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상의 항간세설] 반항의 정신 (IV) : 異端者 카릴 (Khalil the Heretic) (1)

이태상

 


1.

아라비아의 족장(族長) 쉐이크 아바스(Shaikh Abbas)를 마을 사람들은 왕자처럼 떠받들었다. 난쟁이들 가운데 서 있는 거인처럼, 궁전 같은 그의 집은 가난한 마을 사람들의 초라한 오막살이 집들 사이에 우뚝 솟아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아무리 땀을 흘리고 일을 해도 그날그날 먹고 살기조차 어려웠는데, 쉐이크의 생활은 사치스럽고 호화롭기 이를 데 없었다.

 

쉐이크 아바스가 말을 하면 마을 사람들은 머리를 조아렸고, 그가 노하면 사람들은 겁에 질려 벌벌 떨었다. 그가 어떤 사람의 뺨을 때렸을 때도, 뺨 맞은 자가 왜 자기가 뺨을 맞았는지 알아보려고 했다가는 용서받지 못했다. 마을 사람들이 쉐이크 아바스를 두려워하면서 그에게 복종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그들이 살고 있는 집들과 그들이 농사짓는 농토까지도 모두가 쉐이크의 소유였기 때문이다.

 

땅을 갈고, 씨를 뿌리고, 곡식을 거두어들이는 것이 다 쉐이크의 감독 아래 이루어졌고, 농부들이 수고한 대가로는 수확된 것 중에서 쉐이크가 인색하게 떼어주는 아주 적은 분량의 양식 뿐이었다. 대부분의 마을 사람들이 추수 때가 되기도 전에 양식이 떨어져서, 다음 추수 때 가서는 빚을 곱빼기로 갚아야 하는 것을 잘 알면서 도, 눈물을 머금고 쉐이크에게서 양식을 꾸어야 했다.

 

이렇게 해서 가난한 농부들은 평생을 두고 쉐이크에게 노예처럼 매여 살면서 자식들에게는 빚만 유산(遺産)으로 물려주어야만 했다.

 

2.

겨울이 왔다. 모진 바람을 타고 많은 눈이 내렸다. 산골짜기와 들에는 앙상한 가지만 남은 나무들 뿐, 들에서 난 곡식들은 모두 쉐이크의 곡간에 쌓였고, 포도밭에서 딴 열매들은 포도주로 변해 쉐이크의 술독에 부어졌다. 이때가 되면 마을 사람들은 화롯가에 둘러앉아, 지난날들의 이야기를 나누면서 한가롭게 지냈다. 묵은 해가 저물고 새해가 밝아 오기 전날 밤이었다. 많은 눈이 내리기 시작했고, 세찬 바람은 높은 산 깊은 골짜기를 훑어내렸다. 눈은 바람에 날려 골짜기에 눈더미를 쌓았고, 뽀얀 눈안개가 골짜기 옆으로 흩어져 있는 마을 사람들을 뒤덮고 있었다.

 

오두막집 창문을 통해 깜박거리던 불빛도 하나둘 꺼져갔다. 개들은 제집 구석을 찾아들었고, 가축들은 외양간 속 깊숙이 모여 있었다. 무섭게 휘몰아치는 눈보라에, 마치 사나운 산짐승들 까지도 숨을 죽이고 있는 것 같았다. 하늘이 이렇게 맹위(猛威)를 떨치고 있던 날 밤, 한 젊은이가 레바논에서 가장 재산이 많기로 유명한 키자야(Kizhaya, 시리아 말로 인생의 낙원이란 뜻) 수도원과 쉐이크 아바스의 마을을 이어주는 가파르고 꼬불꼬불한 산길을 걷고 있었다.

 

손과 발은 얼어서 마비되었고, 추위와 배고픔으로 그는 기진맥진해 있었다. 죽음이 채 다다르기 전에 수의(壽衣)를 입고 죽음의 그림자에 휩싸인 것처럼, 그가 입고 있는 검은 옷은 내리 는 눈으로 새하얗게 변해 있었다. 몰아치는 눈보라를 이겨내려고 안간힘을 써도 한 걸음을 내딛기가 어려웠다. 고통과 절망 속에서 가냘픈 그의 목숨은 꺼져가고 있었다. 소용돌이에 휘말려 물속 깊이 빠져들어 가는 날개 부러진 한 마리 새처럼, 그는 눈보라에 휩쓸려 눈 속에 빠져들고 있었다. 피가 얼어 순환을 멈출 때까지, 그는 걷고 넘어지기를 계속했다.

 

무심한 하늘의 무자비함에 쓰러지며 부르짖는 젊은이의 비명(悲鳴)소리는 삶에 대한 그의 생명의 절규(絶叫)였다.

 

3.

