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바뀐 몸과 머리

영원한 인간 수수께끼

토마스 만

 

3

     

한동안 둘은 말없이 잠자코 있었다. 슈리다만은 누운 채 하늘을 바라보고 난다는 앉은 자세로 무릎을 세워 두 팔로 껴안고서 만물의 어머니를 상징하는 여신 칼리에게 참배 목욕재계하는 멱감는 샘터를 나무들 사이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쉬잇! 천둥 번개! 전광석화!”


둘째손가락을 그 두툼한 입술에 갖다 대고 난다가 갑자기 속삭였다.

 

슈리다만, 어서 일어나 앉아 가만히 저 아래 좀 봐. 멱 감으러 내려가는 저기. 눈 좀 크게 뜨고 잘 보란 말이야. 우린 볼 수 있어도 저 여자는 우릴 못 봐.”

 

한 젊은 아가씨가 멱 감기 위해 입었던 옷 저고리 보디스와 두르는 치마 사리를 층계에 벗어놓고 목에 건 구슬목걸이와 귀에 달린 귀걸이 그리고 숱이 많은 머리에 맨 흰색 리본 말고는 아무 것도 걸치지 않은 알몸으로 발가벗고 서있었다. 그 몸매가 눈부시도록 아름다웠다. 두 젊은이의 숨이 막힐 지경으로. 그야말로 사람을 홀린다는 여신 마하마야임에 틀림없었다. 매혹적인 피부색이 너무 검지도 희지도 않은 황금빛을 띈 갈색이었다. 우주만물의 창조신으로 사바세계를 주재한다는 바라문교의 교조인 조화의 신 범천梵天의 최고의 걸작으로 두 어깨는 사랑스럽기가 어린애 같고 엉덩이의 곡선미는 골반의 깊은 계곡을 더할 수 없이 향기롭고 감칠맛 나게 감싸주며 꽃망울 같은 두 젖가슴은 탄력 있게 풍만한 두 엉덩이 살과 함께 애타게 가냘픈 허리와 극도의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소녀가 가는 두 팔을 올려 고개 뒤로 두 손을 깍지 끼어 맞잡는 순간 그 유연한 동작을 따라 그 고운 겨드랑이가 다소곳이 검게 드러나 보였다.

 

우리 어서 소리 내지 말고 가만 가만히 자리를 뜨자. 이렇게 몰래 벌거벗은 여자의 알몸을 엿본다는 것이 옳지 않아.”

 

처녀한테서 눈길을 떼지 못하면서도 슈리다만은 난다의 귓속에다 숨 가쁘게 말한다. 두 손을 저으면서 난다가 소리죽여 숨차게 항의한다.

 

왜 안 돼? 우리가 여기 먼저 와있었는데. 무슨 소리야. 저렇게 아름다운 모습을 어떻게 그만 볼 수 있어. 형은 그럴 수 있겠어? 솔직히 말해봐. 형 눈이 벌써 벌겋게 잔뜩 흥분해 있으면서.”

 

쉬잇, 조용히 해. 웃을 일이 아니야! 우린 지금 성스럽도록 거룩한 모습을 보는데 경건한 마음으로 봐야지.”

 

이렇게 슈리다만이 주의를 주자 난다가 지지 않고 대꾸한다.

 

물론이야. 결코 농담할 일이 아니지. 그러나 형이 뭐라 하든, 이렇게 황홀한 즐거움이 또 어디 있겠어. 형은 땅바닥에 누워 하늘을 보자고 했지. 그런데 때로는 지금과 같이 일어나서 앞을 똑바로 바라봄으로써 하늘 아니 천국을 볼 수 있단 말이야.”

 

둘은 꼼짝도 않고 한동안 정신없이 여인을 지켜보았다. 좀 전에 그들 자신이 그랬듯이 금갈색 처녀가 두 손 모아 기구하면서 물속에 몸을 담가 씻는 동안 그녀의 몸뿐만 아니라 얼굴도 똑똑히 볼 수가 있었다. 두 귀걸이 사이로 윤곽을 드러내는 그 달콤한 얼굴은 작고도 예쁜 코와 입과 이마에다 연잎처럼 갸름한 두 눈이 그 신비스럽게 아름다운 몸매에 아주 걸맞은 특징들로 사랑스러운 모습의 극치였다.

