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상의 항간세설] ‘그냥’의 미스터리(III)

이태상

 


장 자크 루소(Jean-Jacque Rousseau, 1712-1778)자연으로 돌아가자라고 했다. 이 말을 나는 그냥 자연주의자(naturist)’ 우주주의자(cosmist),’ 다시 말해 코스미안(Cosmian)이 되자이렇게 표현해 보리라.

 

영어로 코스미즘(Cosmism)’이라 하면 우주와 인류의 기원과 진화 및 미래를 탐구하는 역사와 철학과 종교적 광범위한 이론을 지칭한다.

 

세계적인 온라인 예술정보 플랫폼 ‘e-flux’ 창립자이자 영화감독인 안톤 비도클(Anton Vidokle 1965 - )2015러시아 우주론(Russian Cosmism)’ 영상시리즈 3부작이 국립현대 미술관 서울관 6전시실에서 지난해(2019) 427일 부터 721일까지 소개되었다.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제작한 작품으로 안톤 비도클: 모두를 위한 불멸을 타이틀로 달았다.

 

시리즈 중 두 번째 작품인 공산주의 혁명은 태양에 의해 일어났다(2015)’2016년 광주비엔날레에 출품되어 (Noon) 예술상을 수상하면서 영상미와 사운드, 우주론에 관한 작가의 실험정신을 인정받은 바 있다. (NEWSIS 2019. 04.25 박현주 미술전문 기사 참조)

 

러시아 우주론(Russian Cosmism)’19세기 말 러시아의 철학자 니콜라이 페도로프(Nikolia Fedorov 1829-1903)를 필두로 러시아 우주론자들에 의해 개진되었는데 이들은 인간과 우주가 불가분임을 강조하며 인간이 우주와 함께 진화해 죽음을 극복하고 불멸의 세계로 나아갈 수 있다고 봤다.

 

미국의 철학자 존 피스크(John Fiske 1842-1901)는 그의 주요 저서 우주철학개요(Outlines of Cosmic Philosophy: Based on Doctrine of Evolution, with Criticisms on the Positive Philosophy, 1874)’에서 일종의 우주진화론을 제시했고, 오스트레일리아의 이론물리학자(Theoretical Physicist) 위고 드 가리(Hugo de Garis 1947 - )는 물리학적 세계와 시스템에 대한 수학적 모형을 수립하여 자연현상을 이해하고, 이를 예측하는 물리학에서 진화가능한 하드웨어(evolvable hardware’로 알려진 인공지능(AI-artificial intelligence) 분야에서 유전 알고리즘(genetic algorithm)연구의 선구자가 되었다.

 

이상과 같은 난해한 우주론은 구름잡이 장님 코끼리 만지기로 제쳐 놓고 우리 모두 누구나 다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자연주의 (naturism)’를 우리 판소리 형식으로 한 가락 뽑아보리라.

 

1970년대 초 파독간호사 부인 따라 독일로 간 옛 코리아타임스 동료 기자 친구가 나체촌에 갔었다는 이야기를 (당시는 이메일이 없던 시절이라) 손편지로 듣고 나는 놀라면서도 신기해했었다. 한국에는 아직 없겠지만 유럽과 미국에는 곳곳에 누드 비치와 휴양지가 있다. 흔히 옷이 날개라 하지만 맨몸의 일탈(逸脫)과 파격(破格)이 주는 해방감에 비할 바가 못 된다고 나체주의자들은 말한다.

 

알몸으로 숲속을 걷다 보면 에덴동산을 거니는 듯 황홀한 기분이 들기도 한단다. 벌거벗은 몸은 주변의 나무나 돌처럼 그냥 그저 자연의 일부일 뿐이란다. 벌거벗고 산책할 때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은 치한(癡漢)이 아니라 선인장의 길고 뾰족한 가시라고 한다. 미국에는 알몸 예찬론자들이 제정한 전국 나체 날(National Nude Day)’이 있다. 올해는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사회적인 거리 두기로 좀 곤란하겠지만 이날은 해마다 누드 휴양주간 (Nude Recreation Week)’에 뒤이어 찾아온다. ‘누드 휴양주간은 미국 독립 기념일 다음의 첫 번째 주이고 누드 데이누드 휴양주간이 끝난 뒤 첫 번째 월요일이다. 나체족들은 클럽 단위로 모여 매년 누드 데이기념식을 갖는다. 미국 나체주의자 들의 단체인 전미휴양산업협회250여 개 클럽으로 구성되어 있고 전체 회원 수는 32천여 명을 헤아린다.

