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차영의 대중가요로 보는 근현대사] 붓

힘겨운 세월 버티고 보니, 오늘 같은 날도 있구나

류선우·류선우·강진 / 양지은

 

2019년 류선우가 지어서 강진이 부른 <> 노래를 2021년 미스트롯2 결승전에서 양지은이 인생곡으로 불러 우승, ()을 했다. 이 노래 첫 소절이 힘겨운 세월 버티고 보니, 오늘 같은 날도 있구나인데, 이 소절이 아버지에게 한쪽 신장을 떼어준 효녀가수 양지은의 개인사와 연관되어 시청자들의 감성온도를 높여준다. 또한 결승전에 진출하지 못한 상태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돌발 상황(진달래의 중도 하차)으로 결승진출자로 추가 선정되어 20여 시간 만에 무대에 다시 섰던 과정에서 불려진 노래라서 더욱 관심을 받는다. 하지만 이 곡은 창작 모티브와 노랫말 소절에 매달린 시대 상황적 모멘텀(momentum)을 디테일하게 음유해야 할 대중가요다. 이 노래가 2018년 남북정상회담 당시의 상황과 특정 모티브를 얽었다는 시각들을 간과하지 않고 감흥 해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노랫말 소절에 매달린 사연을 풀어보자.

 

힘겨운 세월을 버티고 보니/ 오늘 같은 날도 있구나/ 그 설움 어찌 다 말할까/ 이리 오게 고생 많았네/ 칠십 년 세월/ 그까짓 게 무슨 대수요/ 함께 산 건 오천 년인데/ 잊어버리자 다 용서하자/ 우린 함께 살아야 한다/ 백두산 천지를 먹물 삼아/ 한 줄 한 줄 적어나가세/ 여보게 친구여/ 붓을 하나 줄 수 있겠나/ 붓을 하나 줄 수 있겠나// 칠십년 세월/ 그까짓 게 무슨 대수요/ 함께 산 건 오천 년인데/ 잊어버리자 다 용서하자/ 우린 함께 살아야 한다/ 한라산 구름을 화폭 삼아/ 한 점 한 점 찍어나가세/ 여보게 친구여/ 붓을 하나 줄 수 있겠나/ 여보게 친구여/ 붓을 하나 줄 수 있겠나/ 붓을 하나 줄 수 있겠나.(가사 전문)

 

노랫말 중에서 풀어헤쳐 볼 소절 몇 절이 있다.‘칠십년 세월1948년에서 2018년까지로 여겨진다. 1945년 해방광복이후, 1948년 남북한이 각각 다른 정부를 수립한 후 2018년 남북정상회담 시기까지. 70년 세월이란 소절은, 1983KBS 남북이산가족찾기 생방송프로그램 주제가이던 설운도의 노래 <잃어버린 30>에서 착상을 한 듯하다. 여기서 30년은 6·25전쟁이 휴전된 1953년부터 1983년까지의 30년이었다. <>노래 중간 소절이 이리 오게. ‘오게는 우리말의 하대어(下待語). ‘오시게라고 했어도 아쉽기는 마찬가지일 텐데. 칠십 년 세월의 뒤에 매달린 소절이 그까짓 게 무슨 대수요. 70여 년의 세월 속 역사적인 팩트(fact)들이 대수(大手)가 아니면 소수(小手)인가. 큰 행위인가, 작은 행위인가. 이념의 상극성과 민족의 동질성을 동시에 품고 있는 남북한이 1천만 이산가족으로 살아가는 현실과, 한쪽의 무력행동으로 수많은 국민(민간인·군인)의 생명과 재산을 잃은 물리적인 현상과 현실을 유행가로 얼버무리려 해서는 아니 된다. 이 한과 고통의 장본인이 나와 나의 가족이었더라면 어찌하랴.

