어 흥겨웠던 것 같아요. 이것이 내가 처음으로 듣고 본 아니 체험한 대자연의 음악이며 교향시였어요. 그때 그 황홀했던 기분과 느낌은 그 어떤 말이나 글로도 도저히 표현할 수 없어요.”

 

돌아가, 돌아갈거나 원점으로





편집부 기자
작성 2019.10.23 08:35 수정 2019.10.23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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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