쉐이크 아바스의 마을 북쪽 바람이 몹시 불어치는 산등성이에, 레이첼이라는 여인과 아직 열여덟이 못 된 딸 미리암이 사는 외딴집이 있었다. 레이첼의 남편은 6년 전에 비명(非命)의 죽임을 당했으나, 아직껏 누가 그를 죽였는지는 밝혀지지 않고 있었다.

 

여느 과부들처럼, 레이첼도 삯바느질을 하면서 겨우 살아가고 있었다. 추수 때가 갓 지나면, 여인은 들에 나가 남들이 거두고 난 뒤에 떨어져 있는 이삭을 줍고 남들이 따고 남은 과일 찌꺼기를 찾아 나섰다. 한편 어여쁘고 착한 딸 미리암은 홀어머니의 수고를 잘 거들었다. 다른 겨울보다 별스럽게 더 춥고 눈보라가 유난스레 심한 이날 밤, 두 모녀는 벽난로 앞에 앉아서 사위어 가는 불을 쬐고 있었다. 불타던 나뭇조각들은 재 속으로 사그라지고 깜박이는 불똥만이 모녀를 어둠 속에서 지켜 주고 있었다. 슬픔을 간직한 사람들의 마음속에 희망의 빛을 비춰 주는 기도처럼.

 

밤은 깊어가는데, 모녀는 밖에서 울부짖는 바람 소리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다. 갑자기 미리암이 소스라치게 놀라면서 소리치듯 말했다.

 

들으셨어요. 어머니? 사람 살려달라는 소리가 났어요.”

 

어머니는 잠시 밖으로 귀를 기울이고 나서 말했다.

 

바람 소리밖에 안 들리는데?”

 

그러자 미리암이

 

그런 소리가 분명히 났어요.”

 

그러면서 방문을 조금 열고 밖을 내다보다가 다시 소리쳤다.

 

또 들려요. 어머니!”

 

레이첼도 급히 일어나 창가로 가서 귀를 기울여 보더니

 

나도 들었다. 내가 나가 볼게.”

 

기다랗고 두툼한 겉옷으로 몸을 싸고 문밖으로 조심스럽게 걸어 나갔다. 미리암은 긴 머리카락을 바람에 날리면서, 그대로 문 앞에 서 있었다. 얼마만큼 눈길을 헤치고 나간 레이첼이 멈춰 서서 소리쳤다.

 

누구세요? 어딥니까?”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누구세요? 어딥니까?”

 

같은 말을 되풀이해 보았으나, 바람 소리밖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레이첼은 용기를 내서 앞으로 더 좀 나가보았다. 주위를 두루 살피면서 더 걸어 나갔을 때, 눈 위에 깊이 나 있는 사람의 발자국을 발견하고, 그 발자국을 따라가 보았다. 그러자 마치 하얀 옷감 위에 놓인 한 조각의 검은 헝겊처럼, 눈 위에 사람이 쓰려져 있었다.

 

레이첼은 가까이 가서 눈을 털고 그의 가슴에 손을 대 보았다. 심장이 아주 약하게 뛰고 있었다. 레이첼은 집을 향해 소리쳤다.

 

미리암, 이리 좀 와. 사람을 찾았어!”

 

집에서 뛰어나온 미리암은 추위와 무서움에 떨면서도 어머니의 발자국을 따라왔다. 꼼짝도 하지 않고 죽은 듯이 어머니의 무릎에 누워있는 젊은이를 보자 미리암은 질겁을 했다. 어머니는 젊은이의 겨드랑 밑을 들면서 말했다.

 

무서워하지 마, 미리암. 아직 살아 있어. 어서 집으로 옮기자.”

 

세찬 눈보라와 싸우면서 젊은이를 집으로 옮긴 모녀는 불가에 그를 눕혔다. 레이첼은 얼어서 굳어버린 그의 손발을 비벼서 녹여 주고, 미리암은 자기의 옷자락으로 눈이 녹아 젖은 그의 머리를 말려 주었다. 한참 만에 젊은이는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하고 눈꺼풀이 떨리더니, 긴 한숨을 내쉬었다. 지켜보고 있던 모녀는 그가 생명의 위험한 고비를 넘긴 것을 보고 기뻐했다. 미리암은 어머니가 젊은이의 겉옷을 벗기는 것을 거들면서 물었다.

 

어머니, 이런 옷은 수도원의 수도사들이 입는 옷이 아니에요?”

 

마른 나무 한 다발로 불을 더 지피면서, 레이첼도 좀 이상스럽다는 표정으로 딸을 보면서 대답했다.

 

글쎄, 수도사들은 이렇게 날씨가 험악한 날 밤에는 수도원을 떠나지 않았을 텐데

 

미리암이 말했다.

