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계봉의 인문기행]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여계봉

여계봉 2020/3/21




중국 전한(前漢) 원제(元帝)의 궁녀였던 왕소군(王昭君)은 중국4대미녀 중 하나이자 당대 최고 의 미인이었다. 하늘을 날던 기러기()가 왕소군의 아름다움에 반해 떨어졌다고 하여 낙안(落雁)이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미모가 대단했다. 그러나 궁녀들 초상화를 그리는 궁중화가 모연수가 자기에게 재물을 바치고 아부하는 궁녀들의 모습만 아름답게 그려서 황제에게 올렸는데, 왕소군은 뛰어난 용모를 지니고 있었지만 가난한 집안 형편 때문에 뇌물을 주지 못해 형편없이 그려지는 바람에 입궁한 지 수년이 지나도록 황제인 원제에게 간택되지 못했다. 마침 끊임없이 한나라를 위협하던 흉노의 왕 호한야(呼韓邪)가 원제에게 혼인 화친을 청하자, 한나라에서는 제일 못생긴(?) 왕소군을 시집보내기로 결정했는데 왕소군이 흉노로 시집가는 날 원제가 왕소군의 용모를 처음 보고는 크게 놀랐다. 그는 왕소군을 흉노로 보내기 싫었지만 이미 결정된 일이라 돌이킬 수가 없었다. 후에 원제는 크게 노하여 모연수를 죽이고 그의 재산을 몰수했다.


춘래불사춘. 12만 평 청매실 농원은 마치 흰 눈이 내린 듯 온통 매화로 뒤덮여 있지만, 인적은 간데없다.



오랑캐의 나라로 시집간 비련의 여자 왕소군은 이역만리 흉노 땅에서 봄을 맞이할 때마다 돌아갈 수 없는 고향을 늘 그리워했다고 한다.

 

이를 두고 당나라 측천무후의 좌사였던 동방규는 소군원삼수(昭君怨三首)’에서 다음과 같은 시를 남긴다.

 

호지무화초(胡地無花草)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오랑캐 땅에는 화초가 없으니

봄은 왔어도 봄이 봄 같지 않구나

 

봄이 도래하였는데 실정이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뜻으로 지금도 널리 회자되는 명시구이다. 왜 오랑캐 땅이라고 화초가 없으랴 마는 정 붙일 곳이 아니니 봄이 되어도 봄 같이 마음 설레임이 없다는 뜻이다.

 

오늘은 춘분(春分)이다. 향긋한 봄꽃의 향기가 산자락으로부터 살갑게 다가오며 춘풍이 스치며 지나가는 곳곳마다 파릇파릇 돋아난 이파리가 봄의 향취를 가득히 풍겨주고 있지만, 지금 전 세계가 중국의 우한시에서 발생한 바이러스성 호흡기 질환 코로나19로 불안에 떨고 있다.


어느새 봄의 기운이 온 사방에 깃들어 봄이 더 성큼 다가왔는데도 봄에 대한 예찬을 조심스러워 선뜻하지 못하고 있고, 꽃구경 가서 봄기운을 즐기려는 상춘객이 아예 사라진 것은 아마도 코로나19 때문일 것이다.



섬진강의 푸른 물결과 황금빛 모래 위로 흩날리는 홍매화 꽃은 한 폭의 수채화다. 코로나19를 섬진강 강물에 실어 보낸다.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불안은 끊임없이 정보를 추구하게 만드는데, 불확실한 정보는 오히려 불안과 스트레스를 느끼게 하고 이성적인 판단을 어렵게 만든다.

 

"내가 있는 곳은 감염에 노출되지 않았고, 깨끗하며, 안전해!"라는 인식을 머릿속에 상기하는 것이 필요하다. 긍정적인 피드백이 머리에서 돌게 될 때 두려움, 불안, 걱정을 이겨낼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럴 때일수록 가족과 친구, 동료와 SNS 등의 소통을 유지하며 네트워크를 형성함으로써 스스로 '고독의 성'에 갇히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작금의 상황에서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말만큼 우리에게 위로를 주는 표현이 있을까?

우리는 늘 주기적으로 위기를 겪어왔고, 모두가 놀랄 만큼 위기를 잘 해결해왔다. 서로 위로하고 남을 배려하는 우리 민족의 DNA를 십분 발휘하여 슬기롭게 코로나19를 극복해보자.


 

여계봉 선임기자

 















여계봉 선임기자 yeogb@naver.com



편집부 기자
작성 2020.03.21 11:05 수정 2020.09.14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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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