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상 칼럼] 코스미안의 사마귀 타령

이태상

 

202173일자 중앙일보 기획 기사 조영남 남기고 싶은 이야기 예스터데이<18> 정직해 핍박받은 교수 잘나가던 마광수, 즐거운 사라로 버림받아 우울증에서 조영남은 이렇게 적고 있다.

 

이건 순전히 내 생각이다. 선각자들은 우리에게 정직하라! 정직하게 살아라, 그래야 사람답게 살 수가 있는 법이다, 라고 강조한다. 마광수는 내가 아는 어떤 사람보다 정직하게 살았다. 바보처럼 정직하게 살았다. 마광수는 나에게 정직함의 표본이 되긴 하지만 또한 정반대 방향으로 사람이 정직하면 얼마나 다른 사람들로부터 핍박을 받게 되는 가를 실감케 해주는 샘플이 되어주었다.”

 

마광수뿐만 아니라 고금동서 인류역사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소신과 신념, 다시 말해 자기 자신에게 솔직 충실함으로써 온갖 핍박을 받고 사회적으로 왕따 당하다 못해 스스로 삶을 포기하거나 우울증 정신병을 앓아 왔으리라.

 

어려서부터 나 역시 이 문제로 많은 고민 끝에 그 해결책이라 할까 돌파구를 동화 미운 오리 새끼 The Ugly Duckling’에서 찾게 되었다. 세상 사람들로부터 버림받고 왕따 당하는 것보다 더 불행하고 비참한 일은 나 자신으로부터 버림받고 왕따 당하는 일이라는 결론을 얻게 된 것이다. 다시 말해 언제나 나 자신에게 솔직하고 정직한 것 이상으로 순수하고 진실할 수 없다는.

 

윤동주가 우리 모두의 히로 hero라면 마광수는 안티-히로anti-hero라고 할 수 있을는지 모르겠다. 윤동주가 우리 무구無垢함의 화신化身/化神이었다면, 마광수는 우리 유구有垢함에 솔직하다는 말이다.

 

우리는 왜 윤동주에 열광하는 것일까. 문학평론가 유성호의 말을 빌리자면 여러가지로 훼손된 우리 삶의 모습과 정반대인, 흠 없는 사람을 찾는 현상이다. 이는 마치 윈죄原罪original sin’를 타고났다는 인류의 구원을 위해 우리의 속죄양贖罪羊/희생양 犧牲羊 scapegoat’으로 동정녀童貞女Virgin Mary’가 낳았다는 독생자 獨生子 only begotten’ 예수뿐만 아니라 우리 육체적인 욕망, 욕정의 대변인 마광수를 십자가에 매다는 현상과 비슷하지 않을까.

 

여대생 제자와 성관계를 갖는 대학교수 이야기가 1992년 소설 즐거운 사라로 구속되고 해임되는 등 고초를 겪은 연세대 마광수 국문과 교수는 1983년 윤동주 논문으로 학위를 딴 국내 윤동주 박사 1호다. 이에 대해 중앙일보 신준봉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마 교수는 이렇게 항변했다.

 

내가 변태 교수로 몰려 억울하게 잡혀가는 바람에 윤동주와 내가 궁합이 안 맞는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 그 사람도 솔직했고, 나도 솔직했다. 사람이 먹는 거 하고 섹스, 둘밖에 더 있어. 나는 인간의 성적인 욕망을 솔직히 고백했다. 윤동주 역시 성적인 것을 빼고는 자기를 다 들어냈다. 시가 곧 자기 고백이다. ‘참회록같은 시를 봐라. 온통 자기에 대해 분석하고 부끄러워하는 내용이다. 끊임없이 회의와 모색을 하며 자기 내면을 해부 한 사람이다. 시에 교훈도 별로 없다. 맑은 동심으로 쉽게 시를 썼다.”

 

2016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주제로 거친 세파를 헤쳐나가는 데 필요한 경구警句들을 모은 책 산문집 섭세론涉世論을 출간한 마 교수는 인생은 본질적으로 허무한 것이기 때문에 적극적인 성적 쾌락 추구로 달래야 한다는 주장을 담았다며, 윤동주를 기적이라고 표현했다.

 

, 담배도 모르고 여자도 몰랐다. 아무리 추적해도 연애한 기록이 없다. 연세대 전신인 연희전문에 다닐 때 수업 끝나면 본정통이라고 불렸던 지금의 명동에 가서 책방 순례를 한 다음 카페에서 차 마셨다. 그래서 나는 윤동주가 기적이라고 본다.”