 

수도사들은 턱수염이 나 있던데, 이 남자는 얼굴에 수염이 없네요.”

 

수도사이든 죄인이든 상관없어. 다 죽게 된 사람을 살려 놓고 봐야지.”

 

딸에게 대꾸하면서, 레이첼은 벽장에서 포도주병을 꺼내 그릇에 조금 따랐다. 미리암은 젊은이의 머리를 받쳐서, 어머니가 그에게 포도주를 먹이기 쉽게 해 주었다. 포도주를 한 모금 받아 마신 젊은이는 처음으로 눈을 뜨고 자기를 구해준 모녀를 뜨거운 감사의 눈물이 고인 눈으로 올려다보았다. 죽음의 날카로운 발톱 사이에 끼었다가 구출을 받아 삶의 보드라운 품에 안긴 자의 표정이 그의 얼굴에 떠올랐다. 그것은 절망에 빠졌던 사람이 다시 희망을 찾았을 때의 표정이었다. 그는 눈을 감고 떨리는 입술로 가까스로 말했다.

 

하나님의 축복이 두 분에게

 

레이첼은 얼른 젊은이의 어깨에 손을 얹으면서, 그의 말을 막았다.

 

아무 말 하지 말고 안정하세요. 무리하면 안 돼요.”

 

미리암이 아주 작은 소리로 말했다.

 

이 베개 위에 머리를 놓으세요.”

 

레이첼은 포도주를 조금 더 따루어 젊은이에게 마시게 하고, 빵과 잼 그리고 마른 과일을 가져다가, 엄마가 어린애에게 하듯이, 조금씩 그에게 먹이기 시작했다. 젊은이의 젖은 옷을 잘 마르도록 불가에 걸어 놓고, 다소곳이 어머니 곁에 앉은 미리암은 소녀의 따사로운 순정(純情)이 담뿍 담긴 눈으로 그를 내려다보았다. 기운을 좀 차린 젊은이는 벽난로 앞 매트에 일어나 앉았다. 불길이 그의 창백한 얼굴에 붉게 반사되었다. 그의 두 눈이 빛나더니, 고개를 천천히 저으며 말했다.

 

하늘의 섭리(攝理)는 알 수가 없습니다. 나를 죽음으로 몰아낸 것도, 또 잃었던 목숨을 되찾게 된 것도, 다 하늘의 뜻일 텐데, 정말 알 수가 없습니다.”

 

레이첼이 젊은이에게 물었다.

 

이렇게 날씨가 사나운 날 밤에는 날짐승들도 꼼짝하지 않는데, 어떻게 수도원을 떠났나요?”

 

솟구치는 눈물을 가슴 속 깊은 곳으로 되돌려보내기라도 하려는 듯, 젊은이는 두 눈을 지그시 감고 대답했다.

 

짐승들은 그들의 굴이 있고, 하늘에 나는 새들도 그들의 둥지가 있지만, 사람의 아들은 그의 머리 둘 곳이 없지요.”

 

이 말에 레이첼이 반문했다.

 

그건 예수님께서 예수님 자신에 대해 하신 말씀이 아닌가요?”

 

이 물음에 젊은이는 다시 대답했다.

 

언제 어디서나 불의(不義)와 부정(不正)에 타협하지 않고 진리(眞理)만을 따르고자 하는 올바른 정신을 가진 모든 사람을 대변하신 예수님의 말씀이지요.”

 

잠시 생각에 잠겼던 레이첼이 다시 물었다.

 

그렇지만 수도원의 금고(金庫)는 금과 은으로 가득하고, 곡간은 양식으로 그득 차 있고, 외양간에는 살찐 소들과 양들이 많은데, 어째서 그런 안식처(安息處)를 버리고, 이 날씨 사나운 밤에 길을 떠났나요?”

 

젊은이는 깊이 한숨을 쉬고 나서 대답했다.

 

그곳에서 더이상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레이첼이 되물었다.

 

수도원의 수도사들은 전쟁터의 군인들처럼 윗사람의 어떤 명령이든 절대복종해야 되지 않나요? 전에 듣기로는 자기 자신의 뜻과 생각이나 욕망과 감정을 다 없애버리지 않고서는 수도사가 될 수 없다고 하던데요. 하지만 도리에 맞지 않는 일은 수도사들에게 시키지도 않겠지요. 어떻게 수도원에서 당신에게 오늘처럼 눈보라가 무섭게 치는 밤에 목숨을 잃으라고 길을 떠나라 했겠어요?”

 

젊은이는 대답했다.

 

수도원에서는 눈뜬장님, 그리고 벙어리가 되기 전에는 수도사가 될 수 없답니다. 그런데 나는 보고 듣고 말을 했기 때문에 수도원을 떠나게 된 것이지요.”

