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봉의 삶의 향기] 체 게바라의 일기

 




낡은 모터사이클을 타고 떠나는 청년의 이름은 에르네스토. 23살의 의학도. 고향 아르헨티나를 넘어 칠레, 페루를 가로지르며 남미 대륙을 몸으로 체험키 위해 길을 나선다.

 

친구 미알과 함께 배낭을 메고 나선 위에서 그는 가난에 찌든 이웃들의 얼굴을 만난다. 땅을 잃고 황량한 광산으로 향하는 늙은 노동자 부부. 침략자의 상흔이 뚜렷한 고대도시 쿠스코에서 수공품을 파는 병든 인디오들. 정글 사이에 묻혀있는 파블로 나환자촌의 뭉그러진 주민들

 

K, 영화 모터사이클 다이어리(The Motorcycle Diaries) 보셨습니까? 전설적인 혁명아 게바라가 아직 '(che)' 불리기 이전 대학생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브라질 감독 살레스는 게바라와 그의 친구 그라나도, 청년이 여행 일기를 열어 그들이 밟았던 여정을 서두르지 않고 쫓아갑니다. 호숫가 시골의 정겨운 . 흰 눈 덮인 안데스의 연봉들 사이로 희미하게 지는 . 그리고 잉카제국의 마추픽추 유적지를 바라보며 경이와 감격 속에 나누던 뜨거운 포옹

 

청년 게바라는 남미 대륙이 낙원이 되길 바랐습니다. 낭만적인 꿈을 품었던 의학도가 어찌 폭력혁명으로 거대한 대륙을 불사르려 했는지, 그것도 배낭여행을 마친 불과 8 후에 쿠바의 마에스트라 산맥 속의 게릴라 전사로 변신했는지, 영화는 그의 영혼을 천천히 열어 보입니다. 안데스 산록에서 날아온 장의 엽서처럼 혁명의 붉은 빛이 아닌 대륙의 신선한 초목의 색깔로 보여줍니다.

 

K, 아시다시피 게바라는 그의 무장 혁명의 이상을 실현키 위해 1956 카스트로를 만납니다. 그리고 쿠바 혁명을 성공시킵니다. 젊은 , 번에 걸친 남미 답사 , 게바라는 이미 민초들의 극심한 가난의 해결책은 무력 혁명 밖에 없다고 확신한 터입니. 인간의 병 치유 보다 본질적인 모순, 제국주의의 착취가 빚어낸 3 세계 가난을 타도하기 위해 항거하는 것이 자신의 사명이라고 단정합니다.

 

그는 59 쿠바 혁명에 성공한 후에도 권력의 양지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카스트로의 후계자로 주어진 정치적 특권의 유혹을 뿌리치고 내전 중이던 아프리카 콩고로 달려가 혁명을 지휘합니다. , 그는 볼리비아로 잠입, 혁명의 불씨를 남미 전역에 확산시키려다 67 정부군에 체포되어 두 팔이 잘린 처형되었습니다. 불과 39.

 

그의 혁명가로서의 위대성은 혁명을 자신의 영달에 이용하지 않고 끝까지 민중 곁에 섰던 구도자의 모습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프랑스 철학자 사르트르는 그를 "우리 세기의 가장 성숙한 인간"이라고 불렀지요.

 

K, 게바라가 간지도 벌써 50년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가 추구했던 무장 혁명은 남미의 어느 나라도 가난에서 해방시키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쿠바처럼 공산 독재와 경제적 고립으로 피폐해져 갔습니다. 폭력적 수단은 아무리 목표가 숭고해도 결국 폭력으로 망할 밖에 없다는 역사적 교훈을 다시 실감합니다.

 

K, 무장 혁명의 허상이 깨어진 지금, 게바라가 다시 살아난다면 그가 어떤 과업에 헌신했을까요? 저는 단언컨대 남미의 자연을 지키는 일에 몸 바쳤것이라고 믿습니다. 그가 젊었던 , 모터사이클을 타고 목도했 수려한 산하들, 그래서 일기장에 또박또박 새겨 놓았던 경이로운 자연을 보호하는 전력을 다했을 것이라고 추측해봅니다.

 

지금 남미 대륙은 심각한 환경문제로 앓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공해가 아마존 정글의 벌채와 광산 개발로 인한 오염이지요. 그중에 브라질과 베네수엘라 국경 지역의 대규모 금광 채굴로 빚어진 수은 오염은 심각합니다. 수은으로 사금 입자들을 응집시켰다가 금만 정제하기 위해 태웁니다. 그 때 수은은 증발해 사람들의 들어가지요. 물로 씻으면 먹이사슬인 생선을 통해 사람 쌓입니다.

 

수은은 중추신경이 마비되는 미나마타병을 일으키는 맹독성 중금속입니다. 특히 유아의 신경 발육에 치명적이지요. 생계를 위해 광산으로 모여드는 가난하고 무지한 남미의 이농민들과 노동자들은 광산 폐수와 중금속의 위험 앞에 아무 책 없이 노출돼 있습니다.

 

K, 저항하는 젊은이들의 우상으로 대학 기숙사 벽마다 걸려있던 게바라의 초상(肖像) 기억하시지요. 검은 베레모에 흩날리는 머리칼, 굳게 다문 입술. 그리고 타는 눈빛으로 그의 시선은 곳을 응시하고 있습니다.

 

볼리비아로 떠나오기 직전, 자신의 귀여운 자식들에게 '코끼리 ' 키스를 보낸다고 했습니다. 그가 후세에게 물려줄 희망의 나라를 바라본 틀림없습니다. 그는 처형된 눈을 반쯤 죽었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그가 한 번눈을 감지 않은 빈민들의 수호자라고 말했습니다. 아마도 자연의 큰 파수꾼이기도 했을 것입니다.

 



[김희봉]

서울대 공대, 미네소타 대학원 졸업

Enviro 엔지니어링 대표

캘리포니아 GF Natural Health(한의학 박사)

수필가, 버클리 문학협회장

1시와 정신 해외산문상수상






편집부 기자
작성 2019.10.23 08:58 수정 2019.10.23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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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