 

, 난 저 여자를 알아!”

갑자기 손가락마디를 꺾어 딱 소리 내면서 난다가 급하게 중얼거린다.

 

이제야 알아보겠어. 이 근처 마을에 사는 수만트라의 딸 시타야. 내가 왜 진작 알아보지 못했을까. 그네까지 내가 태워준 아가씬데.”

뭐라고? 그네까지 네가 태워줬다고!”

다급하게 슈리다만이 묻는다.

 

그럼 그랬지. 그 마을사람들 다 보는 앞에서 하늘 높이 내 힘껏 그네를 태워줬지. 옷을 입고 있었으면 당장 알아보았을 텐데 발가숭이를 어떻게 단숨에 알아채겠어. 저 아가씨는 이 근처 들소마을의 시타야. 작년 봄 그 마을에 사시는 이모님 찾아갔다가 마침 그때 열리는 태양축제에서 만났었지. 그런데 저 여자는 아주 착하고 좋은 여자야

 

이봐, 난다, 그만해 둬. 제발 좀 비는데 나중에 얘기해.”

걱정스러운 어조로 슈리다만이 난다의 말을 중단시킨다.

우리 말소리 듣고 저 여자가 놀라면 어떡하라고.”

어떡하긴 우릴 피해 달아나겠지. 그러면 형이 실컷 보지도 못했는데.”

 

곯리듯 짓궂게 하는 난다의 말을 슈리다만이 몸짓으로 가로막는다. 머리끝까지 물속에 집어넣었다가 나오고 또 들어갔다가 나오면서 들락날락하던 시타가 물 밖으로 나와 층계에 비스듬히 앉아 젖은 몸을 햇볕에 말리는 것이었다. 주위에 사람이 있음을 전혀 모르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얼마 후 천천히 옷을 입고 그녀는 사원의 층계를 올라 사라졌다.

 

, 이제 볼 것 다 보았으니 마음 놓고 말도 하며 몸도 움직일 수 있게 되었네. 있으면서 없는 것같이 숨죽이고 있자니 그것도 오래 못할 짓이야.”

 

이렇게 말하자 아직도 제 정신 아닌듯한 슈리다만이 난다를 나무란다.

네가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 있는지 난 이해를 못하겠어. 그토록 아름다운 모습을 바라보느라 숨조차 제대로 못 쉴 만큼 열중하는 무아경 이상의 행복이 세상에 어디 있겠는가 말이다. 너도 생각 좀 해보라고. 숨도 못 쉴 정도라면 이것이 그녀의 얼굴을 더 좀 볼 수 없게 될까봐서라기보다는 주위에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다고 믿는 그녀의 순진한 믿음을 배신하게 될까봐서 그랬을 거야. 그 때문에 난 떨었어. 그리고 말할 수 없는 절대적인 책임감까지 느꼈던 거야. 그녀의 이름이 시타라고 했나? 알게 돼서 난 기뻐. 난다, 네가 그네를 태워주느라고 시타를 알게 되었다고?”

슈리다만, 형이니까 얘기지만 우리가 방금 엿본 그 아가씨는 지난해 봄에 태양신을 섬길 태양녀로 뽑혔었어. 그래서 내가 그네를 태워줬던 거야.”

난다, 야 너 참 운 좋았구나. 언제나 넌 운이 좋은 친구야! 네 팔심이 센 줄 알고 너보고 그네 태워 달라 했겠구나. 상상만 해도 미치겠다.”

 

슈리다만, 내 말 좀 들어봐. 어떻든 그 여자는 기도하고 참회해야 해. 무슨 나쁜 짓을 해서가 아니고 너무 잘생겼기 때문에야. 하기는 그렇게 생긴 것을 어떡하겠어. 그렇지만 그 여자 자신이 책임져야지. 그런 몸매론 사람을 잡으니까. 어떻게 잡느냐고? 우선 우리부터 사로잡히지 않아? 쾌락과 욕정의 세계로 끌어들여 속세의 중고重苦와 번뇌에 그 더욱 깊이 빠뜨리고 숨넘어가도록 우리 정신을 잃게 만드니까. 비록 의도하지 않는다 해도 그런 결과를 초래하는 것은 그 여자 자신이니까 말이지. 그런데 말이야, 그 여자의 연잎 모양의 눈을 보면 그 눈길이 그 여자의 의도인 것처럼 보이기도 해. 형은 내게 말하겠지.