 

미리암과 레이첼은 숨겨진 비밀이라도 발견한 것처럼, 그의 얼굴을 유심히 들여다보았다. 재미있다는 듯이 레이첼이 또 물었다.

 

눈과 귀가 있어 보고 듣는 지각 있는 사람이 그래 이런 밤에 산길을 떠나다니요?”

 

한동안 잠자코 있던 젊은이는 조용히 대답했다.

 

수도원에서 쫓겨났습니다.”

 

쫓겨나다니요?”

 

모녀가 합창이라도 하듯 함께 놀라 소리쳤다.

 

젊은이는 자기가 한 말을 후회하면서 고개를 들었다. 자비(慈悲)로운 모녀의 사랑과 동정이 저주(詛呪)와 증오(憎惡)로 돌변할까 봐 좀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모녀를 다시 쳐다보았을 때, 그들의 눈에는 여전히 따뜻한 사랑과 동정의 자비로움이 고여 있었고, 걱정하는 표정으로 이야기를 더 듣고 싶어 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목이 멘 음성으로 젊은이는 말을 계속했다.

 

, 수도원에서 추방당했습니다. 무지(無知)하나 선량(善良)한 백성들의 뼈를 깎고 기름을 짜서 세워진 궁궐 같은 수도원에서 안식(安息)을 찾을 수 없었고, 가난한 농부들의 피땀으로 구워지 는 빵을 마음 편히 먹을 수가 없었고, 과부와 고아들의 피눈물로 빚어지는 포도주를 차마 마실 수가 없었기 때문이지요.

 

순진하고 신앙심 깊은 신도(信徒)들에게서 돈과 양식을 빼앗기 위해서 마구 팔리는 면죄부(免罪符) 기도문(祈禱文)을 앵무새처럼 되뇔 수가 없었기 때문에 수도원에서 쫓겨난 것입니다.”

 

잠시 침묵이 흐르는 동안, 레이첼과 미리암은 젊은이가 한 말들을 마음속으로 깊이 되새겼다. 그러다가 레이첼이 화제를 돌려 물었다.

 

부모님은 두 분 다 계신가요?”

 

부모도 집도 없습니다.”

 

이 젊은이의 대답에 레이첼은 혀를 끌끌 찼고, 미리암은 핑그르르 도는 눈물을 감추기 위해 얼굴을 돌렸다. 시들던 꽃이 새벽에 내리는 이슬로 해서 생기를 되찾듯, 낙담했던 젊은이는 두 모녀의 마음속 깊은 데로부터 솟아나는 이해와 사랑의 샘으로부터 용기를 되찾기 시작했다. 깊이 감사하는 마음으로 모녀를 바라보면서, 젊은이는 이야기를 계속했다.

 

저는 일곱 살이 되기 전에 부모님을 다 잃었습니다. 마을 신부님이 저를 키자야 수도원으로 데리고 가서, 그곳 수도사들에게 저를 맡겼지요. 그들은 나에게 수도원의 소들과 양들을 돌보게 했습니다. 나는 매일같이 수도원의 넓은 풀밭으로 소와 양들을 몰고 다녔지요.

 

그러다가 나이 열다섯 살이 되었을 때, 그들은 나에게 이 검은 수도사 옷을 입혀 주고, 수도원 성당으로 데리고 가서 제단 앞에 세우고, 하나님과 성자(聖者)들의 이름으로 맹세하고, 가난과 복종(服從)의 헌신적(獻身的)인 삶을 살 것을 서약(誓約)하라고 했습니다. 가난이니 헌신이니 복종이니 하는 것을 수도원장이 어떻게 해석하고 하는 말인지, 또 그 말들이 무슨 뜻인지도 모른 채, 하라는 대로 나는 그 말들을 되풀이했지요.

 

내 본래의 이름은 카릴이었는데, 그 후부터는 수도사들이 나를 무바라크 형제(Brother Mubarak, 이 무바라크란 이름은 공교롭게도 훗날 이 작품의 저자인 칼릴 지브란의 장례식을 주관한 대주교(大主敎)의 이름과 같음)’라고 불렀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형제라고 한 것은 말뿐이었지, 결코 형제로 나를 대해 준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자신들은 기름진 음식에 좋은 포도주를 마시면서 나에게는 마른 채소와 눈물이 섞인 물을 마시고 살라 하더군요. 자기네는 따뜻하고 안락한 잠자리에 들면서도 나더러는 외양간 곁에 있는 어둡고 추운 헛간에서 자라고 했어요. 때때로 나는 남몰래 혼자 탄식을 하면서 나 자신에게 물었지요. 언제 나도 말뿐이 아닌 진짜 수도사가 되어 복 많은 저들처럼 풍성함을 누려보나? 언제나 나도 저들처럼 좋은 음식과 포도주를 실컷 먹고 마셔보게 될까? 언제나 나도 저들처럼 힘든 일을 하지 않고서도 편안히 먹고 살 수 있을까?