 

1948~2018년에 걸려 있는 역사적인 사실은 어찌할꼬. 1950~1953년까지의 6·25전쟁, 1968년 청와대습격·울진삼척지구무장간첩침투사건, 1983년 아웅산테러사건, 1987KAL 858기 폭파사건, 2차에 걸친 연평해전(1999·2002), 2010년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등등은 큰일인가 작은 일인가? 최근 울진삼척지구무장공비침투사건 당시 5명의 가족을 잃은 후손 중 한 분이 북한을 상대로 소장을 제기했다. (2021.3.19. 조선일보). 이런 역사적인 사실들을 함께 산 건 오천 년인데/ 잊어버리자 다 용서하자/ 우린 함께 살아야 한다는 소절로 퉁치고 넘어가려고 한다면 대중가요를 이용한 난센스다. 일종의 가요우민(歌謠愚民)이라고 해도 무방하리라.

 

저마다의 유행가는 작품자(작사·작곡가)들이 묵시하는 메시지가 있다. 그래서 공자(BC551~479)노래는 세상과 통한다라고 한 것이다. 치세락(治世樂난세분(亂世憤망국탄(亡國嘆). 평화로운 시대에는 즐거운, 어지러운 시대에는 분통 터지는, 나라가 망한 때는 한탄의 노래가 불려진다. 트로트 열풍이 훨훨거리는 오늘날 대한민국은 치세인가, 난세인가, 망세인가. BC 551~479년 시기를 72세로 살아 낸 공자는 행인(行人)이라고 명명한 민중노래 수집가들을 방방곡곡에 보내서 시가(詩歌) 3천여 수를 수집한다. 그 당시를 살아 낸 대중들의 민심이 담긴 노래들이다. 이를 풍·····흥 육의(六義)를 기준으로 305편을 분류하여 시경을 묶는다. 이때 노래는 세상과 통함을 설파한다. 그래서 대중가요를 통속적인 시대 이념과 대중적인 감성을 아우른 역사의 산물이라고 하는 것이다.

 

<> 노래에 얽은 백두산 천지의 먹물은 웬 말인가. 그 먹물로 무슨 그림을 그리자는 것인가. 백두산 천지는 백두산 정상에 있는 화산호, 두만강과 송화강의 발원지이다. 수면은 해발 2,257m, 둘레는 14.4km, 평균깊이 213m, 최대수심은 384m이다. 한반도뿐만 아니라 중국에서도 가장 깊은 호수로 흑수(黑水)로도 불린다. 이 천지 물을 먹물로 삼았으니, 한라산에 걸친 흰 구름 화폭이 흥건히 젖고도 남을 터이다. 굳이 여기에 작품 자의 의도된 묵시(默示)를 차치(且置)하고, 오늘날 백두산 천지의 사실을 펼친다. 이 천지는 오늘날 두 조각으로 나뉘어 있다. 절반 정도의 남쪽은 북한, 나머지 북쪽은 중국 땅이다. 코로나-19 보건환경 시국 이전 많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찾아간 백두산, 천지를 내려다보며 서 있는 땅은 중국 국경 안쪽이다.

 

이는 1962년 북한과 중국이 체결한 조중변계조약(朝中邊界條約)의 결과물이다. 이에 따라 천지의 54.5%는 북한에, 45.5%는 중국에 속한다. 그해 평양에서 저우언라이(周恩來, 1898~1976)와 김일성(金日成, 1912~1994)이 체결한 조약이다. 이 조약은 6·25전쟁 당시 미국에 저항하고 조선(북한)을 돕는다는 항미원조(抗美援朝)의 기치 아래 두만강을 넘어서 참전한 중국군의 지원에 대한 보답으로 체결했다는 설담(說談)이 있어서 아쉽기 그지없고, 남북한 평화통일이 되면 다시 중국과 협상을 하여 되찾아야 할 숙제이기도 하다. <> 노래의 원곡 가수 강진과 리메이크 가수 양지은의 목청에 걸린 백두산 천지가 두 쪼가리로 존재하는 사실을 알고 노래의 감흥에 젖어 드는 시청자들은 얼마나 될까.

