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이란 무엇인가?
출판 마케팅을 갓 시작했을 때의 일이다. 서류 전형을 통과하고 임원 면접을 보는 자리였다. 첫 질문은 마케팅 믹스 전략, 즉 4P에 관한 것이었다. 출판사 면접에서 마케팅 이론을 질문하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크게 당황했다. 그때 한심하다는 듯 깊은 한숨을 내쉬던 면접관의 표정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렇게 채용에서 떨어지고 나서야 비로소 마케팅 이론의 필요성을 깨달았다.
출판 마케터 채용 과정에서 면접관들이 가장 자주 하는 질문 중의 하나는 “마케팅과 영업의 차이가 무엇입니까?” 또는 “마케팅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이다. 어찌 생각하면 쉬운 것 같지만 마케팅 이론이 제대로 정립되어 있지 않으면 답변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심지어 경력자들마저도 일상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업무가 마케팅인지, 영업인지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마케팅의 정의와 개념은 이미 수많은 마케팅 이론서에 정리되어 있으므로, 여기서는 마케팅과 영업의 차이 및 특징에 대해 알아보자.
마케팅과 영업은 전혀 다른 성질의 것이 아니다. 영업은 마케팅의 일부다. 쉽게 정리하면 영업은 상품에, 마케팅은 소비자에 최종 가치를 둔다. 영업은 ‘생산된 상품을 어떻게 팔 것인가’라는 목적에 수반되는 활동을 말한다. 유통은 어떻게 할 것인지, 가격은 얼마로 정해야 하는지, 물류와 배송은 어떻게 할 것인지와 같은 일련의 프로세스가 이에 해당한다. 이에 비해 마케팅은 소비자의 트렌드와 니즈를 파악하여 소비자가 최종 상품 구매 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모든 활동을 말한다. 상품을 홍보하고 브랜드를 알리며 지속적으로 자사 상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활동 또한 마케팅의 범주에 속한다.
마케팅을 잘하려면 소비자 분석과 시장 트렌드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소비자의 소비 행동이 시시각각으로 변하고 시장 환경 또한 복잡하게 바뀌고 있기 때문에 마케팅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기업들은 신규 고객을 창출하기 위해 다양한 이벤트와 판촉 행사, 광고 등을 통해 브랜드 마케팅을 펼친다. 그리고 고객 만족을 위해 잠재 고객뿐만 아니라 구매 결정 고객들까지 철저히 관리한다. 이는 고객 서비스를 마케팅 영역에 포함시켜 향후 안정적이고 브랜드 신뢰도가 높은 고객들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이처럼 마케팅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상품 기획 단계부터 마케팅을 고려한 상품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다. 고객의 니즈를 마케팅에서 면밀히 분석하여 상품 개발에 충실히 반영함으로써 상품 구매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기업 활동의 핵심은 제품을 구매하는 고객이다. 그 고객을 확보하고 관리하는 모든 과정을 마케팅이라고 한다면 영업은 앞서 이야기한 대로 마케팅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높은 품질, 좋은 디자인 등 고객 니즈를 잘 구현한 상품(Product), 기업의 생산성과 경제성, 시장성을 고려한 가격(Price), 전략적인 영업과 유통(Place), 소비자들의 시선과 구매 욕구를 이끌어내는 홍보(Promotion)가 효과적으로 적용되어야만 기업 경영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
마케팅은 일반적으로 세 단계의 프로세스를 거친다.
첫째, 정보(information) 단계다. 철저한 시장 조사를 통해 표적 시장을 설정하고 기회 요인과 문제점을 파악한다. 이 단계에서는 최적의 시장 환경과 고객의 설정, 시장 분석을 바탕으로 한 적확한 포지셔닝이 중요하다.
둘째, 전략(strategy) 단계다. 목표 설정과 함께 앞서 말한 마케팅 믹스가 이루어지는 시기다. 이 단계에서는 4P가 유기적인 조합을 이루면서 시장에서 제대로 구현되어야 한다.
셋째, 전술(tactics) 단계다. 이 단계의 핵심은 ‘전략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실행할 것인가’이다. 판매 촉진은 물론 광고, 홍보 등 최대의 성과를 이끌어낼 수 있는 실제적인 방안들이 작동되는 시기다. 이 밖에도 통제(Control)를 통해 결과를 평가하고 전략을 수정, 보완하는 일들이 이루어진다.
마케팅은 본질적으로 CRM(고객 관계 관리)이라고 할 수 있다. 마케팅이란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 고객 관계를 매니지먼트하는 것이고, 고객 관리를 매니지먼트하면 이윤이 창출되는 것이 마케팅의 기본 개념이다.
출판 마케팅도 이러한 마케팅 이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각 출판사마다 규모와 시스템이 다르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로 앞에서 설명한 마케팅 프로세스가 적용된다. 따라서 출판 마케터라면 경력의 유무를 떠나 마케팅 원론을 따로 공부할 것을 권한다. 마케팅 교육 기관을 찾아가도 좋고, 각종 세미나 또는 스터디 모임을 활용해도 좋다. 카페, 블로그, SNS를 통해 확인해볼 수도 있다. 사정이 허락하지 않는다면 서점에서 마케팅원론을 구입하여 꼼꼼히 읽어보자. 이론이 실행보다 중요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이론적 기반이 세워진 마케터는 그렇지 않은 마케터보다 더 충실한 실행 전략을 세울 수 있다고 믿는다.
자료제공 : 투데이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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