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드림의 싫존주의] 공무원이 문신을 하면 무슨 큰 일 이라도 나는가?





한 병무청 공무원이 자신의 몸에 문신을 하였고, 이에 대해 품위유지 의무 위반으로 감봉 3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보통의 경우 감봉 3개월 징계는 음주운전이나 성추행 수준의 죄를 지었을 때 처해지는 징계 수준이다. 그 공무원은 정말 음주운전이나 성추행 수준의 죄를 지었나?


다수의 여론은 "그래도 공무원이 그래선 안 된다"는 것이다. 그들의 뇌리 속에 공무원은 2:8 가르마를 타고 한물간 정장이나 니트를 입고 현실성 없는 법령에 얽매여 일처리를 미루다 절묘하게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는 스킬을 보이면서도 ‘반듯한’ 이미지를 주는 인재상 이었을 것이다.


여기서 이미 중대한 문제가 있다. 왜 그들은 자기 멋대로 타인의 외모에 자신의 기호를 강제하는가? 상대가 민간기업의 직원이 아니라 공무원이기 때문에? 공무원은 업무와 무관한 개인의 사적인 영역에까지 국가의 보편적 이해와 정서에 대해 눈치 보는 것이 맞는가? 그런 식이라면 초등학교 교사가 학교 인근 치킨집에서 무려 생맥주를 마시는 것을 지적하는 학부모의 지적도 정당하게 된다. 그럴 때마다 꼭 꺼내드는 핑계가 있다.


‘국민의 정서’
이것을 솔직하고 풀어내면 ‘오지랖 넓고 남 일에 간섭하기 좋아하는 일부 국민들의 뒤에서 타인을 험담할 때’ 자주 사용하는 명분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들이 문신을 했건 신이 되었건 관심이 없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관심을 줄 이유가 없다.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 건 그의 외모가 아니라 그가 맡은 직무다. 그가 땡땡이를 치지는 않는지 이 나라의 행정력을 개선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지에 대해서만 관심을 가지면 된다. 그가 어떤 옷을 입고 어떤 노래를 좋아하는 지는 관심을 가질 이유가 없다.

하지만 이 나라는 여전히 개인의 사생활보호 보다 국민정서를 중시 여기려는 변종 국가주의자들이 넘쳐난다. 그리고 공무원은 개성적이면 안 되는 이유가 있나? 이 나라의 행정에서 가장 큰 문제 중의 하나는 사회의 변화속도를 법제도가 따르지 못함에 있다. 새로운 사회 문제가 대두 될 때마다 꼭 빠지지 않는 것이 ‘관련 법령의 미비’다. 세상이 변하는 속도를 법제도가 따라오지 못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담당공무원은 늘 법조문의 토씨 하나하나에 고민하면서 현실성 없는 대처를 하곤 한다. 그 결과물은 사회의 이익보다는 담당자인 자신에게 책임이 돌아오지 않는 선을 지향하기 마련이다. 공무원이라고 해서 처음부터 저런 식 일리는 당연히 없다. ‘그래도 공무원은’ 따위의 낡은 시선이 저들을 저렇게 만드는 것이다.

 

그냥 당신이 개인적으로 싫은 일에 ‘사회’를 들먹거리지 마시라. 통제란 확장성을 가지고 있어서 정말 무서운 것이다. 일제는 제일 먼저 단발령을 통해 조선인의 머리스타일을 통제했다. 그 다음엔 흰옷을 입지 말라는 복장을 통제했다. 그 다음엔 조선말을 통제했다. 처음에는 뭣 모르고 한 두 가지씩 막힌다는 생각이었는데 말미에 가서는 내 고유한 영역을 통째로 잃어버리게 된 것이다. 무엇보다 비극적인 것은 이 따위 통제가 전통이 되어 우린 해방이 되어서도 외관을 통제 당했다.


다 큰 어른의 장발과 미니스커트가 무려 단속의 대상이었다. 심지어 21세기가 되어서도 이 나라의 학생주임 교사들은 학생들의 두발을 통제했다. 그러면서 공부하는데 방해 된다느니 하는 소리를 들먹거렸다. 농민의 상투를 강제로 자르던 일본 순사가 일하는데 방해가 될 것이라고 말한 것과 무엇이 다르나?


역시 친절한 금자 씨 말이 맞았다.


너나 잘하세요.




[강드림]

다르게살기운동본부 본부장

대한돌싱권익위원회 위원장

비운의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

 




편집부 기자
작성 2020.02.11 11:41 수정 2020.02.11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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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