 

<> 노래를 지은 류선우는 1970년 서울 출생. 한국연예예술인총연합회 성남지회 창작분과위원장이다. 서울예술대에서 실용음악을 전공하고, 강진의 <막걸리 한잔>, 황진희의 <가락지>를 작사 작곡하였으며, 홍예주의 <하룻밤 거문고>, 유지나의 <김치> 등을 작곡했다. 그는 미스터트롯 김희재와 같은 소속인 해군 홍보단원으로 군복무를 마쳤고, 2005년 박달가요제에 가수로 출전하여 금상을 수상한 가수 출신이지만, 오랜 세월 무명의 길을 걷다가 작품자로 변신하여 유명세를 탄다. 남한산성 전국가요제·마들가요제·박달가요제 등 여러 가요제 심사위원으로도 활동을 하였고, 통일가요제·전국청소년트로트가요제·향토가요제 등에도 여러 곡을 출품하였다.

 

양지은은 1989년생, 아버지가 북제주군 의회 의장을 역임한 양보윤이다. 그녀는 제주 한림고·전남대 국악과를 거쳐 연세대학원에서 음악을 공부한 정통파다. 그녀는 제주 출신 가운데 유일하게 무형문화제 판소리 흥보가 1호 이수자이며, 나주 목사고을 전국국악경연대회·목포 유달판소리국악대전·목포판소리 학생전국대회 등에서 수상한 재능꾼이기도하다. 미스트롯2 무대 위에서 효녀가수가 되고 싶은 제주댁, 두 아이의 엄마 결혼 4년차입니다. 중학교 1학년 때 판소리에 입문했고, 21살에 아버지께서 당뇨합병증으로 시한부 선고를 받으셨다. 그때 아버지께 왼쪽 신장을 기증했다.’고 말했다. 이어서 수술 후 아버지는 건강해지셨는데, 나 스스로는 배에 힘이 안 들어가더라. 그러면서 슬럼프가 와서 음악을 포기하게 됐다. 아버지께서는 많이 미안해하셨다. 그 후에 간암이 생기셔서 간 절제를 하시고 합병증으로 발가락도 절제하셨다. 그 아버지가 방송에서 노래하는 거 한번이라도 보고 싶다고 하셔서 나오게 됐다.’고 말해 많은 시청자들을 눈물짓게 했다.

 

<> 노래 첫 소절이 그녀의 인생이다. ‘힘겨운 세월 버티고 보니, 오늘 같은 날도 있구나.’ 그녀의 판소리 스승이 일러준 말, ‘음지가 양지 되고 양지가 음지된다는 흥보가(~) 사설(辭說)이 현실이 된 것이다. 중학교 시절부터 제주에서 목포까지 배를 타고 다니며 소리를 배웠던 날이 오늘 고진감래(苦盡甘來), 금빛 왕관의 씨앗이 되었다. 양지은은 엘레지의 여왕 이미자와 김치녀 송가인을 합친 감성목소리, 붓으로 글자를 그리듯이 노래를 휘 젖는 가수다. 가수가 붓을 든 듯 어허야~ 노래를 하면 애청자들의 가슴팍에는 이슬눈물이 아롱진다. 시인이 붓을 들면 나그네 가슴팍이 시려오고, 한 민족이 붓을 들면 멍들은 역사가 휘갈겨진다. <> 노래 속의 오늘은 양지은이 우승을 한 날이기도 하고, 남북 정상이 만난 날이기도 하지만, 우리 민족의 여망의 날은 아직 오지 않는 날이다. 그날은 우리 민족이 하나로 평화통일을 이루어낼 날이다. 미지의 그날이 오늘의 현실이 될 날은 언제이련가. 삼천리 강토에 평화통일 무궁화 꽃이 하나로 필 그날은.


 

[유차영]

시인

수필가

문화예술교육사

한국유행가연구원 원장  


전명희 기자
작성 2021.05.26 11:07 수정 2021.05.26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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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