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청소년의회 뉴스 / 권효민 사무국 인턴 기자] 필 주커먼은 그의 책 ‘종교 없는 삶’에서 무종교적 삶은 무의미하지 않으며, 오히려 개인의 내면적 가치에 집중하고 타인과 유대를 쌓으며 더욱 경이로운 삶을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다양한 통계 자료와 무종교인을 대상으로 한 인터뷰를 근거로 무종교적 삶의 장점을 밝히며, 무종교인에게 죽음과 삶이 무엇인지를 서술한다. 그의 고찰은 매우 깊이 있고 현대인이 생각해봄 직하다.
저자는 미국인이므로 저자가 소개한 대부분의 ‘종교 없는 삶’의 배경은 미국이다. 그의 책에 따르면 미국인 중 종교인의 비율은 약 70%로 미국 사회에서 다수자에 해당한다. 이때 약 30%의 무종교인이 수치적으로뿐만 아니라 구조적으로 소수자에 해당한다는 의미이다. 무종교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멸시와 혐오를 받고, 공직에 설 기회가 박탈되는 현상은 분명한 사회 문제이다. 그렇기에 미국에서 ‘무종교인도 충분히 가치 있게 살 수 있다.’는 그의 논의가 미국에서는 상당한 의미를 가졌을 것이다.
반면에 무종교인이 과반수에 해당하는 한국에서 이 논의는 그다지 중요한 의미를 가지지 않을 수 있다. 이미 많은 사람이 종교에 반감을 품거나 전혀 관심 없는 무종교인으로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필자는 이러한 문화적 차이를 차치하고, 개인과 종교에 주목하여 이야기하고자 한다.
저자는 일관적으로 종교인보다 무종교인이나 불가지론자가 개인 내면의 가치에 집중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신을 믿는다는 것이 전적으로 외부 세계에 자신의 삶을 의탁하고 내면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것을 의미하는지는 의문이다. 물론 기독교에서 기본적으로 인간은 나약하므로 하나님에게 의지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이것이 개인의 내면 가치를 돌보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기독교인은 개인의 마음을 예수가 상주하는 하나의 교회로 여기고, 자신만의 교회를 가꾸기 위해 노력한다. 즉, 신을 외부 세계의 존재로 여기기보다는 내면의 가치로 두고 꾸준히 관계를 맺는 것이다.
또한, 종교인은 신에게 종속되어 자유가 없는 존재가 아니다. 종교인은 신과 인격적 관계를 맺고, 자기 자신과 이웃을 섬기며 자신만의 자유를 능동적으로 찾아간다. 물론 생각과 행동이 종교적 교리의 제약을 받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개인의 가치관이 오직 교리에 지배되는 것은 아니다. 종교인은 개인적인 가치관과 종교적 신념을 조율해가며 자신만의 도덕성을 확립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를 통해 개인적인 내면의 가치를 구성하며 자유를 찾는 것이다.
저자는 오늘날의 탈종교화, 즉 무종교인의 증가 현상이 종교에 대한 일종의 반작용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이에 대해서는 절실히 동의한다. 여권이 신장하고 성 소수자 인권 운동이 전개되면서, 이에 배타적인 기독교는 비판받게 되었다. 많은 종교인은 여성과 동성애자를 차별하는 교회에 환멸을 느껴 ‘탈 기독교’를 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러한 기독교의 폐단이 무종교의 필요성으로 이어지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기독교의 폐단을 느껴 더는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지만, 그것이 정답은 아니라는 말이다. 종교인은 본인의 종교를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더 나은 종교로 만들 권리와 의무를 가진다.
그렇기에 이 책은 역설적으로 신학의 필요성을 보여준다. 우리는 성서를 문자 그대로 읽을지, 아니면 시대의 흐름에 맞게 재해석해야 할지, 종교를 어떤 비전으로 바라봐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남성 중심적이고 동성애 혐오적인 보수 기독교의 문제점을 바로 인식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탈종교화의 세태 속에서 종교인으로서, 특히 개신교인으로서 자신이 믿는 진리를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사유해야 한다.
가장 이상적인 사회는 종교적 사회도, 무종교적 사회도 아닌 어떤 종교적 태도를 보이든지 완전한 자유가 보장되는 사회이다. 종교인이든 무종교인이든, 자신의 삶에서 경이로움을 발견하고 사회적 차별 없이 완전하게 본인의 삶을 구성해나갈 수 있기를 소망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