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상의 항간세설] 개구리의 춤사위

이태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세계경제의 질서가 코로나19 전과 후로 영원히 바뀔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핸리 키신저(Henry Kissinger, 1923 - ) () 미국 국무장관은 202043(현지 시간) 월스트리트 저널(WST)지에 자유질서 가고 성곽도시(walled city)’가 다시 도래할 수 있다고 전망(展望)했다. ‘세계화 시대의 종말을 경고(警告)한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세계화란 서구 자본주의 물질문명으로 지구촌 자연환경을 오염시키고 파괴하면서 인간 본연의 인성(人性humanity)을 타락시켜오지 않았는가. 그렇다면 이제 드디어 바야흐로 인류가 세계화(世界化)’를 졸업하고 우주화(宇宙化)’로 진화(進化) 승화(昇化)할 때가 되었어라. 지구인(地球人)이 우주인(宇宙人) ‘코스미안(Cosmian)’으로 거듭나 괄목상대(刮目相對)코스미안시대(Cosmian Age)’가 열리고 있는 것이리라.

 

세상은 정말 별일 천지(天地)임에 틀림없어라. 1970년대 직장 일로 우리 가족이 런던 교외에 살 때였다. 하루는 지붕에 올라가 비가 오면 빗물이 잘 흘러내리도록 기왓고랑을 깨끗이 청소하다 뜻밖에 내가 발견한 것이 있었다. 식물(植物)인지 광물(鑛物)인지 알 수 없는 딱딱하고 아주 작은 별 모양의 물체가 고랑에 낀 흙 위에 자라고 있는 것을 보았다. 너무도 신기하고 신비스러워 곱게 뜯어 아이들에게 주면서 학교에 갖고 가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보여주라고 했다.

 

밤낮으로 하늘을 우러러 별들을 바라보며 속삭이고 노래하다 보니 별들을 닮아 별모양이 되었으리라는 생각을 나는 했다. 어렸을 때 내가 읽은 동화책 속에 나오는 페르시아의 꼽추 공주 이야기를 떠올리면서. 꼽추가 아닌 자기 동상(銅像) 앞에 매일같이 서서 등허리를 똑바로 펴보다가 제 동상처럼 허리가 똑바로 펴진 몸이 되었다는 동화(童話) 속 이야기처럼

 

이것은 하나의 깨달음이었다. 이와 같은 현상은 육지공간(陸地空間)에서만 아니라 저 깊은 바닷물 속에서도 일어나고 있었다. 해바라기꽃이 해 모양을 하듯 바닷속에서 살며 별 모양을 한 극피동물(棘皮動物)의 하나인 불가사리 스타피쉬(star fish)를 보면 말이다.

 

또 어릴 때 듣고 자란 흥부와 놀부 이야기에서처럼 새가 사람에게 복()이나 화()를 정말 갖다 줄 수 있는 것인지 몰라도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뿌리는 대로 거두게 되는 것만큼은 확실한 것 같다.

 

1980년대 어느 한 여름 우리 가족이 카리브해() Caribbean Seas에 있는 섬나라 바베이도스(Barbados)에 휴가 갔을 때 일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 바닷가 산책하러 나갔다가 썰물에 밀려 나가지 못하고 팔딱거리고 있는 작은 열대어 한 마리를 두 손으로 받쳐 바닷물 속에 넣어줬다.

 

그 다음 날 아침 조금 더 일찍 일어나 같은 곳에 나가보았더니 그 전날 물 빠진 모래사장에서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물고기를 발견했던 그 자리에 아주 크고 보기 좋은 왕소라가 하나 있었다. 그때 내가 딸들에게 말한 대로 아무리 두고두고 다시 생각해봐도 내가 살려준 그 열대어가 고맙다고 그 좋은 선물(膳物)을 갖다 준 것만 같았다. 어렸을 때 읽은 동화 속의 바닷속 나라 용왕(龍王)님께 그 물고기가 말씀드려 용왕님께서 그 소라를 보내 주셨는지 모를 일이었어라.

 

불현듯 생시(生時)인지 꿈에선지 어디에서 본 것만 같은 우리 모두의 자화상(自畵像)이 떠오른다.

 

개구리, 너는!

 

얼마나 놀라운 새냐,

개구리, 너는!

 

네가 일어설 때

너는 거의 앉지.

 

네가 뛸 때

너는 거의 날지.

 

너는 분별(分別)도 거의 없고

넌 꼬리 또한 거의 없지.

 

네가 앉을 때면

네가 거의 갖고 있지 않은 것 위에

너는 앉지.

 

What a wonderful bird

The frog are!

 

When he stand,

He sits almost.

 

When he hops,

He fly almost.

 

He ain’t got no sense hardly,

He ain’t got no tail hardly,

Either.

 

When he sits,

He sit on what he ain’t got,

Almost.

 

인간사(人間事)에서 무엇이고 확실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바보의 특권이리라. 세상에 확실(確實)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밖에 우리는 확실하게 알 수 있는 것이 없지 않은가.

