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차영의 대중가요로 보는 근현대사] 아침의 나라에서

박건호·길옥윤·김연자

 




경자년(庚子年) 새 해가 밝았다. 경자(庚子)는 육십 간지 중 37번째, 납음은 벽상토(壁上土)이다. 경은 백()이므로 하얀 쥐의 해이다. 쥐는 부지런한 동물의 상징이기도 하다. 이즈음에 음유할 유행가는 <아침의 나라에서>가 좋으리라. 이 노래는 1986년 제10회 아시아경기대회와 1988년 제24회 서울올림픽대회와 관련이 있는 대중가요다. 아시아경기대회 4개월 전에 발표되었었고, 1988년 서울올림픽 주제가 공모전에 출품하여 결선에서 코리아나가 부른 <손에 손잡고>에 밀린 곡, 결국 폐회식 때 불렸다. 시인 출신 작곡가 박건호(1949~2007, 원주 출생)가 노랫말을 짓고, 치과의사 출신 작곡가 길옥윤(1927~1995, 영변 출생)이 멜로디를 얽어서 엔카의 여왕 김연자가 불렀다.

 

모두가 다정한 친구처럼/ 모두가 다정한 형제처럼/ 우리의 가슴이 열리는 곳/ 오 서울코리아/ 사랑이 넘치는 거리에서/ 바람이 시원한 강변에서/ 일류의 꿈들이 피어난다/ 오 서울코리아/ 푸른 하늘에 나부끼는 깃발은/ 세계가 하나로 뭉쳐지는 평화의 손길/ 모이자 모이자 아침의 나라에서/ 모이자 모이자 우리 함께 달리자// 나라와 나라는 이웃처럼/ 나라와 나라는 가족처럼/ 모두가 하나로 이어지는 곳/ 오 서울코리아/ 찬란히 떠오른 햇빛 아래 언제나 이 땅은 아름답게/ 지구의 미래는 밝아온다/ 오 서울코리아/ 푸른 하늘에 나부끼는 깃발은/ 세계가 하나로 뭉쳐지는 평화의 손길/ 모이자 모이자 아침의 나라에서/ 모이자 모이자 우리 함께 달리자.(가사 전문)

 

https://youtu.be/BLpTKch2eR8

 

노래 제목, <아침의 나라>는 피렌체 출신 영국의 작가·탐험가 A. 헨리 새비지 랜도어(A. Henry Savage-Landor, 1865~1924)1895년에 발표한 책, <고요한 아침의 나라>(Corea or Cho-Sen : The Land of the Morning Calm)에 소개된 우리나라다. 이 책은 탐험가·고고학자이기도 한 그가 일본을 거쳐 조선·중국을 경유 한 여행 중 우리나라 방문 때에 쓴 기행문이다. 모험 광 랜도어는 27세였던 1889년에 요코하마를 시작으로 극동지역과 오스트레일리아 여행을 했다. 일본을 거쳐 조선을 방문한 그는 민영환(1861~1905. 서울 출생, 호조판서 민겸호의 아들) 등 당시 권력가들의 초상화를 그리기도 하고, 조선 사람들의 생김새와 일상의 모습들을 스케치 했다. 이 책에는 그림들과 함께 조선인들의 다양한 문화에 대해 섬세하게 묘사했다. 책은 당시 외국인의 눈에 비친 조선의 단면을 볼 수 있는 기록이다.

 

서울 아시아경기대회는 1986.9.20.~10.5일까지 서울에서 열렸다. 이 경기는 1951년 인도 뉴델리에서 제1회가 개최된 뒤 1986년 제10회 대회가 우리나라 서울에서, 영원한 전진(Ever Onward) 이라는 표어 아래 27개국 48백여 명이 25개 종목으로 기량을 겨루었다. 이때 19천여 명의 각 분야 요원들이 잠실올림픽경기장을 중심으로 33개 경기장에서 활약한 결과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루었다. 이 대회에는 54천여 명에 달하는 자원봉사자들이 활동하였고, 우리나라는 금메달 93개를 획득하여 종합 2위를 했었다. 이 경기는 우리나라가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을 누른 첫 대회였다.

 

아시아경기대회를 수행한 조직은 1982423일 발족 된 서울 아시아경기대회 조직위원회(SAGOC)가 시초이며, 이 조직위원회는 19832월 서울올림픽대회조직위원회(SLOOC)와 통합된다. 사무총장사무차장본부장1, 1·13·58과의 기구였다. 이 대회에 사용된 33개의 경기장 중 15개는 신설하였고, 54개의 연습장은 대부분은 각급 학교나 실업팀의 기존체육관으로 충당하였다.

 

김연자는 1959년 광주광역시 출생, 197416세에 <말해쥐요>로 가수의 길로 들어섰다. 광주 수피아여고를 졸업하였으며, 우리나라 홍익기획·일본 YJK company 소속이다. 그녀의 대중적인 인기는 1981<노래의 꽃다발> 트로트 메들리 음반을 발표하면서다. 이후 <진정인가요>, <수은등>, <씨름의 노래>, <아침의 나라에서>, <10분 내로>, <아모르 파티>, <쟁이쟁이>, <천하장사> 등 히트곡을 이어간다. 김연자는 28세에 <아침의 나라에서>를 불렀다.

 

경자년은 역사적으로도 밝음과 어둠이 겹치는 간지의 해였다. 먼 옛날 신라 헌강왕 6, 880년도 경자년. 동국통감에 의하면, 왕이 신하와 더불어 월상루에 올라서 보니, 서울(경주) 안에 집들이 즐비하고 노래와 악기 소리가 비등하였다. 왕이 돌아보며 말하기를, “내가 요즘 듣건대, 민간에서 지붕을 기와로 덮고 띠를 쓰지 않으며, 숯으로 밥을 짓고 땔나무를 사용하지 않는다 하니, 그러한가?”하니, 신하가 대답하기를, “신도 일찍이 들은 일이 있습니다. 성상께서 임어(臨御)한 이래로, 날씨가 온화하고 바람과 비가 순조로와 풍년이 들어 백성들이 풍족하며, 변경이 편안하고 시정이 즐거워하니, 이는 모두 성덕의 소치입니다.”하니, 왕이 기뻐하며 말하기를, “사실 경들이 보좌한 데 힘을 입은 것이지, 짐이 무슨 덕이 있겠는가?”하였다. 한편 우리의 현대사의 구부러진 질곡의 정치적 변혁, 4.19의거가 있었던 1960년도 경자년이었다.

 

예로부터 나라의 태평과 질곡을 민초들은 지도자의 운수(運數)와 덕()에 견주는 풍습이 있었다. 신시시대(神市時代)로부터 오늘날 까지, 그리고 호모사피엔스의 인류가 지속될 때 까지 누가 이 시류의 물결을 멎게 할 수 있으랴. 2020년 새 해 첫 달, 34년 전 김연자가 열창을 한 <아침의 나라에서> 유행가를 반추하면서, 1140년 전 신라 헌강왕의 치덕(治德)이 오버랩 됨은 왜일까. 흰 쥐 띠의 해, 사랑하는 조국 대한민국의 평안과 순행을 기원한다.



[유차영]  

솔깃감동스토리연구원장

음유시인 / 문화예술교육사


 









편집부 기자
작성 2020.01.03 12:40 수정 2020.01.03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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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