 

그러나 이 모든 것이 부질없는 꿈이었습니다. 언제고 나는 항상 같은 처지에 머물러 있었고, 가축을 치는 것 외에도 무거운 돌을 저 나르고 땅을 파야 했지요. 이러면서도 나는 주린 배를 채울 수 없이, 날마다 얼마 안 되는 빵조각으로 끼니를 때워야 했습니다. 그렇다고 나는 다른 곳에 갈 데도 없었고, 저들이 늘 말하는 대로 세상은 죄악(罪惡)과 슬픔의 바다요, 수도원만이 구원(救援)의 항구라고 알고 있었으니까요. 그러다가 저들이 누리는 온갖 사치와 안락함의 근원을 알게 되었을 때, 그동안 내가 저들의 풍족함을 같이 누리지 않은 것이 얼마나 다행스럽게 생각되었는지 모릅니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고 난 카릴은 자세를 바로 하고, 모녀의 보잘것없는 오두막 살이 집안에서 이름다운 새 세상을 찾은 듯이, 새삼스럽게 주위를 둘러보면서 말을 계속했다.

 

저의 부모를 일찍 저세상으로 데려가시고, 저를 수도원에 버려두셨던 하나님께서, 평생토록 내가 노예처럼 비겁하게 사는 것을 원치 않으셨나 봐요. 그렇길래 어두웠던 나의 눈과 귀를 밝게 해 주시고, 진리의 빛과 소리를 보고 들을 수 있게 해 주셨습니다.”

 

이 말에 레이첼은 속으로 의문스럽게 생각했다.

 

이 모든 사람 위에 고루 비치는 햇빛 외에 또 다른 빛이 있을까? 인간이 정말로 진리를 이해할 수 있을까?’

 

그때 카릴이 말했다.

 

참된 진리의 빛과 소리는 우리의 마음속으로부터 나오지요. 숨겨진 마음의 비밀들을 영혼에게 나타내 주는 것이 진리의 빛과 소리입니다. 진리는 어두운 밤의 장막을 통해서만 나타나는 별들과 같지요. 세상의 다른 모든 아름다운 것들처럼, 진리의 꽃도 거짓의 그늘에서만 핀답니다.”

 

이 말에 레이첼이 대꾸했다.

 

많은 사람들이 마음씨 착하게 살아가고, 이웃을 돕고 사랑하는 것이 하나님을 섬기는 일이라고 믿어 보지만, 이러한 사람들의 삶이 즐겁지가 않답니다. 왜냐하면 이들은 죽는 날까지 비참하게 사는 수밖에 없으니까요.”

 

그러자 카릴이 다시 말했다.

 

인간을 비참하게 만드는 신앙(信仰)과 가르침은 다 거짓된 것이고, 인간을 슬픔과 절망으로 이끄는 진리또한 거짓된 것입니다. 왜냐하면 행복을 찾고 행복의 복음(福音)을 전파하는 것이 인간의 도리(道理)이기 때문입니다. 이 세상에서 하늘나라를 보지 못하는 이는 저세상에서도 보지 못할 것입니다. 우리는 이 세상에 귀양 온 것이 아니라, 영원한 하늘의 섭리(攝理)를 따라 우리 자신 속에 숨겨져 있는 인생의 비밀을 찾아내기 위해 온 것입니다. 이것이 내가 나사렛 사람 예수의 가르침으로부터 배운 진리(眞理)입니다.”

 

이 진리의 빛이 수도원의 어두운 구석구석을 내게 보여 주었습니다. 이것이 내가 외롭게 혼자 나무 그늘에 앉아 울면서 배고파할 때, 골짜기와 들이 내게 얘기해준 비밀입니다. 이것이 바로 하나님의 뜻을 따라 예수께서 가르치신 대로 수도원이 전해야 할 복음이지요. 그런데 하루는, 내 영혼이 하늘의 진리에 취해 뜰에 모여 있는 수도사들 앞에 나서서, 저들의 잘못을 꾸짖었습니다.

 

어찌해서 당신들은 여기 수도원에 편히 앉아 가난한 사람들의 땀과 눈물로 빚어진 빵을 먹으면서, 고지식한 그들의 피를 빨아먹고 있습니까? 예수님께서는 당신들보고 이리떼로부터 양들을 지키는 어진 목자(牧者)들이 되라 하셨는데, 어떻게 당신들은 양들을 잡아먹는 이리떼가 될 수 있습니까?

