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상 칼럼] 제4회 코스미안상 공모에 부쳐 '코스미안 아리랑 별곡' (IV)

이태상

 

2022년 2월 14일자 미주 뉴욕판 오피니언 [문화 산책] 칼럼 '장욱진 화백과 루브르 박물관' 필자 장소현 미술평론가/시인은 그동안 문화사대주의에 찌들대로 찌든 우리 한국사회에도 '통쾌한 큰 어른'이 꽤 계시다며, 미술 동네에서는 장욱진(1917~1990) 화백도 그런 큰 어른 중의 한 분인데 "나는 심플하다”라고 선언하고, 한국인의 정서와 아름다움을 매우 단순한 화면에 담아낸 그 분의 루브르박물관에 얽힌 일화 한 토막을 이렇게 소개한다. 
  
“아버지(장욱진)를 모시고 루브르를 갔다. 그림 문외한도 한 번은 찾는 곳이 루브르 아닌가. 자동차를 가진 지인에게 특별히 부탁했다. 입구에 당도하자 아버지가 뜻밖의 말을 했다. ‘밖에서 기다릴 터이니 일행들은 어서 들어갔다 오라.’ 차를 태워준 사람의 체면도 있고 해서 함께 들어가자고 재촉해도 소용없었다. 거듭 채근하는 장녀에게 마침내 한 마디 던졌다. ‘이 나이에 지금 루브르를 보아서 무얼 하겠단 말인가?’”(김형국 저 ‘하늘에 걸 조각 한 점’에서) 
  
그 이야기를 들은 친구 김병기 화백(1916-)은 “장욱진이라면 능히 그럴 수 있다. 그의 작품세계는 그만이 할 수 있는 자기 고집의 세계인 것이다”라고 글에 썼다. 화답 또한 시원하다. 
  
인류 미술의 최고 성지(聖地)인 루브르 박물관에 가서 “볼 것 없다”며 안 들어가는 고집, 그 사람이라면 능히 그럴 수 있다고 두둔하는 친구… 어지간한 신념과 배짱이 아니고는 어림도 없는 일이다. 참 대단한 자신감이다. 그 자신감의 근거는 무엇일까? 
  
장욱진 화백의 그림에는 네 마리의 새가 줄지어 하늘로 날아가는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제자인 최종태 교수가 무슨 새냐고 물었다. 
  
“참새다.” 
  
“기러기라면 모를까, 참새는 줄지어 날지 않는데요….” 
  
장욱진 화백이 바로 단호하게 대답했다. 
  
 “내가 그렇게 하라 했다.” 
  
그림의 주인은 오롯이 화가라는 선언이다. 이런 확고한 자존감이 있으니 루브르박물관에서 볼 것이 없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통쾌하다. 

이상과 같은 글을 보면서 아름다울 '미美'는 어떤 것일까?  자문해본다.

엊그제 2022년 2월 12일자 미주 뉴욕판 중앙일보 오피니언 [이 아침에] 칼럼 '아름다운 동행'이 너무도 생생하게 떠오른다.

어느 날부터 아홉살인 케이티의 머리가 빠지기 시작했다. 그것도 원형 탈모증이 아니라 머리 전체에서 탈모증이 생겼다. 병원을 몇 군데 다녀도 원인을 알 수 없자 의사는 그저 마음을 편히 먹고 자연적으로 탈모 현상이 줄어들기를 기다리자고 했다.  
 
처방해준 약을 먹어도 증세는 전혀 호전되지 않았다. 케이티의 머리는 계속 빠져서 나중에는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골룸 같아졌다.  그러자 엄마 제니퍼는 마음을 독하게 먹고 아예 딸의 머리를 밀기로 했다. 그날 저녁 엄마는 착잡한 마음으로 케이티의 작은 몸에 큰 수건을 두르고 떨리는 손을 주어 잡고 딸의 머리에 이발기를 댔다. 그리고 서서히 머리를 밀기 시작했다. 떨어지는 몇 가닥의 머리카락을 본 케이티가 따라서 울었다. 엄마는 “괜찮아, 케이티. 괜찮아”하며 다독였지만 마음 아프기는 마찬가지였다.  
 
