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현지시간 20일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한 목표 지역이 달라졌으며 점령 과정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돈바스 지역 내 자칭 '도네츠크인민공화국'과 '루한스크인민공화국'을 비롯해 다른 지역에서도 군사 행동을 벌이겠다는 것이다.
러시아는 2월 우크라 침공 이후 영토 점령이 아니라 우크라이나의 '탈나치화', '탈군사화'를 내세웠으나 개전한 지 약 5개월이 지난 지금은 공공연하게 점령지 확장의 뜻을 내비치고 있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 전쟁은 영토 정복 전쟁에 불과하다"고 비판한 바 있다.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돕기 위해 장거리 로켓 시스템 등을 제공하자 라브로프 장관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장거리 무기 지원이 늘어날수록 러시아가 점령코자 하는 목표 지역의 범위는 더 확대될 것"이라며 으름장을 놓았다.
초기에는 우크라이나가 상대적으로 잘 방어했다는 의견이 많았으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간으로 전환됨에 따라 러시아의 공세에 우크라이나의 군사력이 밀리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결국 러시아는 본인들이 원하는 결과를 얻기 전까지는 전쟁을 쉽사리 멈추지 않을 것이다.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약 1400만명이 고향을 떠났다. 현재까지도 심각한 민간인 대상 학살과 전쟁 범죄가 일어나고 있다. 민간인을 상대로 벌이는 러시아군의 잔혹행위들은 끊임없이 보고되고 있다. 재산 약탈, 폭행과 더불어 민간인 거주구역을 포격할 뿐만 아니라 명백히 비무장 상태인 무고한 민간인을 사격하여 막대한 민간인 사상자를 발생시키고 있다.
지난 2008년에도 러시아가 개입된 끔찍한 전쟁이 있었다. 남오세티야 전쟁을 소재로 한 <5일간의 전쟁(5 Days Of War)>은 전쟁의 진상과 그 의미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 준다.
영화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이라크전 취재를 나선 주인공 '토마스 앤더스'는 이라크전 현장에서 동료를 잃어버리고 미국으로 귀국한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앤더스는 조지아 트빌리시로 떠나고, 동료 기자인 세바스찬과 함께 조지아에서 일어나고 있는 분쟁에 대한 사실을 알아차린다. 미하일 사카슈빌리 조지아 대통령이 본국에 분리독립을 요구해 온 남오세티야 공화국에 대한 무력침공을 강행하자, 러시아가 자국민 보호를 주장하며 군대를 파병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무고한 조지아 시민들뿐만 아니라 취재를 나선 기자들의 생명이 위협받게 된다. 기자들은 러시아와 조지아 간의 전쟁 한 가운데어 살아남으려 하면서 동시에 잔혹한 민간인 학살 등의 행동을 미국 언론에 전달하려 애쓴다. 그러나 그 시기는 하필 베이징 올림픽이 열리던 때였으며 언론의 관심을 끌기란 매우 힘들었다. 사카슈빌리 조지아 대통령은 러시아의 침공이 시작되면 미국과 북대서양 조약기구의 국가들이 참전할 것이라 생각했으나, 현실은 이와 달랐고 조지아는 큰 피해를 입는다. 전쟁으로 인해 가족을 잃은 조지아 민간인들의 증언을 끝으로 영화는 막을 내린다.
이라크에서의 전투장면, 그리고 영화 내내 나오는 러시아군의 학살은 너무 잔인해서 제대로 보기 힘들 정도이다. 영화 마지막에는 사람들이 전쟁 중 각자 잃어버린 가족의 사진을 들고 있는 장면이 나온다. 기자들이 카메라에 담아 메모리카드에 보관해놓은 영상이다. 적군이 자신의 아버지를 목 매달아 죽이고 땅에 묻었다는 끔찍한 이야기를 말로 꺼낼 수 있게 될 때까지 어떤 힘든 시간들이 지나갔을까. 이 전쟁으로 인해 약 2800명이 죽거나 실종되었고 수만 명이 살아갈 터전을 잃었다.
역사는 반복된다. 공습으로 집이 파괴되어 사람들은 텐트에서 살고 있으며, 한창 청춘을 즐길 나이의 학생들은 학교가 파괴되어 졸업 사진을 잔해 위에서 찍는다. 초기에 비해서 많은 사람들이 잊어가고 있지만,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현지시간 20일, 미국 의회에서 연설을 진행한 올레나 젤렌스카 여사(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부인)는 '리사'라는 4세 우크라이나 여자아이를 언급하며 로켓 공격으로 숨진 아이들의 사진과 동영상을 보여주었다. 젤렌스카 여사는 "이것은 리사의 유모차다. 리사는 더 이상 우리와 있지 않다. 리사는 러시아의 로켓 공격으로 죽었으며, 리사의 어머니는 심각한 부상을 입었는데 수일간 누구도 그녀에게 딸이 죽었다는 얘길 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어린이들이 유모차에서 죽지 않도록 방공무기 시스템을 지원해달라"는 그녀의 호소에 현장에 참석한 미 의원들은 기립 박수를 보냈다.
테러에 관한 소식도 계속 보도되고 있는 상황이다. 6월 27일에는 크레멘추크 백화점에 날아온 미사일 공격으로 21명이 사망했고 59명이 부상을 입었다. 지난 9일에는 차소브이 야르 5층짜리 아파트에 폭격이 쏟아져 50여명이 사망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전쟁과 테러에 대한 위협으로 하루하루를 공포에 떨며 보내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