 

그 여자의 외모는 그 여자가 얻어가진 것 아니고 타고난 것이라고. 그리고 그 점에 대해 그 여자가 참회하거나 후회할 일 아니라고. 그러나 세상에는 주어진 것이냐 얻어가진 것이냐의 차이가 없는 경우들이 있어. 아마 그 여자 자신도 이런 사실을 알고 자기가 그렇게 얻어가진 것에 대해 용서를 빌고 있을지도 몰라. 그런 몸매는 그냥 받은 것이 아니야. 틀림없이 그 여자 자신이 그렇게 가꿔 만들었을 거야. 그러니 그 여자가 아무리 목욕재계를 자주 또 많이 한다 해도 소용없어. 그 더욱 날로 더 아름다워지고 매혹적이 될 테니까.”

 

난다, 네가 그렇게 거칠고 상스럽게 얘기해선 안 돼. 그토록 가냘프고 거룩하도록 아름다운 존재에 대해서 말이야. 옳아, 네 딴에는 잘 모르는 형이상학적인 세계로 원정을 나가본 것이겠지만 네 말이 좀 심한 것 같아. 네가 갖고 있는 지식으로는 그 아름다운 정체를 볼 수 없는 것이 당연한지도 몰라. 그 이유는 세상 모든 것이 우리가 어떤 눈으로 다시 말하자면 어떤 마음과 생각으로 바라보느냐에 달렸을 테니까.”

 

이와 같은 슈리다만의 우정 어린 책망에 난다는 반발하지 않고 천진스럽게 말한다.

그럼 좀 가르쳐 줘. 다우지형. 형은 어떤 정신으로 바라보았기에. 그리고 난 또 어떻게 했어야 했는지.”

이렇게 난다가 사정하자 슈리다만이 말한다.

 

난다, 잘 좀 들어 봐. 모든 것은 두 가지 다른 형태로 존재해. 한 가지는 스스로를 위해서고 또 한 가지는 자기 아닌 다른 것들 눈에 띄기 위해서지. 하나는 있는 그대로 존재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보이기 위해서. 이것은 곧 혼과 그 이미지 영상인데 언제까지나 그 이미지만 보고 그 속을 못 본다는 것은 어떤 사물의 겉껍데기만 취하고 그 속 알맹이는 버리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어리석은 짓이지. 예를 들자면 길거리에서 구걸하는 누추한 거지를 대할 때 꼴 보기 싫은 느낌을 우리는 뛰어넘을 필요가 있어. 우리 눈과 감각에 와 닿는 감정에 머물러서는 안 되지. 우리 감각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현실의 그 어떤 진실이 아니고 인상일 뿐이야. 그러니 그 인상이라는 장막 뒤에서 어떤 일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야지. 우리가 봐야 할 것은 어떤 자연과 인간사회현상 그 자체가 아닌 그 이상이어야 해. 그런 현상을 통해 진짜 현실 그 진실과 그 핵심인 혼을 발견해야 한다는 말이야.

 

그러자면 우리 보기 싫은 것을 외면 안하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아. 마찬가지로 우리가 우리 욕정에 사로잡혀서도 안 된다는 얘기지. 아름다운 이미지가 불러일으키는 욕정에 말이야. 이 아름다운 이미지란 것도 그 실상인즉 이미지 이상이기 때문이야. 설령 감각적으로 아름답다고 느끼게 해주는 유혹이 보기 흉한 것 안 보려는 우리의 반작용보다 더 강한 것이라고 해도. 그렇다고 그 아름다운 것을 우리가 아름답게 느끼기 위해 우리의 양심이 있어야 한다든가 그 속에 들어가 봐야 한다는 말도 아니지. 그렇지만 그 반대로 거지의 경우 그 볼썽사나운 거지꼴은 그런대로 우리 양심을 찔러주고 그 거지탈속의 사람을 만나보도록 유도할 수 있다는 거야. 따라서 그 참된 존재에 대해 알아보지 않고 우리가 보기에 아름다운 눈요깃감만 즐기며 포식한다는 것은 우리가 거지의 겉모습만 보고 얼굴 돌리는 것과 같지 않겠어.

