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기자의 눈] 부산커피박물관에서 느낀 감흥

다가올 2020년대에는 다양한 개인이 배려하고 화합할 수 있길 바라며


 

2010년대를 보내는 연말을 맞이해서 1227일에서부터 29일까지 친구들과 부산을 다녀왔다. 23일이라는 기간이 그리 긴 시간은 아니었기에 많은 관광명소를 구경하지는 못했지만, 디저트를 먹으러 들린 전포동에서 우연히 들어간 부산커피박물관은 특히나 인상깊었다. 부산커피박물관에서 삶을 살아가는 긍정적인 자세에 대해 되돌아볼 수 있었다.


2018년에 개장한 부산커피박물관은 커피 잔, 그라인더, 로스터기 등 커피와 관련된 기구 및 한국과 세계의 커피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조성된 공간으로, 국가나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박물관이 아닌 개인이 운영하는 무료관람이 가능한 박물관이다.


박물관을 구경하며 어떻게 한 개인이 이렇게 많은 용품을 모으고 무료로 공개할 생각을 했는가에 대한 의문이 들었고 마침 박물관 관장이 현장에 있기에 질문을 했다. 이에 대한 관장의 답은 간단하면서도 울림이 있었다. “자신이 커피를 좋아하기도 하고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경험을 남겨주는 것에서 보람을 느꼈어요.”라는 소박한 대답은 다른 거창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질문을 한 스스로가 부끄러워질 정도였다.


부산커피박물관 관장의 대답에 스스로 부끄러움을 느끼면서도 또다른 한편으로는 바쁜 일상 속에서 잊고 있었던 배려의 가치를 느끼게 해줬다. 자신의 작은 배려가 타인들에게 자신이 행한 배려 이상의 행복을 주고 스스로에게도 보람을 느끼게 해준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다만 이러한 진리는 각박한 적자생존의 사회현실 속에서 남보다는 나를 더 생각하게 되면서 등한시 되어왔다.


이러한 상황 속 부산에 찾아온 관광객들을 위해 자신이 모은 소장품을 타인을 위해 박물관의 형식으로 공개한 부산커피박물관 관장의 생각은, 잃어버린 과거의 공동체를 되돌리고 화합하는 미래로 나갈 수 있는 작은 실천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다양한 개인이 서로 배려하고 화합할 수 있는 사회는, 제도를 바꾸는 거창한 행위가 아닌 사소한 실천에서부터 만들어진다. 갈등이 심화되어버린 현대사회가 제도가 아닌 개개인의 사소한 행동에서 시작되었듯, 갈등의 건전한 해소도 사소한 행동의 변화부터 시작될 수 있다. 우연히 들린 부산커피박물관이었지만, 그 속에서 미래의 화합하는 공동체의 희망을 볼 수 있었다


2010년대는 갈등의 시대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다사다난을 넘는 다난다난한 시대였다. 앞으로 찾아올 2020년대는 이러한 갈등이 더욱 심화되는 것이 아닌, 사소하지만 타인을 배려하는 정신이 꽃피울 새로운 세대여야만 할 것이다. 2020년대에는 부산커피박물관과 같은 사소한 실천이 모여 병든 공동체를 치유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

 

양동규기자 dkei82.nara@gmail.com


편집부 기자
작성 2020.01.01 07:30 수정 2020.01.01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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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