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기자: 최현민 [기자에게 문의하기] /
여름 손님 장마가 왔다. 비의 계절을 몰고 장마가 여름 한가운데로 들어왔다. 먹장구름이 몰려들고 장대 같은 비가 내리면 도시는 세수를 한 것처럼 깨끗해진다. 자연이 하는 일은 이유가 없다. 스스로 그러하기 때문이다. 장마로 인해 도시가 물의 나라가 되고 사람들도 긴 장마를 덤덤하게 보낸다.
자연을 닮은 경복궁에 장맛비가 내리면 선경이 된다. 비와 경복궁은 참 잘 어울린다. 비를 맞고 있는 경복궁의 건물은 인문으로 빛난다. 자연처럼 담담한 건물은 온전하게 비를 맞으며 흐트러짐이 없이 더욱 견고하다. 고운 한복에 우산을 쓰고 비를 피해 폴짝폴짝 뛰는 아가씨들의 발걸음이 더욱 경쾌하다.
비 오는 날은 경복궁에 사는 비둘기도 비행을 멈추고 처마 밑에 앉아 비를 바라보며 상념에 젖어 든다. 인간이나 동물이나 비는 상념 속에서 헤매게 하는 속성을 지녔나보다. 비 오는 풍경 속에 비둘기 한 마리 더해져 경복궁은 비의 계절을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