 

그래서 내가 생각하고 판단하기엔 여자는 우리를 못 보는데 우리만 그 여자를 엿본다면 우린 말하자면 더 큰 빚을 지는 거야. 난다, 우리가 엿본 그 여자의 이름이 수만트라의 딸 시타라고 네가 내게 알려준 것은 정말 네가 내게 큰 은혜를 베풀었다고 해야겠어. 왜냐 할 것 같으면 내가 그 여자의 이미지 이상의 것을 이제 알게 되었으며, 이름이란 그 사람의 신원과 본질, 그 사람 혼의 일부라고도 말할 수 있을 테니까. 그 더욱 날 기쁘게 해준 것은 그 마을 사람들이 가장 착하고 순수한 처녀로 그들이 숭배하는 태양신을 섬기도록 그 여자를 태양녀로 뽑았다는 사실이야.

 

이와 같은 사실을 내가 이제 알게 되었다는 것은 내가 드디어 그 여자의 이미지 이상의 바로 그 여자의 혼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는 얘기가 돼. 그 여자가 눈을 연잎 모양으로 화장한 것이 도의와 윤리와는 아무 상관없는 단지 하나의 관습에서라고 네가 말할는지 몰라도 내 생각에는 그런 눈화장조차도 관습이란 도덕관념에서 천진무구함으로 했을 거야. 결국 아름다움도 그 자체의 이미지에 충실할 수밖에 없지 않겠어. 어쩌면 그 자체의 이미지를 아름답게 충실히 살리는 것이 그 자체의 혼을 찾아내는 길이 될는지도 몰라. 틀림없이 수만트라는 훌륭한 아빠이고 엄마도 아주 좋은 여자일 거야. 그런 부모님을 모시고 시타가 집안에서 맷돌로 강냉이도 갈고 화덕에 죽을 쑤며 털로 가는 실을 짜는 모습 상상이 되고도 남아. 무슨 말인가 하면 그 여자의 이미지만 바라본 죄책감에서 그 이미지가 그 이미지 이상의 사람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원할 뿐이란 거야.”

형의 말 다 잘 알아들을 수 없어도 조금은 알 것도 같아.”

잠자코 듣고만 있던 난다가 조심스럽게 말한다.

슈리다만, 그런데 말이야. 형과는 달리 내게 있어 시타는 처음부터 형이 말하는 그런 이미지가 아닌 사람이었어. 내가 그네까지 태워준.”

이 말에 좀 흥분하듯 격앙된 목소리로 슈리다만이 말을 계속한다.

하기는 너무하다 할 정도로 그렇지. 그렇고말고. 그네 태워줄 정도로 네가 그 여자를 가까이할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튼튼한 네 몸과 힘센 네 두 팔 덕이었지 네 머리나 그 머리로 하는 생각의 혜택이 아니었어. 그래서 가능했던 친숙감 때문에 네 눈에는 그 여자가 순전히 하나의 물질적인 육체로밖에 안 보였을 거야. 그렇지 않고서야 네가 그렇게 불경스럽게 말할 수 없었을 테니까.

 

그렇다면 난다, 넌 모른단 말이니? 어린애고 처녀고 애기 엄마고 백발의 할머니고 간에 모든 여자의 모습에는 모든 것을 키워주는 우주만물의 어머니로 여성의 본질 성기를 상징하는 여신 삭티가 숨어있다는 것을. 그러니 여자의 자궁은 우리 모두의 영원한 고향이고 여자의 모든 형상을 우리는 끝없이 사모하며 예찬하지. 그런데 바로 그런 여신이 오늘 우리에게 그 가장 아름답고 매혹적으로 더할 수 없이 숭고한 모습으로 나타났던 거야. 그래서 이렇게 내 목소리가 떨리나봐. 이런 신성불가침의 현상을 모독하는 것 같은 네 말투에 난 화가 좀 나기도 하고.”

이 말에 난다가 대답한다.

슈리다만, 정말 형의 뺨과 이마가 벌겋구나. 그리고 형의 음성이 떨리기는 해도 보통 때보다 더 큰 소리로 말하고 있어. 사실은 나도 감동했어.”

 

난다, 그렇다면 난 더 이해를 못하겠어. 사실은 못할 것도 없지. 너는 그 여자의 일면만 보았을 테니까. 그 여자는 그 어떤 한 가지가 아니고 모든 것인데. 우리를 살리기도 하고 죽게도 하는, 사람을 사로잡아 홀리는가 하면 자유롭게 풀어주기도 하며 감각적인 아름다움에 취하게 하는 동시에 영혼의 아름다움 곧 진리를 찾게 해주는.”

