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선재의 연당일기] 평이한 삶을 특별한 삶으로

위선재

편집부 기자

작성 2020.07.27 10:17 수정 2020.07.27 10:19

 

뒤뜰엔 여름꽃들로 가득하다. 수목들의 짙은 녹음 아래로 칸나, 수국, 제라늄, 블랙 아이드 수잔, 피튜니아들이 무더기로 피어나 있어 무성하면서도 화려하고, 치열하면서도 수월한 여름의 분위기도 절정을 이루고 있다.


이제 칠월이 지나고 팔월이 되면 지금은 아침에 나가 점검만 하곤 하던 사업체의 정상적인 영업을 시작할 것이다. 이제 뉴욕지역에서의 코로나 환자 수도 줄어들어 다시 장사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었기 때문이다.

 

코로나바이러스의 세계적인 대 유행으로 인하여 사월, 오월, 유월을 그리고 칠월 넉 달 동안을 사업체의 문을 닫고 집에 있게 되면서 뜻밖의 긴 유급휴가와도 같은 이 기간을 채소밭 가꾸기, 화단 만들기, 독서, 집안 대청소, 텔레비전에서 여러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보기 등을 하며 보냈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활동 범위가 집으로 줄어들었던 것을 무척 갑갑해 하던 남편과는 달리 나는 집에서 할 수 있는 활동들을 꽤 많이 찾아내곤 했다. 나와 남편의 그와 같은 차이로 인해 남편은 가게 문을 다시 열어도 된다는 뉴욕주 정부의 허락이 떨어지기 무섭게 자신의 사업체로 복귀하였지만 나는 가게의 문을 닫고 있는 동안은 최대 넉 달까지 지원되는 실업수당이 지급되는 칠월까지는 내 가게의 문을 닫기로 결정하였던 것이다.


매일 가게에 나가 하루해를 거기서 보내곤 하던 일상에서 벗어나 하루 이십사 시간을 집에서 보내기 시작하면서 전과는 닮은 듯, 닮지 않게 펼쳐지는 하루의 모습과 평소와 겹치는 듯 겹치지 않게 흐르는 삶의 모습을 관찰하기 시작했고 또 그것을 기록해 두고자 했다. 내 삶과 내가 살고 잇는 사회의 모습을 찬찬히 관찰해 볼 좋은 기회이기도 했다.


그래서 쓰기 시작한 연당일기가 이제 두 달 반이 넘어서고 있다. 색다른 문물이나 광경을 접하고 나서 그것에 대한 인상과 감동을 기행문으로 남겨 두거나 어떤 한 시기나, 사건, 혹은 전쟁의 기승전결과 중요한 순간들을 기록해 둔 기록물들을 많이 봤다. 그래서 중요하고 색다른 사안을 보면 그것을 기록해 두고 싶어서 칼럼을 썼다.

 

그렇다고 해서 내게 무슨 통찰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학식도 깊지 않으니 내가 하는 관찰이 정확하거나 종합적이거나 깊은 사유의 결과물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내가 쓰는 일기는 지극히 주관적인 의견과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소소한 일상의 풍경과 사회를 바라보는 나만의 시선으로 썼을 뿐이다.

 

그래서 칼럼의 제목도 소박하게 연당일기. 그냥 내 집 안과 내 집의 담장 너머로 내다보는 날들을 기록한다는 의미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위치에서, 내 눈높이로 내가 살아가는 한 시기를 기록해 두는 것은 나름대로 가치 있는 일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어떤 한 사회의 흐름과 현상, 어떤 사건의 의미는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회 구성원, 하나하나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에 대한 관찰을 통해 가장 잘 드러나고 분석된다. 또한 그렇지 않았더라면 한여름 밤의 꿈들처럼 흩어져 버렸거나 잊혀 버렸을지도 모를 일을 연당일기를 통해 작은 핀으로 꽂아 붙들어 맬 수 있게 되었다.

 

사람의 삶이란 결국 살아가는 나날들의 합일 것이다. 삶의 시간들과 나날 중에 소중하지 않고 의미 없는 것은 없을 것이다. 비록 평이한 일상이라 하더라도 그 하나하나에 대한 기록들이 가치 없을 리가 없을 것 같다.

삶을 산다는 것은 가끔 그 일상의 순간들을 음미해 보고 추억하고 기억하는 데 있기 때문일 것이다.



[위선재]

뉴욕주 웨체스터 거주

위선재 parkchester2h@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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