 

어떻게 당신들은 가난 속에서 평생토록 헌신적인 삶을 살기로 굳게 맹세하고 서약하고서도, 당신들이 서약한 말은 모두 잊어버린 채, 안락한 생활을 할 수 있습니까? 어떻게 하나님의 뜻에 따라 산다고 하면서, 종교가 뜻하는 모든 것을 다 저버릴 수 있습니까? 마음이 욕심으로 가득 차 있으면서, 어떻게 수도(修道)를 한다는 것입니까?

 

당신들은 겉으로는 육신을 죽이는 체하면서, 속으로는 당신들의 영혼을 죽이고 있습니다. 겉으로는 이 세상의 모든 세속적인 것들을 멀리하는 양하면서도 속으로는 세속적인 욕망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스스로를 백성의 지도자요 스승이라 자칭하나 사실은 당신들은 사람들을 오도(誤導)하고 속여먹는 악덕 장사꾼과 강도와 다를 바가 없습니다.

 

이 수도원의 넓디넓은 땅일랑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되돌려 주고, 사람들로부터 빼앗은 금과 은도 다 돌려줍시다. 사람들을 섬기는 하나님의 종이라고 말로만 하지 말고, 우리를 강하게 만들어 준 약자들을 말 대신 행동으로 섬깁시다. 그리하여 불행한 역사에 시달려 온 이 나라 백성들로 하여금 환하게 미소짓고, 하늘의 은혜와 생명의 영광 속에서 자유의 숨을 쉴 수 있도록 해 줍시다.

 

못난 백성들의 눈물은 잘난 당신들의 웃음보다 더 아름답고, 가난한 이웃을 돕는 저들의 소박한 마음씨는 이 수도원 곳곳에 세워지고 걸려 있는 우상(偶像)들보다 더 거룩하며, 걸인이나 창녀를 측은히 여기고 동정하는 저들의 따뜻한 한마디 말은 우리가 매일같이 빈말로 허공에다 뇌까리는 기도문보다 더 숭고(崇高)한 것입니다.”

 

내가 말하는 동안, 보기에 하찮던 내가 너무도 주제넘게 감히 그들 앞에 나서서 이렇게 대담한 말을 할 줄은 몰랐었다는 듯이, 수도사들은 어안이 벙벙해서 듣고 있다가, 내 말이 끝나자, 한 수도사가 화가 나서 버럭 소리를 질렀다.

 

네까짓 게 뭔데 말도 안 되는 그따위 헛소리를 지껄이는 거냐?”

 

다른 수도사는 크게 웃으면서 내게 말했다.

 

그런 허튼수작은 네가 다루는 소와 돼지한테서 배운 거냐?”

 

또 다른 수도사는 신바람 난다는 듯이 소리 질렀다.

 

, 너는 이단자(異端者). 혼 좀 나봐라!”

 

그들은 마치 문둥병자라도 만난 것처럼 도망치듯 흩어져 달아났습니다. 그들은 즉각 수도원장에게 일러바쳤고, 나는 수도원장에게 불려갔습니다. 수도사들은 내가 크게 혼쭐이 날 것이라고 좋아했지요. 내가 매를 많이 맞고, 40일 동안 깊은 지하실에서 감옥살이하게 되자, 그들은 크게 기뻐했습니다. 그동안 나는 밤이 다하는 것도, 날이 새고 저무는 것도 알 수 없었고, 땅바닥에 기어 다니는 벌레들 이외에는 아무도 얼씬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한 조각의 빵과 초를 탄 한 컵의 물을, 그것도 하루 걸러서, 이따금 주러 오는 발걸음 소리 이외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감옥에서 나오자 내 몸은 몹시 쇠약해져 있었고, 수도사들은 내게 매질을 하고, 굶기고 목마르게 함으로써 나의 생각하는 병을 고쳐 주고, 병든 내 영혼을 낫게 해 준다고 말했습니다. 40일 동안의 고독 속에서 나는 궁리를 해 보았어요. 어떻게 하면 이들 수도사들로 하여금 진리(眞理)의 빛을 보게 하고, 인생의 참된 노래를 듣게 해 줄 수 있을까 하고요. 아무리 궁리를 해 보아도 별수가 없어 보였어요.

 

오랜 세월을 두고 그들의 눈꺼풀을 덮어씌운 맹신(盲信)과 맹종(盲從)의 두꺼운 베일은 좀처럼 쉽게 벗겨질 수 없고, 그들의 귀를 메운 독선(獨善)과 위선(僞善)의 모르타르는 굳어질 대로 굳어져서, 부드러운 손가락으로 건드려서는 뚫어지지 않을 것이니까요.”

 

잠시 침묵이 흐른 뒤, 미리암이 자기가 말을 좀 해도 되겠느냐고 허락을 구하기라도 하듯이, 레이첼을 쳐다보면서 말했다.