 

난다의 까만 눈동자가 눈물로 반짝이며 빛나고 있었다. 형이상학적인 얘기를 듣기만 하면 그는 언제나 크게 감동해 우는 버릇이 있었다. 특별하게도 오늘 이 순간에는 슈리다만의 말이 더욱 감동적이었다. 그는 그의 염소코로 울음 섞인 숨을 깊이 들이쉬고 나서 더듬거린다.

 

다우지형, 오늘처럼 엄숙히 형이 말하는 것을 내가 들어본 적이 없어. 더 이상 말하지 말아줘. 못 견디겠어. 그러면서도 더 듣고 싶단 말이야. 영혼이란 것, 우릴 묶고 있다는 삶의 고리 그리고 모든 것을 포용한다는 만물의 어머니란 여신에 대해서.”

 

난다, 그래서 말인데 그 여자는 우리를 매혹시킬 뿐만 아니라 깨우쳐 지혜롭게 해준다는 거야. 내 말에 네가 감동된다면 그것은 그 여자가 언어의 여신으로 변신해서 우주만물의 창조신 범천 브라마의 지혜로 말씀해주시기 때문이야. 그 여자는 두 가지 모습을 하고 있어. 영혼과 육체로. 비쉬누신의 상대 마하마야 여신이 바로 그 여자야. 여신이 남신을 끌어안고 남신은 여신의 품안에서 꿈을 꾸지. 그리고 우리는 그 남신 속에서 꿈을 꾸고. 수많은 물줄기들이 갠지스 강으로 흘러들고 갠지스강물은 바다로 가고.

 

마찬가지로 우리는 비쉬누신의 꿈속으로 흘러들었다가 다시 만물의 어머니 여신의 품속으로 들게 돼. 보라고, 우리 삶의 꿈이 저 신성한 샘터 멱감는 데로 흘러들었더니 그 곳에서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만물의 어머니 자궁 속에서 우린 오늘 목욕하지 않았나. 그러면서 그 여신의 생식기를 상징하는 그릇에 물을 부었더니 바로 그 여신이 우리 눈앞에 알몸으로 나타난 것 아니었나. 세상에 링가와 요니(힌두교에서 말하는 남녀의 성기 자지와 보지) 이상 가는 상징이 없고 남녀화합이상의 환희란 없다네.

 

신랑, 신부가 서로를 맞아. 나는 하늘 그대는 땅, 나는 노래 그대는 춤, 우리는 같이 가리라 할 때 이렇게 결합하는 두 사람은 남자-여자 사람이 아니고 한 쌍의 신이 되어 이들의 음악소리가 깊은 골짜기로부터 하늘 끝까지 메아리친다네. 이리하여 우리는 지혜의 샘에서 멱을 감고 라는 자아의 미망과 착각을 벗어난다네. 이렇게 황홀한 무아지경에서 육체와 영혼이 하나 되듯이 삶과 죽음도 사랑으로 하나가 되는 것이라네.”

 

이 같은 형이상학적인 말에 난다는 완전히 매혹되어 너무도 감격한 나머지 눈물을 쏟고 고개를 저으면서 감탄한다.

 

, 그렇구나. 말의 여신이 브라마신의 지혜를 주어 형이 그 모든 것을 알게 해주었구나. 그러니까 형은 내게 절대 필요하다니까. 내가 갖지 못한 지식을 형이 다 갖고 있으니 내가 갖고 있는 셈이지. 난 형의 친구니까. 그러니 난 형의 일부로서 얼마만큼은 적어도 슈리다만이야. 그러나 형 없이는 난 난다일 뿐이고. 그것으론 안 돼, 부족해서. 그래서 난 형과 떨어질 수 없어. 형과 헤어지느니 차라리 난 불에 타 없어지겠어. 그건 그렇고 이걸 받아.”

 

그는 짐을 뒤져 식후에 씹으면 냄새가 좋은 빈랑나무껍질 한 묶음을 슈리다만에게 준다. 우정의 선물로.

 

 

 


  

 

 

 


서문강 기자
작성 2018.10.19 12:12 수정 2018.10.19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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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