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층간소음 때문에 갈등을 빚던 아래층 거주자가 윗집에 손님이 찾아온 것을 알고 있음에도 인터폰으로 심한 욕설을 퍼부었다면 모욕죄로 처벌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5일 모욕 혐의로 기소된 주부 정모(64)씨와 취업준비생 최모(41)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의정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정씨와 최씨는 2019년 7월 13일 오후 3시쯤 경기 남양주시에 있는 아파트에서 윗층에 사는 A(35)씨가 손님을 데리고 와 시끄럽게 한다는 이유로 인터폰으로 전화를 걸어 A씨에게 심한 욕설을 했다. 당시 A씨 집에 있던 7살 아들과 직장동료이자 같은 교회 교인인 B씨, B씨의 4살 큰딸과 3살 작은딸 등 5명은 인터폰 스피커를 통해 해당 욕설을 들었다.
1심은 모욕 혐의를 인정해 각 벌금 70만원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B씨가 A씨에 대한 욕설 등을 비밀로 지켜줄 만한 특별한 신분관계에 있지 않았던 점 등에 비춰볼 때 전파가능성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봤다.
그러나 2심은 정씨 등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 사건 발언을 들은 사람이 불특정 다수로 보기 어려워 공연성이 없고, 피해자와 친분이 있는 방문객 진모씨는 사건 발언을 지인들에게 전파할 가능성이 낮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대법원은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공동주택이 일반적인 주거 형태로 자리 잡은 우리 사회에서 층간소음으로 인한 갈등과 분쟁이 사회 일반의 관심의 대상으로 층간소음을 행위자의 인성 및 자녀교육 문제로 연결 짓는 자극적인 발언은 사람들 사이에 쉽게 얘기될 수 있으므로 전파 가능성을 쉽게 부정해선 안된다”고 했다.
사건 당시 욕설을 들은 방문객 진모씨가 직장 동료로 반드시 비밀이 보장된다고 보기 어렵고, 층간소음으로 인한 사회적 갈등이 높은 상황에서 정씨 등의 발언은 전파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또한 “사건 발언에 사용된 인터폰은 별도 송수화기 없이 스피커를 통해 울려 나오는 구조이고, 이 사건 발언의 전파가능성에 관한 미필적 고의를 부정하기 어렵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