 

대형 휴양지가 주도하는 활발한 홍보 활동과 회원들의 입소문을 통해 나체주의의 관한 관심이 커지면서 대중문화도 수용태세를 갖추기 시작했다. 우선 케이블 TV가 옷을 벗은 사람들을 다루는 프로그램 제작에 나섰고 디스커버리(Discovery) 채널은 나체주의자들을 출연시킨 리얼리티쇼(Reality Show) ‘네이키드 앤드 어프레이드 (Naked and Afraid)’를 내놓으며 뉴 프론티어 (New Frontier) 개척에 나섰다. 내가 이 프로그램 제작자라면 이 시리즈 명칭을 네이키드 언어프레이드(Naked Unafraid)’라고 했으리라. 벌거숭이 서바이벌 게임을 펼치는 디스커버리 프로그램에 뒤이어 케이블 방송사인 VH1알몸으로 하는 데이트(Dating Naked)’ 첫 에피소드를 2014717일 선보였다.

 

적극적인 홍보 효과 때문인지 처음으로 누드 랜치를 찾는 초참들 의 수도 점차로 늘어나고 있다. 아내와 함께 애리조나주() 투산 외곽의 호화 나체족 휴양지 미라 비스타(Mira Vista Resort)를 방문했던 한 남성은 이곳의 공식 웹사이트에 자신의 경험담을 올려놓았다.

 

입촌 후 방을 배정받은 다음 이 남성은 일단 옷은 벗었지만, 도무지 밖으로 나갈 엄두가 나질 않았다고 한다. 어쩐지 어색하고 쑥스러워 아내와 함께 침대에 걸터앉아 맥주를 마시며 한동안 창밖의 광경을 지켜보기만 했다. 하지만 일단 방 밖으로 나가자 느낌과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단다. 불과 몇 분 사이에 그는 물론 아내도 자신이 벌거숭이라는 사실을 까맣게 잊어버리게 되더란다. 초반의 낯섦은 옷이라는 상징적인 매개물을 통해 몸과 마음을 구속해 온 사회적 속박에서 풀려났다는 해방감으로 대체됐다. 이 남성의 경험담은 옷을 벗으면 누구나 그냥 그저 똑같은 인간일 뿐이라는 깨달음으로 끝난다.

 

애리조나주()에는 특급 리조트인 샹리 라 랜치(Shangri La Ranch)와 미라 비스타 외에 캠프 버디 비치(Birdie Beach)와 토노파(Tonopah)의 엘 도라도 온천(El Dorado Hot Springs) 등 나체족들이 몰리는 명소가 몰려 있다. 누드 커뮤니티에는 구성원 모두에게 적용되는 철칙이 있다. 절대 주변 사람들을 응시하지 말고 상대를 존중하며 보편적인 예의를 지키라는 것이 이들이 준수해야 할 불문율(不文律)이다. 휴양지 관계자들은 또 피부보호와 위생상의 목적을 위해 선크림을 듬뿍 바르고 타월 등 깔 것을 가지고 다니라고 조언한다.

 

이와 같은 현상과 나체주의자들의 증언은 당연지사(當然之事) 아니랴. 우리 모두 이 세상에 알몸으로 태어나지 않았는가. 그래서 영어에서도 알몸을 우리의 생일정장(Birthday Suit)’이라 부르나 보다. 어렸을 때 덴마크 작가 안데르센(Hans Christian Andersen 1805-1875)황제의 새 옷(The Emperor’s New Clothes)’을 읽고, 그때부터 나는 사람이 옷을 입고 산다는 게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엄목포작(掩目捕雀)의 위선(僞善)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2015710일 중앙일보 일간스포츠지에 ‘10만 원 입금 시 나체 성관계 영상 보여줄 게란 제목의 기사가 실렸었다. 이 기사에 따르면 강원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클럽 아우디녀로 알려진 이모(당시 27) 씨를 공연 음란죄와 음란물 유포 등의 혐의로 수사 중이라고 78일 밝혔다.

