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수 칼럼] 건설기계 조종사 안전교육 직접 받아 보니

이경수

편집부 기자

작성 2020.06.27 11:09 수정 2020.06.27 11:20

 


올해부터 시작된 건설기계 조종사 안전교육을 받기 위해 부산광역시 부산진구에 있는 한국건설안전기술사회 교육원을 찾아갔다. 굴삭기, 지게차, 로더, 타워크레인 등 건설기계 조종사 면허가 여러 개 있는 사람은 자신이 현재 주로 사용하는 기종을 선택하여 교육받게 되면 다른 면허도 수료한 것으로 인정된다. 건설기계 관리법 제31조에 의해 지각 조퇴 결석은 인정이 안 되고 교육을 100% 출석해야 한다.

 

4시간 교육비는 32.000원이다. 이날 예정된 교육 인원은 그리 많지 않은 6명이 전부였다. 담당 직원은 배포한 130페이지 분량의 교재는 교육이 끝난 뒤 반납하라고 했다. 문득 다른 교육생에게 재교부할 가능성이 높단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 않곤 놓고 가라고 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온 나라가 비상인 시국에 남이 보던 교재를 서로 돌려가며 본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교재 반납은 의무 사항이냐고 물었더니 그렇단 대답이 돌아왔다. 50분 강의 뒤 10분 휴식이 주어졌다. 쉬는 시간에 교육생들과 짧은 대화를 나누다 보니 각자의 직업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통영에서 왔다는 한 분은 지게차 운전을 하고 있었고, 다른 네 명은 이동식 크레인 조종사였다. 지급받은 교재 중에서 70% 정도는 기중기와 타워크레인에 관한 내용이었다.

 

이 부분에서 만큼은 교육을 통해 자주 발생하는 건설기계 사고를 막고자 하는 정부의 의지를 읽을 수 있었다. 그러나 강사는 건설기계 조종사보다 사업주가 반드시 지켜야 할 규칙을 강의하는 시간이 꽤나 많았다. 정작 관심을 갖고 있던 타워크레인에 대해선 어물쩍 넘어가거나 깊이 있는 말은 거의 하질 않았다. 강사가 타워크레인에 대해선 잘 모르기 때문에 일부러 피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건설기계 조종사 안전교육이 갑자기 생기게 된 원인이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소형 타워크레인을 사용하는 건설 현장에서 전복 또는 붐 추락과 사망 사고가 자주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에 강사는 소형 타워 위주로 교육을 진행했어야 옳다. 또한 건설 현장에 많이 세워져 있는 소형 타워에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확실하게 들춰내어 사고를 미리 예방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할 의무도 있다.

 

그런데도 강사는 주로 다른 기종에 대해서만 강의했다. 그가 말한 것조차 현직에 몇 달 정도 있어 본 기능인이라면 이미 알고 있는 지극히 평범한 내용이 주를 이뤘다. 때문에 4시간 교육이 무척이나 지루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이번 교육과정도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단 생각이 들었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건설기계 조종사들이 그저 시간만 때우러 오는 것으로 인식하지 않을까 염려가 되었다.

 

몇 년 전엔 한동안 사라졌던 건설기계 조종사 적성검사가 다시 부활됐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시대에 규제를 대폭 완화해도 모자랄 판이다. 그런데 이 나라는 유독 건설기계 조종사에겐 더 무거운 짐을 짊어지게 한다. 최근 몇 년 동안 발생한 타워크레인 사고는 거의 대부분 조종석이 없는 소형 타워 현장에서만 일어났다. 그렇기 때문에 소형 타워를 새운 건설 현장과 관련 업체 그리고 조종사만 따로 교육받을 수 있게 해야 마땅하다.

 

유인 타워크레인 조종사는 20시간 짧은 교육만 받고 소형 타워를 조종하는 사람과 달리 국가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한 유능한 전문가이다. 최근 몇 년 동안 유인 타워크레인은 가동 중에 대형 사고가 발생한 사례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지난 615일 울산에서 발생한 사고는 유인 타워크레인을 설치하는 도중 안타깝게도 작업자가 추락사한 것이다. 이것 역시 조종사의 과실이 아니다.

