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상의 항간세설] ‘그냥’의 미스터리

이태상

 


스타워즈(Star Wars)에 출연했던 나탈리 포드만(Natalie Portman 1981 - ) 주연의 영화 블랙 스완(Black Swan 개봉 2010)’도 있지만 경제학 용어로 검은 백조(black swan)’라 하면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일이 일어나는 현상을 의미한다.

 

16세기 영국에서 특정 이론을 검은 백조(black swan)’로 빗대어 희지 않은, 우리말로 고니라고 부르는, 백조(白鳥)란 있을 수 없다고 믿었기에 생긴 말이라고 한다. 그러다 17세기 호주에서 검은 색깔의 백조가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을 우리는 정말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이탈리아의 천문학자 갈릴레오(Galileo Galilei1564-1642)는 태양이 지구의 주위를 돌지 않고, ‘지구가 태양의 주위를 돌고 있다는 르네상스 시대의 폴리머스(polymath-많은 지식을 가졌다는 그리스어 polumathes에서 유래한 말로 다수의 주제 영역에 걸쳐 전문 지식을 가진 사람을 지칭함) 폴란드 태생의 코페르니쿠스 (Nicolaus Copernicus 1473-1543)의 금지된 이론을 지지했다가 종교재판에 회부되어 유죄판결을 받고 비참한 노후를 보내다 세상을 떠났다. 그러나 갈릴레오가 그때 재판을 받았던 교황청으로부터 350년 뒤 1992사과의 말을 듣게 되지 않았는가.

 

이는 비단 과학에서뿐만 아니라 스포츠와 문화계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다. 백인들 전용 스포츠이던 골프와 테니스에서 비백색(非白色) 흑인 타이거 우즈(Tiger Woods 1975 - )를 비롯해 윌리엄스 자매(The Williams sisters: Venus Williams 1980 and Serena Williams 1981 - ) 그리고 양용은, 박세리, 박인비 등 한국 골퍼들이 있지 않은가.

 

어디 그뿐인가. 미국의 흑인 발레 무용가 미스티 코플랜드(Misty Copeland 1982 - )2007년 아메리칸발레시어터(American Ballet Theatre) 솔리스트(프랑스어: soliste)가 되었다가 2015년 최초의 아메리칸 발레시어터 흑인 수석 무용수 발레리나로 탄생한 것은 백인 세상인 발레계에서, 마치 미국 정계에서 첫 흑인 대통령으로 버락 오바마가 당선은 물론 재선까지 된 일 못잖게, 그야말로 경천동지(驚天動地)할 일이었다.

 

또 어디 그뿐이랴. 한국전쟁으로 잿더미가 된 한반도에서 구호물자로 입에 풀칠이나 하고, 미군부대 식당에서 나오는 음식쓰레기 끓인 꿀꿀이죽으로 연명해가며 고아수출국으로 이름난 한국에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김용 세계은행 총재를 배출한 데다 미군들이 코를 막고 꿀달구지(Honey Wagon)’라 부르던 똥 달구지나 끌던 한국의 현대/기아 자동차가 온 세계를 누비게 되었는가 하면 한국 드라마와 영화, 그리고 K-Pop을 위시(爲始)BTS의 인기가 옛날 영국의 비틀즈(The Beatles) 인기에 못지않지 않은가. 게다가 현재 온 인류를 공황장애와 마비 상태로 빠뜨리고 있는 코로나바이러스 역병을 다스림에 있어 대한민국이 최고의 선진국으로 전 세계의 사표(師表)가 되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그러니 인간 세상에서 정답이란 없고 그냥이란 미스터리 (mystery)만 있는 것이리라. 예부터 소위 일컬어 정답(正答)’ 이란 게 흔히 기득권자의 독선과 독단에서 나오는 인위적인 아전인수(我田引水)식 주의(主義)와 주장(主張)이 아니었던가.

 

201576일자 미주판 중앙일보 오피니언 페이지에 실린 문화산책 칼럼 보이지 않는 사람들에서 김은자 시인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인간은 관계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확인한다. 누구도 나를 보지 못하고 나 또한 나 자신을 보지 못한다는 것은 존재감의 상실이다. 문학의 힘은 세상이 말하지 못하는 것을 말하고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아 절망 가운데서도 희망을 말하는 것이다. 곳곳에 널려 있는 투명인간들이여, 손을 맞잡고 눈을 마주쳐 보자. 누가 그랬던가? 사람은 사랑받고 있을 때 가장 행복하다고. 보인다. 이제야 당신이 보인다.”

