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묵음 산문집 「스친 인연 기억하기」 (허묵음 저, 보민출판사 펴냄)



결국 서로 돕고 기대어 살 때 희망을 품을 수 있다는

21편의 명산문들이 읽는 이의 영혼에 깊은 울림을 전한다.”

 

글쓰기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갖던 사십 대 초반부터 취미 삼아 써본 글과 글 쓰는 삶을 살아가자고 마음먹은 오십 대 후반 이후, 틈틈이 습작으로 써본 글을 모아보니 오육십여 편이 되었다. 이 글을 그냥 묻어두기가 아까워 그중 스물한 편을 골라 산문집으로 엮어보았다. 내 민낯이 그대로 드러난 부끄러운 자화상을 보는 것 같아 많이 망설였다. 그랬음에도 용기를 낸 것은, 아리고 후회스러운 지난날들을 한 권의 책으로 정리하여, 아픈 기억을 떠나보내야겠다는 간절함에서였다. 떠나보낸 그 자리에 오로지 좋은 글을 쓸 수 있는 생각과 느낌과 감동만이 가득 채워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작가소개] 소설가 허묵음

 

자유업에 종사하던 오십 대 후반, ‘인생 2은 글 쓰는 삶을 살기로 뜻을 세우고 책 읽기에 전념하기로 마음먹고, 육십 대 중반에 자유업을 접고, 책 읽기와 시와 산문 습작과정을 거쳐 독학으로 소설 쓰기 공부를 하고 있는 중이다. 저서로는 단편소설모음집 그 여인의 초상과 산문집 스친 인연 기억하기, 장편소설 그날이 올 때까지등이 있다.

 

 

[이 책 본문 에서]

 

조기 이야기를 하다가 말이 삼천포로 빠져버렸다. 어찌 되었든 조기는 그렇게 가물에 콩 나듯 가끔씩 그 코빼기를 보여주었는데, 손님들이 가시고 나면 항상 조기 머리와 조기 꼬리가 남아있곤 했다. 나처럼 뼈만 남기고 말끔히 발라먹을 만큼 조기를 좋아하는 편이 아니신지, 아니면 점잖을 차리려면 조기의 몸통 부위만 잡수시곤 머리와 꼬리 부위는 남겨두어야 한다고 생각하셨는지는 잘 모르겠다. 당연히 손님들이 남긴 조기는 해체된 모습 그대로 다음 끼니 때 덥히어져서 식탁 위에 다시 등장했다. 그런데 아내는 냉큼 조기 머리를 집어다가 자기 밥그릇 위에 갖다 놓곤 맛있게 먹는 것이었다. 매번 그러했다.

조기 머리가 그렇게 맛있능가?”

말도 못 들어봤소잉. 조기는 머리가 가장 맛있다고 안 그럽디여?”

어두일미(魚頭一味)라고? 하긴 물고기는 머리 쪽이 맛이 있다는 말은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다. 그렇지만 말라 쪼그라진 머리 부위에 무슨 맛이 있나 싶어, 난 평소에도 다른 생선 머리는 물론이고 조기 머리에도 선뜻 젓가락이 가져가지지 않았다. 왠지 내키지 아니했다. 입맛이 당기지 않았으므로 몸통 부위를 먹고 나면, 남은 머리 부위와 꼬리 부위 중 꼬리 부위를 먼저 먹곤 했다. ……

 

 

이번 산문집은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 우리 훌쩍 떠나자고 슬쩍 내미는 손 같다. 그 손을 잡으면 다시 어릴 적 잃어버린 어딘가로 향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는 어떻게 서로에게 좋은 사람이 되어 살 수 있을까? 나는 옳고 너는 그르다며 다투는 현실이지만, 결국 서로 돕고 기대어 살 때 희망을 품을 수 있다. 순간순간의 작은 행복에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 주변 사람들에게 좋은 사람이 되어보는 것은 어떨까? 최소한의 염치를 가지고 인간답게 살자는 이야기이다. 이런 작가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무엇이 중요한가를 깨우칠 수 있을 것이다.

 

(허묵음 지음 / 보민출판사 펴냄 / 332/ 신국판형(152*225mm) / 16,000)

작성 2022.11.04 12:23 수정 2022.11.04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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