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수 칼럼] 타워크레인 붐 학교 침범... 원인은 돈이다

이경수

 

타워크레인은 가동 상태가 아닐 땐 강한 바람이 불 것에 대비하여 회전 브레이크를 해제시켜 놓아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타워크레인이 바람에 버티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붐이 부러지거나 옆으로 쓰러지는 사고가 종종 생기곤 한다. 지난 12일 충북 충주의 한 중학교 학생들이 대형 타워크레인 아래서 아찔한 수업을 하고 있단 뉴스가 보도됐다. 학교 바로 옆에 고층 아파트가 신축되면서 타워크레인 4대가 세워졌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벌써 다섯 달째 바람만 불면 T형 타워크레인 붐이 운동장 쪽으로 넘어와 있곤 해서 어린 학생들이 불안에 떨며 공부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는 매우 당연한 반응이다. 그런데도 시공사 측은 확실한 개선책은 내놓지 않고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으니 공사가 마무리되는 올해 말까진 어쩔 수 없단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하지만 강한 바람에 타워크레인 붐이 돌아가서 어쩔 수 없다는 건 핑계에 불과할 뿐이다.

 

건설회사가 세운 장비라면 공사현장 안에서만 돌아가야 마땅하다. 그런데 이번 경우는 타워크레인 붐이 학교 운동장 위를 침범하여 수많은 학생들을 불안에 떨도록 만들었다. 이를 개선할 방법은 분명 있다. 그럼에도 건설사는 추가로 돈을 쓰지 않겠다고 공표를 한 거나 마찬가지다. 이들은 처음부터 공사비용을 아끼기 위해 임대료가 저렴하면서 작업 반경이 훨씬 넓은 T형 타워크레인을 세웠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우 휴일과 작업을 하지 않는 야간엔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에 따라 타워크레인 붐이 남의 땅이나 낮은 층의 주택 위에 서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건설회사가 타워크레인 붐이 학교의 경계를 수시로 침범할 것으로 예상했다면 처음부터 붐이 위아래로 움직이며 훅의 거리 조종이 가능한 러핑(Luffing)형 타워크레인을 세웠어야 한다. L형 타워크레인도 작업을 하지 않을 땐 붐을 안전 반경 이내로 해서 세워둔다.

 

이땐 회전 반경이 좁아 바람이 불어 저절로 돌아가더라도 붐이 공사현장 밖으로 나가는 경우는 드물다. 다만 L형 타워크레인은 T형에 비해 임대료가 조금 더 높다. 그리고 붐이 T형 타워크레인에 비해 상당히 짧으며 작업 속도가 조금 더 느린 게 단점이다. 무엇보다 T형 타워크레인 1~2대면 가능한 공사를 L형 타워크레인으로 했을 땐 1대를 더 세워야 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는 공사비 추가 부담을 의미한다.

 

그러나 건설회사는 설계 당시부터 분양가에 모든 경우의 수를 포함시켜 두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위 기사에선 일반 주거지가 아닌 학교이기 때문에 건설회사가 별일 없을 것으로 생각하고 T형 타워크레인을 세운 것으로 짐작된다. 이유야 어찌 됐든 타워크레인 붐이 사유지 경계를 함부로 침범하여 사람들을 불안에 떨게 해선 안 된다. 일본과 같은 선진국들은 2~30년 전에 이미 L형 타워크레인이 널리 보급됐었다.

 

그 당시 국내엔 T형 타워크레인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우리 국민의 안전 의식이 높아짐에 따라 건설현장에선 불필요한 분쟁을 피하기 위해 L형 타워크레인을 많이 세워가고 있는 단계다. 그래서 교통량이 많고 주거지가 밀집된 도심 속 공사현장일수록 L형 타워크레인이 많은 것이다. 학교도 엄밀히 따지면 사유지다. 학교와 학부모의 힘으로 부족하면 교육부라도 나서서 이 문제를 적극 해결해야 한다.

 

타워크레인에 박힌 핀과 볼트 하나가 어른 팔뚝 크기다. 만약 이런 작은 부품 하나가 학교 안 어딘가로 갑자기 날아들기라도 하면 큰 낭패가 아닐 수 없다. 건설사 이익보다 이 나라 미래를 짊어진 어린 학생들의 안전이 최우선 되어야 마땅하다. 학교 앞 도로에 스쿨존이 있는 것처럼, 학생들이 운동장에서 맘껏 뛰어놀며 공부할 수 있는 하늘의 안전도 보장돼야 마땅하지 않은가.


서문강 기자
작성 2021.05.15 12:08 수정 2021.05.15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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