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기자의 눈] 누가 EXO 첸에게 돌을 던질 권리를 부여했는가

 



오늘날 인터넷 댓글창은 기사에 대한 스스로의 생각을 적고 의견을 나누는 공간이 아닌 대상에 대한 집단 공격의 장소가 되고 있다. 누구나 인터넷을 접하고 댓글을 쓰는데 거리낌이 없는 상황 속에서, 포털사이트 기사의 댓글로 기사의 대상이 되는 인물을 비난한 내용이 적힌 댓글을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2020113일에 발표된 EXO 첸의 혼전임신과 결혼 소식을 알린 기사는, 공격의 장소가 되어버린 댓글창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네이버 연예뉴스에서 EXO 첸의 혼전임신과 결혼 기사를 처음 접했을 때, 축하할 일이고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였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축하와 응원의 댓글이 많을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부정적 반응이 긍정적 반응보다 훨씬 많았다.

 

혼전임신에 대한 책임감에 주목해서 멋있다는 의견과 상황이 변했다 하더라고 한번 팬은 영원한 팬이라고 응원하는 댓글도 간혹 있었지만, 팬들에게 말도 하지 않고 바로 결혼과 혼전임신을 한 것에 강조를 두어 팬들에게 사과하고 스스로 아이돌 그룹을 탈퇴하라는 비난 댓글들도 다수 존재했다. 극단적인 댓글로는 유부남이 포함되어서 그룹을 망치고 있다는 내용의 글까지도 존재했다.

 

댓글의 비난과는 달리 EXO의 첸의 행동을 잘못된 것이라 판단하기는 애매하다. 오히려 책임감이 사라지고 있는 현대 사회의 모습에 귀감이 될 수 있는, 자신이 한 일에 대한 책임을 지는 모습을 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팬들은 비난을 이어나가고 퇴출을 요구하며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까지 장악하고 있다. 범죄나 불법적 행위도 아닌 한 개인의 단순 혼전임신과 결혼이, 특정 대상에 대한 탈덕(팬 활동을 철회하는 것)사유가 되고 실시간 검색어 조작을 통해 그룹을 탈퇴하라고 압박을 줄 수 있는 사유가 될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

 

열애설과 결혼을 ‘팬들에 대한 기만과 신뢰의 문제’라고 비난하는 팬들은 아이돌의 구성원 개개인을 소유물의 개념으로 인식하는 것 같다. 그들은 소유물이 자신을 이탈했기에 분노한다. 엄밀히 따지자면 아이돌은 문화를 제공하는 서비스이고 팬들은 그 서비스를 향유하는 소비자일 뿐이다.


열애설과 결혼이 서비스 제공에는 크게 문제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서비스가 아닌 구성원을 소유의 개념으로 생각하는 일부 팬들은 자신의 아이돌이 자신을 배신했다는 생각 아래 비난을 이어나간다. 


사실상 그릇된 팬심의 발현으로, 아이돌 개인이 서비스의 제공을 넘어 자유와 인격까지도 자신을 위해 맞춰야 한다는 이기적 마음을 지닌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적정선을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물론 이번 첸의 결혼이 콘서트나 앨범 활동에서 전혀 언질이 없었던 갑작스러운 발표였기 때문에 일부 팬들의 느꼈을 당혹감은 공감된다. 하지만 그러한 당혹감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개별적 존재인 아티스트를 무조건적으로 비난하는 행위에 대한 면죄부를 주지 않는다. 아이돌의 음악을 사랑하고 그들의 문화를 즐기는 팬들이, 아티스트를 개별적 인격체로 대우하며 그들의 행복을 응원하고 서비스를 즐길 수 있는 문화가 형성되기를 바란다.


 

양동규 기자 dkei82.nara@gmail.com





편집부 기자
작성 2020.01.15 10:40 수정 2020.01.15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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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