드디어 끝났다. 거울에 비친 자기의 민머리를 본 케이티는 울음을 참지 못하고 크게 울기 시작했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케이티는 이런 머리로 학교에 가야 한다는 것이 너무 창피하고 수치스러웠다.  
 
가까이서 이런 딸의 아픔을 지켜보며 누구보다 안타까워했던 사람이 바로 케이티의 아빠 매튜였다. 우는 케이티를 보고 견딜 수 없던 아빠는 딸을 응원하기 위해 스스로 ‘대머리’가 되기로 했다. 장난스럽게 머리를 들이밀면서 매튜가 말했다. “케이티, 아빠도 똑같은 헤어 스타일을 하면 어떨까?” 울던 케이티가 조심스럽게 아빠를 쳐다보았다. 매튜는 이발기를 내밀며, “케이티, 아빠 머리 밀어볼래? 할 수 있겠어?”라고 했다.
 
놀란 케이티가 주저하며 이발기를 잡았다. 싱글싱글 웃으며 매튜는 의자에 앉아 직접 수건을 둘렀다. 케이티가 조심스럽게 아빠의 머리를 밀기 시작했다. 휘파람을 불며 매튜가 말했다. “케이티, 아빠를 봐. 나는 머리 미는 게 절대 창피하지 않아. 아빠도 케이티 같이 될 거야.”
 
이 말을 들은 케이티는 이발기를 잡고 신나게 아빠의 머리를 밀기 시작했다. 잘린 매튜의 머리카락이 화장실 바닥에 수북이 쌓여갔다. 드디어 이발이 끝났다. 그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민머리를 보며 “케이티, 우리 딸의 헤어 스타일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워”라며 무릎을 꿇고 어린 딸의 손을 자기 머리에 대었다. 아빠의 민머리를 만진 케이티가 씩 웃었다. 이 모습을 본 제니퍼가 사진을 찍자, 철없는 딸은 웃으며 카메라를 향해 포즈를 취했다.  
 
제니퍼가 페이스북에 올린 이 사진은 사연과 함께 곧 전세계에 퍼졌다. 화장실을 배경으로 웃는 까까머리의 아버지와 엄지손가락을 쳐들며 행복하게 웃고 있는 똑같은 까까머리의 딸, 그리고 바닥에 수북히 쌓인 머리카락.
 
매튜가 “케이티, 기분이 어때?”라고 묻자, 대답 대신 케이티가 환하게 웃으며 아빠를 안았다. 그리고 잠시 아빠를 바라보던 케이티가 말했다. “아빠, 수염은 밀지마.”  
 
창밖에 앉은 바람 한 점에도 사랑은 가득하다. 아빠의 사랑은 딸의 아픔을, 마치 눈이 세상을 덮듯이 아름답게 덮었다. 2월의 어느 멋진 저녁에 있었던 일이다.  

<이리나 / 수필가>

자, 이제 끝으로 지난 연말 (내가 만으로 85세가 되는) 2021년 12월 30일자 코스미안뉴스에 올린 우생의 졸문 우리 다 함께 재음미再吟味해보자고 한 번 더 다시 올려보리라.

[이태상 칼럼] '코스미안 사랑은 호연지기浩然之氣여라 May Cosmian Love Be the Cosmic Ether

[이태상]

서울대학교 졸업

코리아타임즈 기자

합동통신사 해외부 기자

미국출판사 Prentice-Hall 한국/영국 대표

오랫동안 철학에 몰두하면서

신인류 코스미안사상 창시

1230ts@gmail.com

 

작성 2022.02.16 11:11 수정 2022.02.16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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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