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영호 감독의 영화 칼럼]

세계 속의 한국영화

산업화 이후, 한국영화는 지방 흥행사의 흥행자본, 비디오판권 조의 대기업 자본으로 시작해서 금융자본, 멀티플렉스 극장 자본 이제는 바야흐로 이동통신사 자본(KTF, SK 등), 외국 OTT업체 넷플렉스, 애플TV 등에 영향을 받는다.


부산국제영화제의 운영 시스템 보다는 떨어지지만 그래도 참신한 서울국제영화제가 열렸었다

개막작품으로 모가리의 숲(가와세 나오미 감독)’이 상영됐다

가와세 나오미라는 여성 감독은 영화를 집요하게 만들었다

스토리는 이렇다. 시게끼라는 초로의 남자가 작은 양로원에 살고 있다

그는 주변 사람들과 그들을 도와주는 간병인들과 평온하고 행복한 일상을 살아간다

사고로 금쪽같은 아들을 잃은 마치코는 시게끼의 담당 간병인 역할이다

마치코는 시게끼의 생일도 축하해준다. 그와 함께 교외로 드라이브도 가며 특별한 관심을 쏟는다

경치 좋은 시골길을 운전해 가다가 사고로 차가 도랑에 빠지게 된다. 그 사고는 그들에게 자연스럽게 서로를 발견 할 수 있는 도보 여행을 제공해준 셈이다

시게끼는 숲으로 향하고 마치코는 할 수 없이 그들 따른다. 그들은 거친 숲 속에서 이틀 동안이나 헤맨다. 마침내 시게끼의 죽은 부인의 묘지에 도착하게 된다

시게끼는 33년 동안 부인을 그리워했다. 육신은 병들었다. 약간의 정신이상 증세가 있어도 오직 부인의 체취, 부인에 대한 애틋한 사랑을 찾아서 

그토록 험하고 깊은 숲 속을 헤치고 온 것이다. 눈물겹게 땅을 파고 또 판다. 자신도 그곳에서 죽겠다고 외치는 시게끼. 간병인 마치코는 그를 부둥켜안으며 가로 막는다


짐승처럼 울부짖는 시게끼의 처절한 외침. 모가리의 숲을 진동시킨다

감독 가와세 나오미의 근성, 장인정신이 느껴진다. 하나를 만들어도 깊이 들어가고 그 속에서 울림을 준다

33년 전에 죽은 아내에 대한 사랑의 깊이가 가히 감동적이다

우다 시게끼는 처음으로 영화에 출연했는데 주연을 맡았고 연기도 리얼하다

아마추어 연기자라기보다는 연기를 꾸며대는 프로 배우 보다 훨씬 더 낫다

카메라는 핸드-헬드(들고 찍기) 방식을 주로 사용해서 역동적이며 같이 동행 하는듯한 착각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정서를 유발시켜준다

어찌 보면 유럽의 초창기 영화 분위기에 시네마 베리떼(르뽀르타주) 기법을 구사한 것인데 동양인 특유의 휴머니즘을 다시한번 진하게 끌어낸다

그래서 유럽으로 진출하고 국제 영화제, 세계 시장에서 활약하는 나오미 영화의 기세가 느껴진다

60회 칸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한 작품이고 국내에 처음 발표되는 터라 알만한 유명 인사들이 극장에 나타났다

한국영화는 앞으로 일본영화의 추격에 주목해야 한다.

 

한국영화는 미국 아카데미영화제에서 4관왕의 쾌거를 달성했었다

[기생충(봉준호 감독)]이 그 작품이다

유럽의 3대 영화제 칸, 베를린, 베니스국제영화제와 기타 다양한 군소 영화제에서도 한국영화는 선전을 하고 있다

유럽은 한국영화에게 잘 했다고 상을 준 적이 있다. 그 다음 기획 영화에 투자하는 데는 자본력이 취약해서 실질적으로 그 작품의 필름메이커에게 도움은 미미하다

하지만 미국은 다르다. 상을 주면 다음 기획 영화에 실제적으로 투자해서 그 감독을 제작사를 적극적으로 지원해준다

도화지 상장이나 금박 들인 트로피를 주는 것이 아니라 실용적으로 서로 관계를 맺는다. 그게 미국이다. 한국영화는 앞으로 미국영화를 공부해야 한다.