 

오늘같이 춥고 무서운 밤에 추방당하신 걸 보면, 그 수도사들에게 다시 말씀하셨나 보죠. 원수까지도 사랑하라는 예수 님의 말씀대로 저들은 자기들을 나무라주는 사람한테까지도 친절할 것을 배웠어야 했을 텐데요.”

 

그러자 카릴이 말했다.

 

오늘 저녁 불가에들 앉아서 옛날 이야기와 우스갯소리를 하고 있는 수도사들로부터 내가 혼자 따로 떨어져 있는 것을 본 저들은, 나를 놀려주려는 생각으로 내게로 가까이 왔습니다. 복음서(福音書)를 읽으면서 예수의 아름다운 말씀을 곰곰이 생각하느라고, 나는 밖에서 눈보라 치는 것도 잠시 잊고 있었지요. 생각에 몰두해서, 나는 그들이 나를 조롱하려 드는 것도 상관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나의 침묵은 그들 비위에 더 거슬렸던지, 한 수도사가 내 귀에다 대고 크게 소리쳤습니다.”

 

위대한 종교개혁자이시여, 무엇을 읽고 계시나이까?”

 

나는 그의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책을 펴고서 성경 한 구절을 큰 소리로 읽었지요요한은 많은 바리새파(서력 기원전 2세기에 고대 이스라엘 민족의 종교적 지도자 모세의 율법 등을 지나치도록 까다롭게 지키던 유대교의 한 종파로서, 유대의 헤롯왕 때 번성하던 중, 형식주의(形式主義)와 위선(僞善)에 빠져 예수를 잡아다가 십자가에 못 박았음) 사람들과 사두개파(서력 기원전 2세기경 바리새파에 대항하여 일어난 유대교의 또 다른 종파로서 사제(司祭)와 귀족들로 조직되어 보수적이고 귀족적 경향을 띠었으나, 한편으로는 세속적이고 배타적(排他的) 결사(結社)였고, 후에 예루살렘의 멸망과 더불어 소멸하였음) 사람들이 세례를 받으 러 오는 것을 보고,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독사의 자식들아! 누가 너희에게 다가오는 징벌을 피하라고 일러주더냐? 회개에 합당한 열매를 맺으라. 그리고 너희 스스로 아브라함이 우리 조상이라고 말할 생각을 말라. 나는 너희들에게 말하노니, 하나님은 이 돌들로도 아브라함의 자녀가 되게 하실 수 있느니라. 도끼가 이미 나무뿌리에 놓였으니 좋은 열매를 맺지 않는 나무는 다 찍혀 불 속에 던져질 것이니라.’ 내가 그들에게 세례 요한(예수의 선구자로서. 서력 기원전 28년경에 유대의 황야에 나타나 천국(天國)이 가까웠음을 말하고 많은 사람들을 세례를 주었는데, 그중에는 예수도 끼어 있었고, 뒤에 헤롯왕에게 죽임을 당했음)의 이 말을 읽어주자, 수도사들은 보이지 않는 손에 목이라도 졸린 것처럼, 잠시 잠잠해지더군요. 그러더니 그들은 허세를 부리듯 큰 소리로 웃어댔습니다. 그리고는 그들 중의 하나가 말했습니다.  우리는 성경을 너보다 많이 읽었어. 그러니 소치는 녀석이 건방지게 우리한테 되풀이 읽어줄 건 없어.’

 

이 말을 받아 나는 다시 말했습니다만일 당신들이 이 성경 구절을 잘 읽었고, 그 뜻을 올바로 이해했었더라면, 이 나라 백성들이 가난에 시달리지 않고, 뼛골이 빠지게 일하는 농부들이 굶주림과 추위에 떨지는 않을 것입니다내가 이렇게 말하자, 한 수도사가 흥분해서 내 뺨을 때리고, 다른 수도사는 발길로 나를 차고, 또 다른 수도사는 내 손에 들고 있던 성경을 빼앗아 갔습니다. 이러는 동안, 또 한 수도사가 수도원장을 불러 왔습니다. 화가 머리끝까지 오른 수도원장은 부르르 떨면서 소리쳤습니다.

 

이단자(異端者)를 당장 이 거룩한 곳에서 끌어내다 눈보라 치는 밤하늘로부터 복종(服從)을 배우게 해. 하나님의 뜻을 따라 하늘이 저놈을 혼내 주도록 말이야. 그리고 그의 옷에 들끓는 반항(反抗)의 정신(精神) 병균(病菌)을 너희들 손으로부터 깨끗이 씻어 버려. 저놈이 다시 돌아와서 아무리 빌어도 절대로 문을 열어주지 마라. 독사 새끼는 새장에 넣어 키운다 해도 비둘기가 되지 못할 것이고, 찔레는 포도밭에 심어도 포도나무가 되지 못하는 법이니까!’

