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연강의 인문으로 바라보는 세상] 쉬운 글쓰기

신연강




책에 대한 관심이 독서로 이어집니다. 인문사회도서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의 책이 사람들의 양식과 정신을 고양하고 있으니 참 바람직한 일입니다. 독서와 더불어 각양각생의 글쓰기가 많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 또한 좋은 일이네요. 그러다보니 글쓰기에 대한 고민도 깊어 가리라 생각됩니다. 읽는 것만큼이나 글쓰기 또한 쉽게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글은 누구나 쓸 수 있습니다. 문해력이 있고 정상적 사고를 할 수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또 오늘날 누구에게나 펜이 주어져있으므로 가장 공평한 일이기도 합니다. 바람은 글을 쉽게 쓸 수 있으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쉬울 것 같으면서도 평소에 꾸준히 하지 않으면 백지 한 장 채우는 것이 쉽지 않기에, 글을 술술 써 갈수 있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주변으로부터 많이 듣게 됩니다.

 

쉬운 글쓰기, 쉬울까요 아니면 어려운가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쉬운 글쓰기가 결코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글쓰기는 형식과 내용면에서 이루어지므로, 글 내용을 글 형식에 담아내는 것은, 맛있는 음식을 좋은 그릇에 담는 것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음식점에 갔는데, 좋은 음식을 다 닳은 그릇에 담아 내온다거나, 또는 좋은 그릇에 형편없는 음식을 담아낸다면, 그 어느 것도 환영받지 못할 것입니다.

 

쉬운 글쓰기는 영양가 있는 음식을 소화하기 쉽도록 만들어내는 일과도 다르지 않습니다. 필자가 지식이 많거나 어느 분야의 전문가라서 높은 수준의 글을 선보이는 것이 반드시 독자에게 유익하지는 않습니다. 반대로 밋밋한 내용을 근사하게 기술한 경우 역시 독자로서는 흥미를 느낄 수 없겠지요. 더불어 좋은 글에는 바람직한 내용을 멋지게 조탁하려는 혼이 깃들어 있을 겁니다. 기본적으로 글은 정직한 것이므로, 무엇보다 진솔하고 겸허한 마음으로 써가는 것이 또한 좋은 글의 척도가 될 것입니다.

 

글은 목적에 따라 여러 다른 각도에서 쓰이게 됩니다. 때로는 필자의 많은 지식을 현란하게 보여주는 장황한 글을 보게 됩니다. 독자를 고려하지 않고 숨이 가쁘도록 써내려가는 글이 독자의 인내력을 시험하는 경우 외면받기 십상입니다. 좋은 내용을 담으려 해도 글의 전개나 일관성에 문제가 있는 경우, 독자의 공감을 얻기 힘들기 때문에 글의 목적을 이루지 못할 것입니다. 글을 읽다보면 글의 분량이 주는 압박감이 있습니다. 숙달되지 않은 독자라면 장문을 읽는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으므로, 이런 점을 고려하여 글의 길이를 조절해줄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A4 용지 1~2장 분량의 글이라면 일반적으로 무난할 것으로 생각되는데, 필자가 하고 싶은 얘기를 다하면서 독자와의 호흡을 고려하지 않는 글쓰기는 독자도 외면할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글쓰기가 까다로울 수밖에 없습니다. 아마도 숙련된 필자라면 분명 글의 길이를 조절할 수 있다고 봅니다. 다만 글이란 분량을 늘리는 것보다 길이를 줄이는 것(불필요한 내용을 쳐내는 것)이 더 어렵게 생각됩니다. 이렇듯 글의 길이를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다면 어느 정도 숙달된 경지에 도달했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좋은 내용을 쉽게 전달해주는 것. 쉽지 않은 일이기에 부단한 노력을 필요로 합니다. 그러나 문해력이 있으면 누구나가 펜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일이기에, 오늘날 글쓰기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가장 공평한 일입니다. 매일의 생각과 여정을 한 땀씩 꿰어 그려가 보면 언젠가 자신이 하고픈 얘기를 멋지게 전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진솔한 생각을 전달하다보면 좋은 내용을 쉽게 전달하는 일에 가까워질 것입니다.

 



 

[신연강]

인문학 작가

문학박사 

편집부 기자
작성 2020.05.04 10:44 수정 2020.05.04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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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