 

한 사람의 인생이 어떤 출발점에서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발전하는가를 결정해준 것은 제 선택이 아니라 하늘의 섭리일 것이다. 독수리가 저는 독수리로 태어났다고 달팽이로 태어난 달팽이를 보고 너도 나처럼 하늘 높이 빨리 좀 날아보지 못하고 어찌 그리 느리게 땅바닥에서만 가까스로 기어 움직이느냐고 비웃을 수 있으랴. 또 누가 독수리의 삶이 달팽이의 삶보다 낫다 할 수 있나.

 

어쩌면 너무도 독수리처럼 되고 싶었던 달팽이가 오랜 세월 죽도록 날아보려다 개구리로 진화(進化)한 것인지 모를 일이어라. 마치 신()이 되려던 동물(動物)이 인간(人間)으로 발전한 것 같이. 그렇다면 지구인(地球人) 인류(人類)의 다음 단계인 우주인(宇宙人) 코스미안으로 승화(昇華)할 일만 남았어라.

 

나는 습관처럼 시()를 지었다.

 

그러고 보면 세상엔 별()일 천지(天地).

그 가운데 별()일 중()에 별별(別星) 일이

네가 있고 내가 있다는 이 기()막힐 일이고

너무너무 신비(神秘)롭고 경이(驚異)로운 사실이

네 가슴 내 가슴 우리 가슴 뛰는 것이 아니랴.

 

그래서 일찍이 영국의 자연파 계관시인 윌리엄 워즈워드(William Wordsworth, 1770-1850)도 독백(獨白)하듯 읊었으리.

 

내 가슴 뛰놀다

 

하늘에 무지개 볼 때

내 가슴 뛰노나니

어려서 그랬고

어른 된 지금 그렇고

늙어서도 그러리라.

그렇지 않으면

차라리 죽어버리리라.

어린애는 어른의 아버지

내 삶의 하루하루가

이 가슴 설레임으로 이어지리

 

My Heart Leaps Up (also known as The Rainbow)

 

My heart leaps up,

When I behold

A Rainbow in the sky;

So was it when I was a Child

So is it now I am a Man

So be it when I shall grow old,

Or let me die!

The Child is Father of the Man;

And I could wish my days to be

Bound each to each

By natural piety.

 

지금까지 인류가 무지개를 바라보기만 해왔었다면

이제는 사랑의 무지개를 올라탄 우주인 코스미안

(Cosmian Arainbow of Love)’이 되어 훠어이 훠어이

우리 어서 코스모스 바다와 하늘로 비상(飛上/)해보리라.

 

모름지기 이러한 비상(非常)한 단초 실마리 첫머리를 재미동포 한 사람이 선두주자(先頭走者)로 제공했으리라. 지난 2015716일자 미주판 중앙일보 오피니언 페이지에 그 당시 연재 중이던 미대륙횡단 마라톤 일기’ 22회분 칼럼 달린다’ 이를 내가 의역(意譯)컨대 날아오른다는 의미(意味)’에서 강명구(당시 57)씨는 아래와 같이 적고 있다. 마치 우리 한민족 수난(受難)의 역사(歷史)를 생생(生生)하고 여실(如實)히 기록하듯이.

 

나의 얼굴은 밤하늘이었고 눈동자는 밤하늘에 반짝이는 두 개의 별처럼 초롱초롱 빛났다. 얼굴이 뜨거운 사막이나 대평원의 비바람을 견뎌온 흔적이라면 눈동자는 두려움, 온갖 어려움과 외로움을 극복해 낸 의지(意志)의 광채였다. 내 몸에 빛과 어둠이 동시에 존재했다. 극도의 고통과 쾌감이 함께 어우러져 춤을 추었다. 고통과 쾌감은 한 쌍의 피겨스케이팅 선수들처럼 때론 손을 잡고 때론 멀리 떨어져 멋진 연기를 하곤 했었다.

 

육신이 가장 활기차게 움직일 때 의식은 한없이 고조되어 우주의 한가운데서 용해되어 자아를 뛰어넘어 삼라만상(森羅萬像)으로 퍼져 나가는 새로운 자아를 경험했다. 내 몸의 모든 세포와 기관이 가장 활발하고 완벽하게 움직일 때 도달하는 특별한 기쁨과 평화로움을 달리면서 느꼈다. 나에게 있어 대륙횡단 마라톤은 그 특별한 기쁨과 평화의 정체를 찾아서 떠났던 마라톤 명상(冥想) 여행이었다. 한겨울 마른 나뭇가지처럼 앙상하게 마른 육신이 나의 뜀박질을 소리가 되게 하였다.

 

내가 달려온 길에 뿌려진 땀이 통일의 노래를 움트게 하였고, 소리가 되어 평화로운 세상이 되기를 간절히 기도하였고, 소리가 되어 희망을 잃은 사람들을 위로하였다. 달리기는 가장 원시적인 몸동작이다. 그 단순한 몸짓으로 대서사시(大敍事詩) ()를 썼다. 그 처절한 몸짓으로 지상 최대 규모의 무대를 만들어 열연(熱演/悅然)을 했다. 그 몸짓은 나의 간절한 염원(念願)이 담긴 제사(祭祀)의 춤사위였다.”

 

 

 

 

 


 

 


편집부 기자
작성 2020.04.10 11:01 수정 2020.04.10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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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