 

수도원장의 명렁대로 나는 수도원 밖으로 끌어내졌고, 내 등뒤 에서 수도원의 큰 철문을 닫으면서 한 수도사가 크게 소리지르는 것이 들렸습니다. '지금까지 소와 양과 돼지들의 임금노릇을 하시던 대개혁자(大改革者)께서 오늘 밤 옥좌(玉座)에서 쫓겨나셨구먼. 이제 어서 가서 이리들의 임금님이 되어 이리들이 가축을 잡아먹는 방법이나 개혁해 보시지.'"

 

깊이 한숨을 쉬고 얼굴을 돌려 불꽃을 바라보면서, 카릴은 나직이 가라앉은 음성으로 하던 이야기를 끝맺었다.

 

이렇게 해서, 나는 수도원에서 쫓겨나 죽음의 손에 넘겨졌던 것입니다. 나는 무턱대고 눈보라와 싸웠습니다. 깊이 쌓인 눈 속에 발이 푹푹 빠져서 넘어지고 엎어지기를 수없이 했습니다. 죽음의 사자(使者)들만이 내가 구원을 요청하는 소리를 들었을 것이라고 나는 생각했습니다. 아마도 하나님께서 내가 인생의 나머지 비밀을 채 다 알기 전에 죽는 것을 원치 않으셨나 봐요. 그래서 절망과 죽음의 눈보라 속에서 제 생명을 건져 주도록 두 분을 보내주셨나 봅니다.”

 

레이첼과 미리암은 어느새 카릴을 깊이 이해하고 알게 된 것 같았다. 레이첼은 저도 모르게 팔을 뻗어 카릴의 손을 부드럽게 어루만져 주면서 말했다.

 

하늘의 뜻을 따라 진리의 파수꾼으로 택함을 받은 이는 눈보라도 멸해버릴 수 없을 거예요.”

 

그러자 미리암도 속삭이듯 어머니의 말을 거들었다.

 

눈보라는 꽃을 죽일 수는 있을지언정 꽃씨들까지 멸할 수는 없어요. 도리어 눈은 꽃씨들을 강추위로부터 보호해 주지요.”

 

이처럼 따뜻한 격려와 위로의 말을 듣는 순간 카릴의 얼굴에는 홍조(紅潮)가 떠올랐다. 그는 조용히 음성을 가다듬어 말했다.

 

내가 수도원에서 받은 박해는 아직 깨어나지 못한 이 나라 백성 이 받는 수난(受難)의 상징(象徵)입니다. 제가 죽을 뻔했던 이 밤은 대정의(大正義)가 펴지기 전에 있게 마련인 참다운 개혁과 같은 것입니다. 한 여인의 섬세한 마음으로부터 인류(人類)의 행복이 샘솟고, 한 여인의 순수한 친절로부터 인류의 사랑이 싹트지요.”

 

카릴은 두 눈을 감고, 베게 위로 머리를 눞였다. 두 모녀는 더 이상 그에게 말을 시키지 않았다. 오랫동안 추운 날씨에 눈보라 속에서 시달린 피로가 그의 눈을 덮고 있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길을 잃었다가, 마침내 엄마의 품에 다시 안겨 안전(安全)과 평화(平和)를 되찾은 어린애처럼, 그는 곤히 잠들었다.

 

레이첼과 미리암은 그들의 침대로 가서 걸터앉아, 이 낯선 젊은 나그네에게서 그들의 영혼과 마음을 잡아끄는 매력을 느끼는 듯, 잠든 그의 여윈 얼굴을 바라보았다. 레이첼이 혼잣말처럼 소곤거렸다.

 

감은 그의 두 눈에는 침묵 속에서 말없이 말을 하고 영혼의 아쉬움을 불러일으키는 이상한 힘이 있지?

 

미리암이 응답하듯 귓속말로 말했다.

 

어머니, 그의 손은 성당에 있는 예수 그리스도의 손 같네요.”

 

어머니가 다시 소곤거리듯 말했다.

 

저 얼굴은 남자의 씩씩한 대담함과 여자의 부드러운 연약함을 함께 지니고 있구나, 그렇지

 

잠의 날개를 타고, 두 여인도 꿈나라로 들어갔다. 난롯불은 사위어 재가 되고, 등잔의 불빛도 어두워지다가 아주 사라졌다. 어두운 밤하늘은 쉬지 않고 눈의 장막을 겹겹이 펴서 강풍에 흩뿌렸다.

 

[이태상]

서울대학교 졸업

코리아타임즈 기자

코리아헤럴드 지가

뉴욕주법원 법정통역관

전명희 기자 

 

 

 

 

 

 

 

 

 

 


편집부 기자
작성 2020.06.21 11:39 수정 2020.09.13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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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