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식 칼럼] 기 드 모파상의 단편 ‘승마’를 읽고 그들만의 리그를 비판하다

민병식

프랑스의 대표적인 자연주의 작가이자 세계문학사에서 가장 위대한 단편 작가 중 하나인 기 드 모파상은 귀스타브 플로베르에게 지도를 받았고. 1880년 스승 플로베르로부터 칭찬을 받은 ‘비곗덩어리’를 발표하고 호평을 받았으며 6년에 걸쳐 집필한 첫 장편 ‘어느 인생’을 발표하는 등 데뷔 후 10년 동안 그가 발표한 장편소설은 6편, 단편소설은 3백 편이 넘는다. 그러나 작가로서의 삶은 딱 10년간이었고 40세가 넘어서는 정신 병원에 입원하기도 했고 병마에 시달리다가 숨졌다.

 

‘엑토르 드 글리블랭’이라는 부유하지 않은 남자는 귀족 출신으로 평민은 되지 않으려고 귀족의 명예와 체면을 지키며 살고 있는 남자다. 자기처럼 귀족이지만 가난한 여자를 만나 결혼을 하고 그나마 해군성 사무원으로 일하며 일요일에 샹젤리제 거리에 나가 산책을 하거나 가끔 극장을 가는 등 근근이 생활을 유지하는데, 어느 날 특근 수당을 받는 날 가족과 함께 야외에서 식사를 하는 이벤트를 계획했다. 승마를 하며 자신의 귀족적인 취미와 교양 있는 색다른 모습을 세상에 자랑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들은 일주일 내내 소풍 갈 이야기만 했다.

 

매일 저녁 퇴근 후 엑토르는 큰아들을 붙잡아 다리 위에 태우고 이렇게 승마에 대해 자랑해대고 아들은 매일 의자를 타고 매일 온 방 안을 끌고 다니며 소리소리 질렀다. 그의 하녀까지도 그가 말을 타고 마차 곁을 타고 가는 모습을 상상하며 경탄어린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았고, 식사 내내 그가 하는 승마 이야기, 옛날 부친의 저택에서 살 때 자랑거리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드디어 승마를 하는 날, 엑토르의 말은 그의 뜻에 순순히 따라 주지 않았고 결국 샹젤리제 거리에서 ‘시몽’이라는 노파를 치어 경찰서에 끌려간 엑토르는 하루에 6프랑씩 노인에게 병원비를 지급하겠다는 언약을 하고 풀려났지만 노파는 3일이면 치료될 사고에 50년간 가정부 생활을 하며 병약해진 몸을 전부 회복하려는 듯 한 달이고 두 달이고 병원에 누워있었다. 엑토르는 노파를 일으켜 세우려고 했지만 일으켜 세우려고만 하면 온갖 비명을 질러 대 결국 그의 월급의 대부분을 그 노파에게 써야만 했다. 의사들도 손을 떼버리자 엑토르의 부인은 포기한 듯 노파를 집으로 데려오자고 제안한다.

 

​체면 한 번을 세워 보려다 상상도 못 할 만큼 무거운 짐을 지게 되어 버린 ‘엑토르’는 자신뿐 아니라 가족에게까지도 부담을 전가시켜야 한다는 점이 안타깝다. 그의 행동이 마냥 잘했다고 할 수는 없지만 만일 죄가 있다면 그의 허세, 잘 살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향수였지. 노파를 책임질 정도의 잘못은 아닌 것이다. 가난하게 살다가 귀족다운 모습을 자랑하고 싶어 시도한 승마가 이렇게 불행을 안겨 준 이야기에서 얻는 교훈이라면 분수를 지키며 살아가라는 것인데 승마 한 번 제대로 할 수 없었던 가난한 소시민에게 너무 가혹한 교훈 아닌가. 결국 가재, 붕어, 개구리는 꿈도 꾸지 말고 있는 그대로 가난을 받아들이며 살아가라는 듯해서 한편으로는 씁쓸하기까지 하다. 결국 성실하고 착하게 살아온 엑토르는 교통사고 후 병원에 드러누워 터무니없는 보상금을 요구하는 사람의 덫에 걸린 것이다.

 

필자는 엑토르의 귀족에 대한 향수와 그의 허영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노파의 한 몫 잡겠다는 양심 없는 태도와 계층 상승이 어려운 한국 사회의 문제를 바라보려 한다. 잘 살고 싶은 것은 누구나의 욕망이고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그 과정이 정당한 노력의 대가이어야 한다. 우리 사회의 특권은 대물림 되고 있다. 그것도 부정한 방법으로 군대 면제, 논문 표절, 학력 위조, 특권의 대물림 등 일반 시민은 꿈도 꿀 수 없는 일들이 어디에서 가장 많이 일어날까. 바로 특권층이다. 이 사회를 이끌어 간다고 하는 가장 최고의 지식인이면서 엘리트 사회에서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어 가고 있다. 

 

노파가 주인공 엑토르에게 덤터기를 씌우듯 그들은 국민들에게 덤터기를 씌우고 있다. 뒤로는 부동산 투기를 하면서 국민들에게는 집 사지 말라고 하는 그들의 위선, 범법을 저지르고도 자신은 죄가 숨기고 희생양을 만들어 빠져나가려는 그들이 없어지지 않는 한, 모든 것은 국가가 해주어야 하는 듯 뜬구름 잡는 감언이설과 초지일관 나라와 사회 탓만 해대는 선동이 난무하는 한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

 

[민병식]

시인, 에세이스트, 칼럼니스트

현)대한시문학협회 경기지회장

현)신정문학회 수필 등단 심사위원

2019 강건문화뉴스 올해의 작가상

2020 코스미안상 인문학칼럼 우수상

2021 남명문학상 수필 부문 우수상

2022 신정문학상 수필 부문 최우수상

sunguy2007@hanmail.net

 

작성 2022.10.12 11:03 수정 2022.10.12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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