 

이 씨는 텀블러와 인스타그램 등 SNS계정에 자기 자신의 나체 사진과 성관계 동영상의 일부분을 올려 수만 명의 팔로워를 확보했다. 그녀는 사진 밑에 (full)’ 영상을 보려면 DM (당사자끼리만 볼 수 있는 메시지)을 보내 달라는 글을 올렸고, 이에 관심 있는 사람들의 메시지가 오면 자신의 계좌번호를 알려 준 뒤 월 10만 원을 입금하면 노출 영상과 성관계 영상 등을 보내주겠다고 했다.

 

이 씨는 자신이 마치 사회운동가인 것처럼 행세를 해 논란을 키웠다. 그녀는 영상을 통해 얻은 수익금은 채식주의를 위한 모임에 쓰인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624일자 인스타그램에 남친과 성관계한 영상 팔아서 돈 벌고, 비건 쇼핑몰 확장 시키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앞서 이 씨는 클럽에서 나체로 춤추는 영상이나 청계천, 신촌, 강남역 등 시민들이 많이 오가는 도심에서 동물보호양성평등(兩性平等)’ 등을 부르짖는 피켓을 들고 반라(半裸) 시위를 벌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녀는 자신이 외제차 브랜드 아우디의 딜러였다고 밝혀 온라인상에 클럽 아우디녀로 불리게 되었다. 경찰은 이 씨의 음란물 유포 혐의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 처벌할 계획이라고 했다.

 

한편 몹시 안타깝고 가엾게도 같은 지면에 다른 짤막한 기사가 하나 더 있었다. 성정체성과 혼란으로 스스로 성기 자른 40대 미혼 의사이야기였다.

 

78일 경남경찰청에 따르면 72일 경남의 한 병원에 근무하는 의사 A(당시 40) 씨가 자신의 집에서 스스로 성기를 잘랐다. 경찰은 나흘 뒤 병원 측으로부터 의사가 며칠째 출근을 하지 않았다는 신고를 받고 A씨 집으로 찾아가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당시 A씨는 집에서 2-3km 떨어진 한 공원을 배회 하던 중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성정체성에 혼란을 느껴 이 같은 일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명문대를 나온 뒤 미혼인 A씨가 스스로 성기를 절단한 뒤 응급치료를 한 것으로 파악하고 경찰은 A씨를 상대로 정확한 경위를 조사 중이라는 보도였다.

 

이야말로 자연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인위적으로 강요된 정체성의 혼란으로 빚어진 희비극(喜悲劇)이 아니었을까.

 

최근에 한 친구가 이메일로 아주 희한한 동영상을 내게 보내왔다. 일본의 어느 한 일반단체 여성들 수백 명이 보는 앞에서 공개적으로 섹스하는 비디오다. 젊은 남녀 한 쌍이 풀코스로 성관계를 갖는 것을 지켜보면서 여성 관객들이 계속 환호성을 질러 대는 것이었다. 나도 흥미진진(興味津津)하게 이 장면들을 보면서 잠시 상상해봤다.

 

서로 살인적으로 때리고 맞으며 메어치는 복싱이나 레슬링 같은 난폭잔인무쌍(亂暴殘忍無雙), 결코 스포츠라 할 수 없는, 천하만행(天下蠻行) 대신, 이런 사랑놀이가 그 얼마나 더 관람해볼 만 운동이며 예술인가. 간절히 빌고 바라건대 어서 올림픽의 대표적인 종목으로도 채택되고 세계 방방곡곡에서 열광적인 인기리에 공연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하고. 존 레논(John Lennon 1940-1980)과 오노 요코(Yoko Ono 1933 - )전쟁놀이 대신 사랑놀이 하자(Make Love, Not War)’ 고 몸소 시범(示範)울 보였듯이 말이어라.

 

우리 모두

하나 같이

어서 어서

그저 그냥

그냥 그저

자연인으로

우주인으로

살아보리라

코스미안으로

 

 

 

 

 

 

 

 

 

 

 


편집부 기자
작성 2020.04.04 10:40 수정 2020.04.04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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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