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식 칼럼] ‘나쓰메 소세키’의 한눈팔기에서 보는 현실도피의 세상

민병식

 

일본 국민 작가이자 근대 문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나쓰메 소세키는 1867년 도쿄에서 53녀 가운데 막내로 태어났다. 소세키의 집안은 유서 깊은 지역의 명가였고 경제적인 여유도 있었지만 너무 늦은 나이에 낳은 아이를 부끄럽게 여긴 나머지 생후 얼마 되지 않은 소세키를 다른 집에 양자로 보냈다. 양부모는 그를 애지중지 길렀으나 그 이유가 두 사람의 노후 부양을 위한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챌 만큼 조숙했던 소세키는 이후 양부의 외도로 인해 1875년에 다시 본가로 돌아오게 된다. 당시 일본문학에서는 작가의 치부를 드러내는 사소설이 유행했다고 하는데 이 작품 역시 입양의 상처와 환멸을 담은 소세키 유일의 사소설이다.

주인공 겐조는 해외 유학에서 돌아와 대학에서 강의를 이어가고 있다. 나는 나 자신을 위해 살아야 한다는 신념을 지니고 있지만, 고급 관료의 딸인 아내는 남편을 돈벌이가 시원찮은 괴짜 정도로 취급하고 있다. 어느 날 겐조 앞에 십오륙 년 전에 인연이 끊긴 양부 시마다가 갑자기 나타나 돈을 요구하면서 그는 '과거의 망령'에 시달리게 되고 형과 아픈 이복누나, 심지어 사업에 실패한 장인까지 그에게 경제적 도움을 청한다


나중에는 양모까지 찾아 온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아내와의 불화로 괴로워하면서도 그는 결국 겨우겨우 마련한 돈으로 주변의 문제를 해결한다. 돈을 요구하기 위해 골목을 지키고 있는 양아버지의 등장으로 이 작품은 시작되는데, 몇 번이나 그에게 금전을 갈취당한 끝에 가까스로 돈을 마련하여 다시 한번 양부와 절연한다. 아내는 양부와의 관계가 정리되었다고 기뻐하지만 이 세상에 정리가 되는 일이란 좀처럼 없다고 내뱉는 겐조의 말로 작품은 마무리된다.


겐조는 자신의 일과 삶에 집중할 수 없다. 꿈과 목표를 향해 가는 것에 방해받는다. 그래서 원제가 길가의 풀이다. 결국 겐조의 삶을 방해하는 것은 돈과 관계이다. 겐조의 가족 간의 사랑, 형제간의 우애는 모두 돈으로 해결되고 결국 원제인 '길가의 풀'은 인생의 목표에 걸림돌이 되어 돈으로 떠넘겨지는 인간관계의 비루함인 것이다. 겐조는 돈으로 인간관계를 해결하려는 자본주의의 피폐함과 아내와의 관계, 이 둘을 모두 해결 못하고 있다. 결국 겐조가 택한 것은 한눈팔기이다. 서재로 도망가 소설쓰기, 이것이야말로 근대의 시작과 마음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겐조가 택한 스스로의 실존이었다.

현대의 세상도 많이 어지럽다. 결국 경제적 문제에 의한 가족의 해체와 어떻게든 비루한 현실로부터 도피하고 싶은 사람들이 많은 시대에 비단 이러한 한눈팔기가 자본주의의 폐단만은 아닐 것이며 인간성을 상실한 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라고 하겠다.


[민병식]

인향문단 수석 작가

대한시문학협회 경기지회장

문학산책 공모전 시 부문 최우수상

강건 문화뉴스 최고 작가상

詩詩한 남자 문학상 수필 부문 최우수상

2020 코스미안상 우수상

민병식 sunguy2007@hanmail.net

전명희 기자
작성 2021.08.11 10:32 수정 2021.08.11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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