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요 시중 은행들이 금리 상승기에 이례적으로 대출 금리를 계속 낮추고 정기 예·적금 상품의 금리는 특판 등을 통해 연 3∼5%대까지 올리고 있다. 금리 상승으로 급증하는 대출자들의 부담을 고려한 대책일 뿐 아니라, 금융당국과 정치권에서 ‘이자 장사’ 경고가 쏟아지고 예대금리차(예금·대출 금리 격차)가 7년7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벌어지자 부담을 느낀 은행권이 나름대로 ‘여론 달래기’에 나선 것으로도 해석된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이르면 이번주(4∼8일)부터 신규 취급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 금리를 각 최대 0.35%포인트(P), 0.30% 내리기로 했다.
아울러 금리 상승기에 커진 이자 부담 등을 고려해 ‘취약 차주(대출자) 프로그램’도 이달 초 가동할 예정이다.
상반기에 5대 은행 정기 예·적금에만 32조 원이 넘는 시중 자금이 몰렸는데, 부동산·주식·가상화폐에서 은행 쪽으로 자금 흐름이 바뀌는 '역머니무브'가 예·적금 금리 인상 경쟁과 더불어 하반기 더 빨라질 전망이다.
역머니무브는 시중 자금이 주식 등 위험자산에서 안정적인 은행 예·적금으로 돌아오는 것을 말한다.
신한은행은 지난 1일 ‘신한 40주년 페스타 적금’을 출시했다. 월 최대 30만원까지 납입할 수 있는 만기 10개월 자유 적금 상품으로 최고 금리가 연 4.0%다. 같은 날 출시한 ‘신한 S드림 정기예금’은 최대 가입 가능액 1억원, 최고 금리 연 3.2%의 1년제 정기예금 상품이다.
우리은행이 지난달 22일 최고 금리 연 3.2%로 내놓은 ‘2022 우리 특판 정기예금’은 6일 만에 2조원 한도가 모두 소진됐다. 지난달 28일 한도를 1조2000억원 추가로 늘렸지만 지난 1일 기준 1437억원만 남아있는 상태다. 지난달 17일 케이뱅크가 출시한 연 5.0% 금리의 ‘코드K자유적금’ 10만 계좌는 열흘 만에 완판됐다.
시중 은행이 이처럼 앞다퉈 대출 금리는 낮추고 예·적금 금리는 높이는 건 금융 당국과 정치권이 예대금리차 축소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달 20일 은행장들을 만나 “금리 상승기에 예대금리차가 확대되는 경향이 있다”며 “은행의 지나친 이익 추구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