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간세설] 꽃과 무지개

이태상

 


인식(認識) 아니 어쩌면 인식(人識)이나 성찰 없는 삶은 살 가치가 없다는 소크라테스의 말대로 눈을 크게 뜨고 내 주위를 둘러보니 이 잔혹상이 여러 형태로 세계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음을 보았다. 백인들이 흑인종 황인종을 착취하고 압제하듯 백인들이 백인들을 착취하고 압제한다. 그런가 하면 채찍에 신음하는 피압제자들은 똑같이 야비하고 비열한 증오심과 가혹성을 드러낸다. 저보다 약한 동족이나 이웃에게. 그래서 나는 정신적 영적 스승을 통해 위로와 위안을 받고, 사람은 누구나 저마다 개개인의 삶에서 최선을 찾아 스스로를 구원해야 한다고 믿는다.”

 

이것은 자마이카 태생의 미국 흑인 작가 클로드 맥케이(Claude McKay 1889-1948) 가 한 말이다. 이웃나라 일본의 군국주의자들이 저지른 만행 중에 특히 우리나라의 종군위안부 성노예 정신대와 강제 징용 배상판결 등 과거사에 대한 일본정부의 반성과 사과가 부족하다고 아직까지도 말이 많지만 우리 조상이 못나고 힘없어 일본의 식민지가 되었다가 6.25 란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고 아직도 분단의 역사가 이어지고 있지 않은가.

 

얼마 전 한국 갤럽 여론조사 결과를 보니 한국인의 약 50%가 종교를 갖고 있고 그 중 20%가 불교, 19%가 기독교인데, 불교, 기독교를 막론하고 신도들이 그들이 믿는 종교 단체에 가장 바라는 바가 헌금이나 시주를 강요하지 말 것과 그들이 내는 돈을 좀 더 많이 불우이웃을 돕는데 써달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요망사항은 제발 좀 종파분쟁을 그만 두어달라는 것이었다. 흔히 신문 지상에 각종 의연금이나 성금 기부자 명단이 대문짝만큼 크게 나고 교회 주보에는 헌금 액수와 헌금자 명단이 있으며 특별 헌금을 한 신도와 신자를 위해서는 목사나 스님이 특별 기도나 특별염불을 해준다.

 

사람도 아닌 하느님이나 살아있지도 않은 예수나 석가모니가 왜 그토록 돈이 필요하며 그토록 큰 집 교회나 성당, 또는 절 등이 필요하단 말인가. 하느님이 정말 계시고 인격보다 훨씬 더 훌륭한 신격의 소유지이시라면 인간들이 그 어떤 장대하고 화려한 건물을 짓고 그 어떤 경건하고 엄숙한 종교의식을 통해 그 분을 찬양하고 그 분께 예배드리는 것보다 인간, 동물, 심지어 식물의 탈까지 쓰고 우리 가운데, 그것도 가장 낮고 천한 곳에 거()하시는 우리 자신 스스로를 왼손이 하는 일을 바른 손이 모르게 서로 힘껏 돕고 사랑하는 것을 훨씬 더 좋아하고 기뻐하시리라.

 

자고이래로 거짓말쟁이일수록 말끝마다 정말, 참말, 진짜인데 하고, 애국애족심이라고는 콧수염 털끝만치의 그림자도 없는 해국해족자(害國害族者)일수록 애국애족자연 하며, 하느님의 뜻을 더할 수 없도록 거역하고 배반하는 자들일수록 제 시꺼먼 뱃속을 채우기 위해 그 더욱 소리 높여 하느님의 이름을 부르며 팔아오지 않던가. 그래서 신약성서에서 예수도 당시 학식 많은 높은 신분의 학자와 종교인들인 바리새파 교인들을 회칠한 무덤이라 하고 사두개파 물질주의자들을 독사의 새끼들이라고 했으리라. 오늘날 그리고 지난 2천여 년 동안 예수의 가르침과는 정반대로 행동하고 살아온 사람들일수록 자신을 크리스천 기도교인이라고 자칭해 온 것 같다.

 

그러니 예수가 이천여 년 전 죽었다가 실제로 부활했건 안 했건, 또 앞으로 정말 언젠가 재림하든 안 하든, 그의 영혼이라도 살아 있다면 지난 2천여 년을 두고 계속 통곡에 통곡을 했을 일이다. 특히 그의 이름으로 정신적인 정신대(挺身隊)로 끌려 나가 짓밟힌 수많은 희생양들을 위해. 아직도 계속해 십자군에 동원되고 있는 수많은 제물들과 노예들, 다시 말해 선악, 흑백의 아전인수 격 독선 독단적인 가치관의 노예들과 이러한 위선적 가치관과 선민사상 그리고 백인제국주의자들의 제물들을 위해서 말이다.

 

그래서 우리에게 여러 가지 종교가 없다면 우리 모두 형제자매로 한 가족처럼 살 수 있을 텐데라고 칼릴 지브란도 탄식했으리라. 마땅히 모름지기 우리 모든 사람 속에 살아 있을 어린애 코스미안 순례자를 옛 소련의 천재 소녀 시인 니카 투르비나(1974-2002)가 대변하고 있으리라.

 

날 무섭게 하는 것은

사람들의 무관심이에요.

우리의 냉담한 무관심이

세상을 삼킬 것만 같아요.

작은 이 우리의 지구를.

우주 한 가운데서 뛰는

코스모스 이 작은 심장을.

 

또 이 작은 심장의 대변아(代辯兒)점치기(Telling Fortunes)’라는 시에서 이렇게 탄식한다.

 

내가 점쟁이라면

그 얼마나 좋을까

난 꽃으로 점치고

무지개로 세상의

모든 상처들을 다

아물게 할 텐데.

 

What a shame that

I’m not a fortune teller.

I would tell fortunes

only with flowers

and I would heal

the earth’s wounds

with a rainbow.

 

[이태상 / 미국 뉴욕주법원 법정통역관] 

전명희 기자​

 


편집부 기자
작성 2019.11.18 10:22 수정 2020.09.12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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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