 

오래 전에, 이미 디 워가 미국 시장에 진출 한 적이 있다. ‘티라노의 발톱부터 어쩌면 그 이전부터 시작된 일관된 괴수 영화에 대한 열정이 꽃을 피운 것이다

결국 3D 컴퓨터 그래픽의 테크놀로지가 발전한 것이다. 많은 돈과 시간 그리고 의지와 정열이 들어간 정성의 결과이다. 국내에서는 영화로서의 완성도를 갖고 갑론을박을 심하게 했다.

 

애국주의 마케팅의 결과다, 인생극장 식의 홍보 덕이다 말이 많았다. 한국에서는 뜨거운 감자가 되어서 흥행에 엄청난 성과를 올렸다. 돈도 많이 들었지만 또 많이 벌었다

수십억이 아니라 수백억이니까. 물론 시나리오가 갖춰야 할 구성의 개연성이나 완성도, 배우들 연기의 동기부여, 드라마의 생성 등 영화연출상의 부족하고 아쉬운 부분은 있다

그런데 효과적인 홍보 마케팅의 활약으로 괴수영화 디 워는 한국영화 흥행역사의 새로운 신화가 됐다

그러나 미국에서 그 신화는 통하지 않았다. 미국 전역 2,275개 스크린에서 <Dragon Wars>라는 제목으로 개봉된 디 워는 개봉 첫 주말 504만 달러(468천만원)의 흥행기록을 남겼다. 2,275개에 달하는 스크린 수를 고려한다면 디 워는 기대에 못 미치는 기대이하의 수준이다. 미국 극장가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오히려 평단의 반응은 냉소적이다

한국에서의 설전에 비하면 냉담 또는 침묵 수준이라고 봐야 한다

영화의 완성도에 시비 거는 견해들은 눈에 띈다. 정통한 영화잡지 할리우드 리포터아이디어의 재치와 영화 스타일로 괴수 영화를 부활시킨 봉준호 감독의 괴물과 달리 

디 워는 가장 낮은 수준(Z)의 감각을 선보인다.”라고 적고 있다

아리랑이나 한국의 이무기 전설에 대해 언급한 뉴스 리뷰는 없다. 할리우드를 흉내 낸 유사 상품 정도로 인식하는 수준이다

이 또한 뼈아픈 체험이다

하지만 한국영화 최초로 미국의 메이저 배급망을 타고 메이저 극장 체인을 잡아 와이드 릴리즈 방식으로 개봉했다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어떻게 굴지의 극장 체인을 뚫었는지 향후 해외시장 개척을 위해 검토 분석해보아야 할 일이다

홍콩의 왕가위 같은 유명 감독도 미국에 진출하는데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필자가 미국 할리우드에 있을 때, 왕가위 감독은 부에노스 아이레스(일명 해피 투게터)를 가지고 그의 카메라 맨인 크리스토퍼 도일을 통해서 

미국 진출을 꾀했으나 좌초된 적이 있다. 왕가위 영화가 미국진출에 실패한 과거의 한 대목이다. 그도 미국 영화 자본과 조우하기를 학수고대 했을 것이다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를 보면 알 수 있다.

 

한국영화의 자본은 토종 자금(종잣돈)을 기반으로 하거나 일본인의 자산으로 만들어지면서 태동했다

산업화 이후, 한국영화는 지방 흥행사의 흥행자본, 비디오판권 조의 대기업 자본으로 시작해서 

금융자본, 멀티플렉스 극장 자본 이제는 바야흐로 이동통신사 자본(KTF, SK 등), 외국 OTT업체 넷플렉스, 애플TV 등에 영향을 받는다

영화는 자본을 통해서만 나오는 예술은 아니지만 어쨌든 자본을 통해 나온다

양질의 자본이 좋은 영화를 만들어 왔다. 물론 자본보다는 기획력이나 작품성(또는 대중 상품성도 포함해서)이 우선 되어야 한다

국내 흥행 뿐 만 아니라 해외 시장 개척을 위해서라도 한국적이며 세계적인 기획 작품이 나와야 한다

이제 한국영화는 우물 안 개구리가 아니다


인간 조건에 관한 보편적인 영화, 인간 사회와 역사에 관한 영화, 시대정신이 있는 분명한 영화가 잉태되어야 한다

이제 한국영화는 한숨의 눈물고개를 넘어 새로운 지평을 마련해야 할 때다

한국영화는 부산국제영화제,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서 불고 있는 뜨거운 해풍을 타고 

저 수평선 대양의 세계로 진출해야 할 역사적 사명을 갖고 이 땅에 태어난 것이다.

 

작성 2022.12.31 12:40 수정 2022.12.31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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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