 

그런데 정부는 왜 아무 관련도 없는 유인 타워크레인 조종사까지 싸잡아 피곤하게 만드는지 이유를 모르겠다. 여기에 다른 기종의 수십만 건설기계 조종사들은 무슨 잘못을 했다고 못살게 구는가. 반복되는 말이지만 소형 타워에서 대형 사고가 자주 발생하면 소형 타워 관련 법을 더 엄중하게 손질하고 관계자만 맞춤 교육을 시키면 될 일이다.

 

그런데 소형 타워 하고는 아무 관련도 없는 다른 기종의 건설기계 조종사까지 불필요한 교육을 받도록 만들었다. 여기에 3년이 되는 날부터 재교육을 다시 받게 되어 있다. 엄밀히 따지고 들면 만 2년이 지날 때마다 재교육 의무가 따른다. 이미 근무하는 직장에서 지겨울 정도로 현장 안전교육을 받고 있는 건설기계 조종사들이다. 이를 어길 시 1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소형 타워의 잦은 사고로 인해 도입된 건설기계 조종사 안전교육은 도대체 누구를 위한 법인가. 수많은 건설기계 조종사의 소중한 시간과 추가로 부담해야 할 교육 수수료는 하늘에서 그냥 떨어지는 게 아니다. 이들은 국가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하여 국내 건설 현장에서 수십 년 동안 경험을 쌓은 전문가이다. 그런데 해당 기종의 현장 경험도 전혀 없는 강사가 도대체 누굴 교육시킨단 말인가.

 

기종에 딱 맞는 맞춤 교육이 아닌 수박 겉핥기로 대충하는 집단 교육은 개선 효과라곤 전혀 기대할 수도 없다. 이런 식으로 계속 이어진다면 오래가지 않아 건설기계 조종사들의 집단 반발이 이어질 것이 훤하다. 특정 교육 기관의 수입을 몰아주기 위한 방편이 아니라면 이런 쓸데없는 교육은 당장 중단해야 마땅하다. 수수료도 문제가 많다. 없던 법을 새로 만들었으면 처음부터 정부 부담으로 했어야 한다.

 

건설기계 조종사 모두 부유한 사람이 아니다. 회사에 몸이 묶여 있거나, 자영업자라 해도 교육 기관까지 오고 가는 시간을 더하면 하루 일을 쉬어야 참석이 가능하다. 이들의 인건비와 장비 임대료는 누가 책임진단 말인가. 정부가 이런 불만의 소리를 듣기 싫으면 소형 타워와 아무 관련 없는 기종의 건설기계 조종사들은 즉시 교육 대상에서 죄 외 시켜야 마땅하다.

 

이날 함께 안전교육을 받은 건설기계 조종사 대다수는 지난 몇 년 동안 소형 타워 업계가 불법 개조와 연식을 속이는 방법으로 장비를 등록해 왔음에도 국토교통부가 인허가를 계속 남발했단 지적을 거침없이 해대었다. 뒤이어 현 정부에서 적성검사 부활과 안전교육을 도입한 것을 두고 쓸데없는 짓을 하고 있단 비판의 기류가 매우 강하게 일었다. 4교시 끝엔 A4 석 장 분량의 시험지가 전달되었다.

 

간단한 설문지 작성이야 그렇다 쳐도, 아무런 예고도 없이 국가기능사 자격증 소지자에게 또 다른 시험을 보게 하는 건 잘못이다. 엄중하게 따지고 들면 교육생 의무 사항도 아니다. 그런데다 웃기는 건 각각의 문제마다 정답으로 추정되는 곳에 이 하나씩 찍혀 있었다. 문득 정부가 해당 교육 기관의 평가를 교육생들의 시험 성적으로 정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임이 따르지 않는 시험이므로 정답을 대충 체크하고 나갈 사람이 대다수일 것으로 짐작한 교육 기관에서 미리 힌트를 준 것이 아닌가 싶었다. 마지막으로 정답을 체크한 시험지를 제출하면 신분증 크기의 수료증을 준다. 지갑도 잘 안 갖고 다니는 편리한 세상이 되었다. 그럼에도 또 다른 증서를 의무적으로 휴대해야 할 교육생들의 표정은 그리 달갑지 않아 보였다.



이경수 26k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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