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한다’라고 하면 대체로 부정적 느낌이 든다. 그러나 어떤 목표에 대한 집념이나 열정의 측면에서 생각한다면 긍정적으로 생각할 부분이 있다. 책을 한번 탐해보자. 탐독! 속된 것이 아닌 책을 탐하는 것이기에, 탐독은 더 좋은 느낌으로 다가온다.
탐한다는 것은, “어떤 것을 가지거나 차지하고 싶어 지나치게 욕심을 낸다.”라는 의미. 그렇지만 ‘탐독’은 세상 탐하는 일 중엔 가장 바람직하지 않을까 싶다. 문제는, 싫은데 억지로 하는 독서가 탐독이 될 수 없으며, 의무적으로 하는 책 읽기가 탐독이 될 리 없다.
탐하는 독서, 어떻게 할 것인가. 이 물음은 속독, 다독, 완독(玩讀) 등 여러 독서 방식에 대한 방법상의 문제가 아니라, 책을 읽으면서 느끼는 기분이나 감정, 즐거움, 만족감에 대한 반응을 중시하는 것이다. 달리 말한다면, 독서를 통해 “주체할 수 없는 호기심이 칡넝쿨처럼 경계 넘어 마구 뻗어가는 것”이라고 표현하면 어떨까.
그 과정에 속독과 다독을 할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그러나 탐독은 재미있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를 때, 몰아의 경지에 빠져들 때, 읽는 즐거움으로 인해 허기(虛飢)마저 잊고 시간 속을 유랑할 때, 그리고 “조금만 더, 조금만 더”를 스스로 주문하게 될 때 가능할 것 같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간을 넘어서는, 시간을 비우는, 시간에 국한되지 않는 ‘차분한 독서’가 제격일 것이다.
잘 익은 과일을 한입 깊이 베어 물때 나오는 ‘향기롭고 달콤한 즙’. 누가 마다하겠는가, 그러한 것이 ‘탐독’이라면.
[신연강]
인문학 작가
문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