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아동문학가 폴 빌라드는 순수한 아동의 심리세계를 진실하게 묘사하여 참된 사랑의 교훈을 깨닫게 하는 작품, 사랑, 배려, 이해의 마음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주는 작품을 썼다. 주요 작품에 '이해의 선물', '안내를 부탁합니다' 등이 있고 공학자, 수의학자, 생태연구가 등 다방면으로 활동했다. '안내를 부탁합니다'는 성장 소설로 전화 교환원이 전화를 연결해 주던 시절을 배경으로 어린 시절 ‘나’와 안내원 사이에서 주고받은 대화를 모티브로 하고 있다. 화자가 어른이 되어서도 전화 안내원을 그리워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보자.
'나'의 집은 동네에서 가장 먼저 전화를 놓은 집이었다. 전화기라는 기계 속에 ‘안내를 부탁 합니다'라는 사람이 살고 있음을 알게 되고, 하루는 어머니가 이웃집에 방문했을 때 망치로 손가락을 다쳐 전화기를 들어 ‘안내’를 찾는다. ‘안내’는 내게 냉장고를 열어 얼음을 대고 있으라고 상냥하게 말을 해 준다. 그 이후로 나는 무슨 일이든 모르는 게 있으면 ‘안내’를 불러 도움을 청한다. 그러다 나는 9살 때 보스턴으로 이사를 가게 된다. 그곳에 가서도 ‘안내’를 그리워한다. 새로 이사 온 집에도 전화기는 있었지만 나에게 ‘안내’는 고향의 낡은 나무 상자 속에 사는 사람이었고 세월이 흘러 10대로 접어들면서도 어린 시절 ‘안내’와 나눈 대화의 추억은 결코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몇 년 뒤, 고향의 누나네 집을 찾은 나는 돌아가는 길에 고향 마을의 전화국에 전화를 건다. “안내를 부탁합니다.”라고 말하자 너무나도 귀에 익은 음성이 들려왔다. 그녀에게 만나자고 한 후 그녀의 집에 초대되어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그녀가 평생 아이를 가진 적이 없었기에 나의 전화를 기다렸고 성심성의껏 대답해 주었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안내’와 이야기하며 그동안 그녀가 얼마나 나를 배려해왔는지 깨닫게 된다. 그리고 학기가 끝난 뒤, 고향의 누나를 만나러 올 때 전화해도 좋으냐고 묻는다. 부디 그렇게 해달라며 그땐 ‘샐리’로 찾으라고 한다. 석 달 뒤, ‘나’는 공항에 내려 전화국에 전화를 건다. 그러나 “안냅니다.”하는 다른 목소리가 대답을 한다. 샐리를 바꿔달라고 했으나, 그녀가 병으로 한 달 전에 죽었다는 소식을 전해 듣는다. 그러곤 샐리가 남긴 편지가 있다며 읽어준다. 그 편지에서도 샐리는 마지막까지 나를 위로해 준다.
'폴에게 말해줘요. 나에게는 아직 노래할 또 다른 세상이 있다고요. 내 말이 무슨 뜻인지 폴은 알 거예요'
'안내를 부탁합니다'가 남긴 메모의 내용은 어린 시절, 키우던 카나리아가 죽어 슬퍼하던 나를 위로하기 위해 그녀가 했던 말이다. 그녀는 내가 '안내를 부탁합니다'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슬퍼할까 봐 위로하고 배려하는 마음에서 그런 메모를 남겨 둔 것이었다.
이 작품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와 가치를 주는지 생각해보자. 호기심 많은, 얼굴도 알지 못하는 꼬마의 전화 질문에 성실하게 답변하는 전화 교환원 ‘안내를 부탁합니다’의 태도를 통해 공동체의 삶에서 중요한 것은 타인을 대하는 태도, 즉 이해와 배려하는 마음과 행동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 가져야 할 기본적인 자세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한다. 바쁜 세상을 살면서 나는 타인에게 어떻게 대하고 있을까.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 보자.
[민병식]
인향문단 수석 작가
대한시문학협회 경기지회장
문학산책 공모전 시 부문 최우수상
강건 문화뉴스 최고 작가상
詩詩한 남자 문학상 수필 부문 최우수상
2020 코스미안상 우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