 

요즘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사회적 거리 두기 (멀리하기)’라는 절체절명(絶體絶命)의 위기에서 손을 맞잡고 눈을 마주쳐 보자를 현재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문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지만 우리 각자의 시선을 내면으로 돌려 우선 진정한 자아를 먼저 발견함으로써 가족과 이웃, 다른 사람들과 가슴으로 손을 맞잡고 마음의 눈을 마주쳐 볼 수 있으리라. ‘사랑받고 있을 때보다 사랑하고 있을 때,’ 그러니까 누군가에게 사랑을 주고 있을 때가 그 더욱 행복하지 않으랴. 그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곧 나 자신을 사랑하는 일이 될 테니까.

 

지난 2015619일 미국 사우스 캐로라이나주() 노스 챨스톤 법정에서는 수요일 바이블 클라스 성경 공부가 진행 중이던 흑인 교회에 들어가 총기를 난사, 9명의 목숨을 앗아간 백인우월주의에 세뇌된 청년 딜런 로프(당시 21)의 보석 여부를 심리하는 약식 재판이 열렸다. 법정 대형 스크린에는 구치소에 수감되어 있는 범인 로프가 화상전화로 연결되었고, 살해당한 희생자 유족들에게는 가해자에게 직접 말할 기회가 주어졌다. 한 사람씩 유족들의 얼굴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그들의 목소리는 범인에게 중계되었다.

 

내 몸 세포 조직 하나하나(every fiber in my body)가 견딜 수 없도록 아파서 도저히 앞으로 전처럼 내 삶을 살아갈 수 없겠지만, 우리는 당신을 용서한다. ()의 은총이 그대에게 있기를.”

 

한 유족이 울먹이며 말을 잇지 못했다. “끔찍한 비극 중에도 인간의 착한 성품이 빛난다는 오바마 대통령의 말대로 어둠이 깔린 뒤뜰에도 반딧불이 반짝이고 칠흑 같은 밤에도 하늘의 별은 빛나지 않는가.

 

교인들이 너무 친절해서 흑인 증오 살해 범행을 그만둘까 잠시 망설였다는 범인의 말에서 우리는 그냥누군가를 미워하거나 사랑하게 되는 미스터리를 체험하게 된다. 누군가를 미워한다는 것은 나 자신을 미워하는 것이고, 사랑한다는 것은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것임을 우리 모두 깨달을 수 있지 않을까. 누군가를 싫어하고 미워할 때 내 마음은 혼돈의 카오스가 되고, 좋아하고 사랑할 때 내 마음 아니 온 우주가 아름다운 코스모스가 되는 것이리. 이것이 바로 희생자들 추모예배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부르기 시작하자 모두들 따라 부른 노래 어메이징 그레이스 (Amazing Grace)’의 메시지요. 그 참뜻이리라.

 

보고 싶은 것만 보인다고 했던가. 거울 보듯 세계 아니 우주라는 거울 속에 자기 자신 코스미안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리. 청소년 시절 지은 자작시 코스모스를 새삼스레 다시 읊어본다.

 

소년은 코스모스가 좋았다.

이유도 없이 그냥 좋았다.

소녀의 순정을 뜻하는

꽃인 줄 알게 되면서

청년은 코스모스를

사랑하게 되었다.

 

철이 들면서 나그네는

코스미안의 길을 떠났다.

카오스 같은 세상에서

아름다운 우주 코스모스 찾아

 

그리움에 지쳐 쓰러진

노인은 무심히 뒤를 돌아보고

빙그레 한번 웃으리라.

걸어온 발자국마다

수없이 피어난

코스모스 발견하고.

 

무지개를 좇는

파랑새의

애절한 꿈은

폭풍우 몰아치는

먹 구름장 너머 있으리라.

 

무지개를 올라탄

파랑새가 된 코스미안은

더할 수 없이 황홀하리라.

하늘하늘 하늘에서 춤추는

코스모스바다 위로 날면서.

 

, 우린 모두 하나같이

이런 코스모스바다에서 출렁이는

사랑의 피와 땀과 눈물방울들이어라.

 

, 우린 모두 하나같이

이런 코스모스하늘에서 춤추는

무지개가 되기 위한 물방울들이어라.

 

이 시를 평생토록 주문(呪文) 외우듯 읊다 보니 어느새 나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 하나같이 무지개를 타고 지상으로 내려온 우주 순례자 코스미안 무지코임을 너무도 절실히 깨닫게 되었어라.

 

 

 

 


편집부 기자
작성 2020.04.02 11:34 수정 2020.04.02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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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