 

이는 윤동주가 말하자면 신선神仙처럼 이슬 먹고 구름 똥 쌌다는 얘기다. 그리고 윤동주의 저항시인 이미지에 대해 마 교수는 이렇게 이의를 제기했다.

 

그의 시를 저항시라고 하면 틀린 말이다. 그의 저항 대상은 자기 자신이었다. 일본에 독립운동하러 간 게 아니다. 도항증渡航證을 받기 위해 창씨개명創氏改名까지 하며 문학 공부하러 갔다. 시에 명시적인 저항이 없다. 오히려 내 목을 댈 테니 자르라는 식의 마조히스트masochist 색체가 있다. 그만큼 내부 갈등이 많았던 사람이다.”

 

그러면서 마 교수는 그 당시 윤동주 현상을 또 이렇게 진단했다.

 

당시 시인들은 뭘 가르치려 하거나 과장되게 흐느끼거나 아니면 카프처럼 나가 싸우자고 부르짖거나였다. 윤동주에게는 세 가지가 하나도 없다. 가장 독창적인 시인이다. 시가 일기 같다. 윤동주에게는 두 가지 장점이 있다. 하나는 일찍 죽었다는 점. 우리에게는 요절夭折한 사람에 대한 이상한 숭배가 있다. 내 제자지만 기형도도 그렇다. 또 하나는 잘 생겼다. 정직하고 깨끗하게 생겼다. 못생기고 뚱뚱했다면 이런 신화나 열광은 없었을 것이다.”

 

나는 그리스 신화를 좋아한다. 유대교나 기독교 신화와 달리 퍽이나 인간적이다. 마찬가지로 형이상학적인 예수나 윤동주 보다 형이하학적인 전태일이나 마광수에게서 더 진한 인간미를 느낀다. 그리고 손끝으로 쉽게 쓴 윤동주의 시 보다는 온몸을 불살라 쓴 전태일의 시가 비교도 할 수 없이 훨씬 더 감동적이고, 그가 쓴 소설에서 인간의 성적인 욕망을 솔직히 고백했다는 마광수보다는 실제로 거침없이 자유롭게 행동하는 삶을 사는 카사노바나 마돈나 같은 성남性男, 성녀性女들을 선망羨望한다.

 

 

특히 간절히 빌고 바라건대 교미交尾 후에 수놈을 잡아먹는 사마귀praying mantis처럼 전쟁과 폭력을 일삼는 모든 남성을 성교性交 후 인정사정人情事情 없이 잡아먹어 치울 여성들의 출현을 죽도록 고대苦待해 마지 않는다.

 

, 이제 마광수의 짧은 시 세 편을 우리 같이 읊어 보자.

 

마음

 

나의 눈동자는 너무 좁아

넓은 하늘 모두를

들여놓을 수 없다

 

하늘은

조각조각 갈라져

그 가운데 하나만이

나의 눈동자 곁을 지나간다

 

때로는 구름을

때로는 조그마한 태양을 동반한 채

하늘은 내 눈동자 밖을

배앵뱅 돌며

언제나 한심스런 얼굴로

물끄러미 나를 바라본다

 

다시 비

 

다시 비

비는 내리고

우산을 안 쓴 우리는

사랑 속에 흠뻑

젖어 있다

 

다시 비

비는 내리고

우산을 같이 쓴 우리는

권태 안에 흠뻑

갇혀 있다

 

다시 비

비는 내리고

우산을 따로 쓴 우리는

세월 속에 흠뻑

지쳐 있다

 

 

 

 

이 세상 모든

괴로워하는 이들의 숨결까지

다 들리듯

고요한 하늘에선

 

밤마다

별들이 진다

들어 보라

 

멀리 외진 곳에서 누군가

그대의 아픔을 위해

기도하는 시간

지는 별들이 더욱

가깝게 느껴지고

오늘

그대의 수심愁心

수많은 별들로 하여

더욱

빛난다

 



[이태상]

서울대학교 졸업

코리아타임즈 기자

합동통신사 해외부 기자

미국출판사 Prentice-Hall 한국/영국 대표

오랫동안 철학에 몰두하면서

신인류 코스미안사상 창시

1230ts@gmail.com

전명희 기자
작성 2021.07.05 11:00 수정 2021.07.05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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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