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하루] 소다 구두

한창옥

소다 구두



구두 사러 소다 매장에 갔어요

엄마는 눈도 돌리지 않고

소다를 섞어 빵 반죽을 하고 있어요

영업시간이 다 되어 손님들은 총총히 나가요

엄마 혼자 남겨지면 어쩌죠

백화점은 철컥 문이 닫혔는데

소다를 넣고 빵을 만들어요

빨강 노랑 파랑 구두를 구두주걱으로 반죽을 해요

갇혀버린 엄마는 집으로 갈 생각도 없어요\

왕방울보석 박힌 구두를 신고 매장을 날아다녀요

이렇게 갇혀버려도 좋아요

엄마가 만들어 준 빵을 먹으면 돼요

가마솥 뚜껑을 덮어 설설설 익혀낸

산더미처럼 부풀어진 빵요

솥뚜껑을 열어젖히는 엄마 머리도 한껏 부풀어져요

아가, 어서 먹어라

모락모락 김이 솟는 노리까리한 빵을 먹어요

손 땟국이 빵에 뚝뚝 흘러요

엄마는 앞치마로 손도 코도 닦아줘요

엄마 오빠방은 어디 있어요

아득히 흘러간 시간들이

어둠 속에서 마냥 부풀어요

높은 찬장 위에 있던 아빠구두도 날아요

오빠는 피터팬이 되어 날아다녀요

엄마, 장화 한 쪽이 없어요?



[한창옥]

서울 송파 출생

시집 '다시 신발 속으로' 등단

시집 '빗금이 풀리고 있다' '내 안의 표범' 등

2017년 세종도서문학나눔 선정

인간문화재 49호인 부친 한유성을 기린 '한유성문학상' 제정

'포엠포엠' 발행인


작성 2022.07.19 10:09 수정 2022.07.19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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